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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 감독의 포항, 버티는 힘에 대하여 [ACL 8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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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 감독의 포항, 버티는 힘에 대하여 [ACL 8강]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9.1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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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K리그1(프로축구 1부) 포항 스틸러스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에 들었다. 자금난 속에 매년 주축 선수들을 다른 클럽에 내주고 있지만 굳세게 버텨내고 있다. 특히 김기동 감독 지도력은 높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포항이 15일 일본 오사카 나가이 스타디움에서 원정으로 치른 2021 ACL 16강전 단판승부에서 세레소 오사카(일본)를 1-0으로 누르고 7년 만에 아시아 8강에 진입했다.

2009년 ACL에서 우승해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을 경험한 포항은 2014년 8강 진출 이후 잠잠했다. ACL 출전도 이번이 5년 만이었다. 이번 승리로 7년 만에 준준결승에 안착,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전날 승리한 울산 현대, 같은 날 전주에서 승전보를 전한 전북 현대까지 K리그 3개 팀이 8강 진출에 성공했다. K리그 3개 팀이 나란히 ACL 8강에 든 건 2011년(전북, 수원 삼성, FC서울) 이후 10년 만이다. 8강과 4강전은 오는 10월 17, 20일 전주에서 열리며, 대진 추첨은 이달 17일 오후 4시 이뤄진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기동 감독이 이끄는 포항 스틸러스가 이승모(왼쪽)의 결승골을 앞세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에 진출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포항은 이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는 팀이다.

지난 시즌 이른바 '1588'로 불린 최상의 외국인선수 라인업은 한 시즌 만에 해체됐다. 일류첸코는 전북으로, 팔로세비치는 서울로 떠났고, 오닐은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로 이적했다. 새로 합류한 외인 공격수 크베시치와 타쉬는 활약이 미미하다. 둘은 지금껏 리그에서 도합 3골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전반기 잘 버텼다. 지난 시즌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송민규가 전반기에만 7골을 몰아쳤다. 자유계약선수(FA)로 데려온 입상협도 올 시즌 리그에서 9골을 폭발하며 최고의 이적생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포항은 리그 종료까지 10경기 남은 가운데 5위(승점 39)를 달리고 있다. 분명 지난 시즌보다 아쉬운 페이스임에도 불구하고 다음 시즌 ACL 진출 마지노선인 3위 수원FC(승점 41)와 격차는 승점 2에 불과하다.

6월 A매치 브레이크를 맞아 열린 ACL 조별리그에서도 연신 위기를 극복했다. 송민규가 올림픽 대표팀에 차출되고, 팔라시오스마저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타쉬가 3골이나 퍼부었다. 임상협도 연일 득점포를 가동하며 승점을 안겼다. 또 유망주로 분류되는 고영준, 권기표가 활약하며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후반기를 앞두고는 간판 골잡이 송민규를 전북에 내주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김기동 감독과 프런트 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리그 최고 라이징스타를 뺏긴 포항 팬들의 분노는 극에 치달았다.

송민규는 같은 날 일류첸코와 함께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고 ACL 16강전에 출전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송민규는 같은 날 일류첸코와 함께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고 ACL 16강전에 출전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기동 감독은 매년 주축 선수들을 다른 구단에 내주고도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기동 감독은 매년 주축 선수들을 다른 구단에 내주고도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렇게 지난 시즌 19골 6도움을 올린 일류첸코, 10골 6도움을 생산한 송민규는 16일 전북 유니폼을 입고 빠툼 유나이티드(태국)와 ACL 맞대결에 나섰다. 

송민규를 잃은 포항은 이날 세레소 오사카전 앞서 임상협마저 다치는 바람에 전력 약화 우려가 따랐다. 임상협은 벤치에서 시작했고, 전천후 풀백 강상우가 왼쪽 윙어로 공백을 메웠다. 중앙 미드필더부터 최전방까지 모두 소화하는 이승모는 원톱 스트라이커로 출격, 전반 25분 결승골로 기대에 부응했다. 오른쪽에서 올라온 신진호의 코너킥이 수비 맞고 뒤로 흐르자 골문 앞에서 상대 골키퍼 김진현보다 빠르게 반응해 밀어넣었다. 

이후 지난 시즌까지 수원 삼성에서 뛴 공격수 아담 타가트를 필두로 한 세레소 오사카가 파상공세를 퍼부었지만 잘 막아냈다. 골키퍼 강현무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수비진은 몸을 던져 숱한 위기를 견뎌냈다.

경기 후 김기동 감독은 "원정은 홈경기보다 확실히 힘들다"면서도 "상대 팀 팬들이 와서 응원해주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지만, 경기에 나서기 전 선수들에게 '우리 팬이라고 생각하자'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5년 만에 ACL로 돌아온 포항이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기동 감독은 이어 "경기 초반 상대 강한 압박에 선수들이 당황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준비한 대로 잘 풀어나가며 득점할 수 있었다. 앞으로 우리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 리그에서도 좋은 모습 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승모는 "오늘은 정신력이 가장 중요했다"며 "스트라이커인데 리그에서 골이 없어 감독님과 동료들에게 미안했는데 오늘 마음의 짐을 좀 덜어낸 것 같다"고 기뻐했다. 이승모는 리그 25경기에서 골 맛을 보지 못했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한방을 터트렸다.

ACL 토너먼트 무대에선 한 단계씩 위로 올라갈 때마다 억 단위로 상금을 확보하게 된다. 계속해서 핵심 자원들을 라이벌 클럽에 판매하고 있는 포항 입장에선 5년 만에 나선 ACL에서 가용할 수 있는 인원들을 최대한 활용, 8강 진출 성과를 달성했으니 고무적일 수밖에 없다.

같은 날 전북은 전주에서 빠툼과 120분 동안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송범근의 2연속 선방 덕에 4-2 승리를 챙겼다. 앞서 디펜딩챔프 울산도 가와사키 프론탈레와 한일 리그 1위 팀 간 매치업에서 승부차기 끝에 이기고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ACL 출전 2시즌 만에 처음 16강에 오른 대구FC는 나고야 그램퍼스를 상대로 2-1 리드를 잡고도 3골을 내리 내주며 역전패를 당해 아쉬움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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