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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때녀' 사오리, '축구, 너는 내 운명' [SQ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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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때녀' 사오리, '축구, 너는 내 운명' [SQ인터뷰①]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10.01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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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스포츠Q(큐) 글 김의겸·사진 손힘찬 기자] 어쩌면 사오리 후지모토(32·일본)에게 축구는 운명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학창 시절 소프트볼을 통해 교우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했던 사오리는 나이 서른 다 돼 시작한 타향살이에서 축구를 활력소로 다시 한 단계 도약을 이뤄냈다.

SBS 여자축구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 오디션에 참가하기 위해 처음 축구공을 접한 사오리는 각고의 노력 끝에 외국인 방송인으로 구성된 FC월드클라쓰 에이스가 됐고, 나아가 올스타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여성 스타들의 축구 도전기를 다룬 '골때녀'는 매회 성장의 묘미를 보여주며 올여름을 뜨겁게 강타했다. 시청률과 화제성 양면에서 큰 수확을 거둔 덕에 이미 시즌 2 제작이 확정됐다. 룰도 제대로 모르던 선수들은 이제 축구에 살고 축구에 죽는 축구인이 다 됐다. 

'골때녀'가 앞세우는 성장이라는 테마에 가장 걸맞은 인물 중 하나가 바로 사오리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사오리를 처음 알게 된 이들이 많다. 한국에 온 지 4년째. 수어 아티스트로서 의미 있는 도전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는 그가 '골때녀'를 위해 매일 땀방울을 흘렸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실내구장에서 그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가 축구에 임하는 태도가 인생을 대하는 그의 자세에서 비롯됐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수어 아티스트 사오리가 '골 때리는 그녀들' 시즌 1을 돌아보며 시즌 2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 '골때녀', 노력하는 자에게 찾아온 행운

소속사를 통해 '골때녀' 외국인 팀 오디션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사오리는 자신의 선발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축구를 접한 것도 처음이거니와 오래 전부터 한국에서 활동해온 에바, 구잘은 물론 트로트 가수 마리아 등과 비교하면 인지도도 낮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누구보다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무조건 뽑힐 거라고 생각해 정말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갔다. 테스트 당일 최진철 감독님이 '오늘은 여러분들의 열정을 높이 평가할 것'이라는 말로 용기를 북돋워주셨다. 다행히 나를 좋게 평가하셨는지 내게 '전에 축구를 했었냐'고 묻고 시범도 시키셔서 합격을 예감했다. 연습만큼은 누구보다 많이 했다는 생각에 떨어지더라도 후회는 없었다."

그의 직업은 수어 아티스트. 2018년 평창 동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홍보대사를 시작으로 한국 문화를 알리는 활동을 벌여왔다. 한국 문화를 좋아해 일본 JYP 엔터테인먼트 지사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그는 과거 교환학생으로 머물렀던 한국에 그렇게 다시 건너왔다. 한국인도 어렵다는 한국 수어 자격증 1차 필기시험에 통과해 실기 시험을 준비 중이다. 방탄소년단(BTS) 등 철학적이고 의미 있는 메시지가 깃든 K-POP 가사를 수어로 풀어 농인들에게 들려주는 영상을 제작하고 또 무대에 서고 있다. 한국에 생소했던 '수어 아트'라는 장르를 개척해나가고 있는 셈이다.

축구를 하게 된 건 처음이었기에 수어 시험을 준비할 때 못잖게 열심히 훈련했다. 오디션 앞서 매일 새벽 한강 공원에 매니저와 함께 공 하나만 들고 가서 연습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오고, 초심자에게 행운이 따른다고 했던가. '골때녀'와 연을 맺기도 전 지나가다 우연히 이를 지켜본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 겸 대한축구협회(KFA) 부회장이 직접 다가와 원포인트 레슨을 해주는 행운도 따랐다. 추후 이 대표이사가 FC액셔니스타 감독으로 '골때녀'에 합류하면서 다시 만나게 됐을 때 "그때 봤던 사오리가 아니다"라며 늘어난 실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모델들로 구성된 FC구척장신을 떠나 월드클라쓰를 맡게 된 최진철 감독은 사오리와 동료들의 열정에 묵묵히 힘을 실어줬다. 훈련을 원하는 멤버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기꺼이 직접 지도해주겠다며 발벗고 나섰다.

