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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랜드 간절한 '라스트댄스', 어떤 결말일지라도 [프로농구 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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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랜드 간절한 '라스트댄스', 어떤 결말일지라도 [프로농구 PO]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4.28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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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끝을 알고 나서는 인천 전자랜드의 봄 농구 기세가 무섭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전자랜드가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유도훈 감독이 이끄는 전자랜드는 27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 94-73 대파, 2패 뒤 2승을 거두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 후 5전3승제 봄 농구에서 2연패 뒤 3연승을 거둔 사례는 전무하다. 코끼리 군단의 흥겨우면서도 절박한 마지막 춤에 농구계가 들썩이고 있다.

27일 4강 PO 4차전 승리 후 기뻐하는 인천 전자랜드 선수들. 전자랜드는 29일 전주에서 치러질 5차전에서 KBL 첫 역사를 쓰기 위해 나선다. [사진=KBL 제공]

 

올 시즌을 맞이하며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인생을 걸고’라고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다. 수년간 재정난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전자랜드가 올 시즌을 끝으로 구단 운영을 포기한 것. 인수 기업을 찾고는 있지만 전자랜드라는 이름으로 치르는 마지막 시즌 임엔 틀림 없었다. 지금의 구성원들과 운명도 어찌될지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외국인 선수들의 부족한 존재감 속에도 국내 선수들의 분전으로 5위로 봄 농구에 올라선 전자랜드는 본격적인 라스트 댄스를 준비했다.

새로 합류한 조나단 모트리와 김낙현이 맹활약하며 6강 PO에서 고양 오리온을 꺾은 전자랜드는 정규리그 우승팀 KCC를 만났다. 역대 4강 PO 정규리그 1위 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 확률은 무려 91.3%(21/23)에 달했다. 역대 3차례 KCC와 봄 농구 맞대결에서도 모두 패했다.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전력 차도 컸다.

전주에서 치른 1차전 예상대로 KCC에 승리를 헌납했다. 1차전 승리 팀의 챔프전 진출 확률 또한 78.3%(36/46)로 KCC가 유리한 고지를 내줬다. 2차전에서도 패하며 이대로 무너지는 것처럼 보였다.

전자랜드로서 마지막일지 모를 홈경기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선수단. [사진=KBL 제공]

 

그러나 전자랜드의 절박함은 위기 속 빛이 났다. 상대 에이스 송교창의 부상 공백 속에 3차전 홈팬들 앞에서 승리를 챙긴 전자랜드. 4차전에선 송교창이 복귀했음에도 결코 꺾이지 않았다. 특히 3쿼터 5분 동안 KCC를 2득점으로 묶는 반면 14점을 몰아치며 일찌감치 승리를 예감했다. 모트리가 14점 8리바운드로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음에도 김낙현이 25점 7어시스트, 차바위가 3점슛 4개 포함 17점 9리바운드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리그 정상급 가드로 성장한 김낙현, 완전치 않은 몸 상태에도 투혼을 보이고 있는 정영삼과 이대헌, 정효근,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는 차바위와 전현우, 적은 출전 기회에도 ‘멘탈 코치’를 자처하는 임준수, 그리고 이들을 이끄는 유도훈 감독.

경기 도중 전광판에는 ‘우리는 지금부터 시작이다’라는 메시지가 수시로 나왔고 선수 입장 때는 바닥에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와 ‘백절불굴(百折不屈·백 번 꺾여도 굴하지 않는다)’ 등 마지막이 아니길 바라는 문구가 선수들, 팬들과 함께 했다. 경기장을 메운 780 관중들도 금지된 육성 응원 이상의 큰 박수로 선수들에게 힘을 보탰고 전자랜드는 이에 보답하듯 마지막 희망을 살려냈다.

29일 전주 원정에서 치러질 5차전. 마지막이 될지 새로운 도전의 시작을 알릴 지는 미지수다. 경기 후 전창진 KCC 감독이 “완패다. 힘에서 많이 밀렸다”고 말할 만큼 전자랜드의 기세가 무섭긴 하지만 앞서 원정에서 힘을 쓰지 못하며 2경기를 모두 내줬던 기억이 있다.

유도훈 감독은 "지금은 본분인 전쟁에만 신경 쓰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진=KBL 제공]

 

이대로 전자랜드의 역사가 마무리되더라도 팬들에겐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선수들의 생각은 다르다. 김낙현은 “이렇게 되니 욕심이 많이 생긴다. 챔프전까지 가서 인천에 찾아와주시는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며 “전주에서 꼭 승리하고 다시 오겠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홈경기를 맞아 전자랜드는 경기 후 그간 추억을 되돌아보는 영상을 상영하기도 했는데 차바위는 “옛날 생각이 많이 나더라. 전자랜드에서 은퇴하고 싶었는데 팀이 없어진다고 하니 아쉬운 마음이 들면서 키워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교차했다”며 “3차전을 앞두고 선수들끼리 ‘전자랜드로 치르는 마지막 경기가 될지도 모르니 허무하게 날리지 말자’는 얘기를 했고 더 뭉치게 되지 않았나 싶다. 5차전도 후회가 남지 않게 더 뭉쳐서 나서겠다”고 열의를 불태웠다.

어쩌면 가장 감정적일 수 있는 유도훈 감독은 끝까지 냉정함을 유지했다. 감회를 묻는 질문에 “죄송한 말씀이지만 정말 마지막 경기를 졌을 때 말씀을 드리겠다”며 “선수들도 기사를 보고 얘기를 듣는다. ‘전쟁’ 중이니 그런 얘기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지금은 본분인 전쟁에만 신경 쓰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챔프전 진출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 18년 역사가 이대로 멈춰설 지 아니면 시카고 불스의 라스트 댄스처럼 화려한 엔딩을 위해 나아가게 될지 29일 KCC전에서 운명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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