"다른 코치에게 부탁해도 될 텐데, 본인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셨다. 정말 애정을 갖고 우리의 장단점, 성격까지 파악하려고 노력하셨다. 특히 외국인이고 여자라 더 어려웠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훈련을 이해할 수 있을지 밤마다 고민하셨다. 전술 노트도 직접 작성해 넘겨주셨다.(핑크색 유니폼 6개가 그려진 PDF 파일에는 수기로 적은 설명이 빼곡했다.) 항상 단톡방에서 우리 멤버들 사랑한다고 표현해주신다. 내게 감독님은 '인정받고 싶은 사람'이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사오리에게 초심자의 행운도 따랐다.

◆ 타고난 운동신경에 노력을 보태다

사오리는 학창 시절 운동으로 이름을 날렸다. 방송을 통해 보여준 특유의 스피드와 승부욕은 어렸을 때부터 타고났다. 체구는 작았지만 운동신경만큼은 전교에서 알아주는 수준이었다고 회상한다.

"유치원 때부터 육상, 구기, 수영 등 다양한 수업을 받았다. 중·고교 시절 새 학기에 꼭 스포츠테스트가 있었는데 6년간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중학교 1학년 때 이어달리기 마지막 주자로 4바퀴를 돌면서 꼴찌였던 팀을 일등으로 만들고 학교 내 스타가 된 적도 있다"며 웃었다.

"스포츠든 뭐든 승부욕이 강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체육대회에서 딱 한 번 남학생한테 진 적이 있다. '2위' 스티커를 붙여줬는데, 분해서 그걸 바로 떼서 운동장 모래 안에 숨기고 온 적도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소프트볼을 시작했는데, 모두가 아웃이라고 생각하는 공도 어떻게든 세이프로 만들고자 죽어라 뛰는 선수였다. 내가 출루하면 100% 도루한다고 봐도 되는데, 알아도 못 막는 선수였다."

사오리는 시즌 1에서 그야말로 월드클라쓰 간판으로 활약했다. 신생팀으로 참가해 3위로 마치는 데 앞장섰다. 기대가 큰 만큼 최진철 감독으로부터 쓴 소리를 가장 많이 들은 멤버이기도 하다. 사오리는 빠르고 투지 넘치는 선수를 넘어 시즌 2에선 '축구를 잘 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우승을 하지 못한 건 정말 아쉬웠지만 3·4위전에선 우리가 지금 단계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경기를 펼친 것 같다. 준결승 때도 이렇게 했다면 우승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앞으로 더 성장하라는 순위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즌 2 때는 더 높은 순위로 마치고 싶다." 

"공격수로서 수비를 제치고 슛 동작까지 안정감 있게 연결하고 싶다. 체구가 작아 아무래도 몸싸움이 약하다. 지금은 팔을 잘 쓰지 못하는데, 몸싸움을 위해선 다리만큼 팔도 중요하더라. 몸싸움도 지지 않고 싶다. 박선영 언니로부터 축구를 이해하고 항상 차분하고 정확하게 플레이하려는 모습, 개인 플레이보다 팀원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려는 모습을 배우고 싶다. '시즌 1 때 사오리와는 다르네' 하고 인정받고 싶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사오리는 이제 축구에 살고 축구에 죽는 축구인이 다 됐다.
사오리는 이제 축구에 살고 축구에 죽는 축구인이 다 됐다.

◆ 이제는 축구인 "축구가 남친이나 다름 없어요"

"축구는 팀 경기이다 보니 동료들과 늘 같이 훈련하고, 승리와 패배도 함께 나눈다. 청춘 때 감각을 느끼게 해준다. 어렸을 때 느낀, 친구들과 함께 뭔가를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줘 고맙다. 운동하면서 생활에 활력이 생겼다.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 느낌이다. 축구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 노력한 만큼 보여주기 어렵기 때문에 계속 도전하게 만드는 게 축구의 매력이다."

사오리는 방송에서 중학교 입학 후 왕따를 당했다고 토로했다. 그 힘든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건 그해 가을에 시작한 소프트볼 클럽 활동이었다. 운동을 통해 친구도 사귀고,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한국에선 축구가 그렇게 찾아왔다. 국적도 직업도 나이도 다양한 동료들과 함께 피치 위에서 땀 흘리면서 외로운 타지생활에 큰 힘을 얻었다. 

"모두 외국인이다보니 가족들과 떨어져 살고 있다. 동양인과 비교하면 자신의 의견을 잘 내세우는 편이라 싸울 때도 많았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 더 돈독해졌다. 마음이 복잡할 때 함께 운동하고 나면 '나와서 운동하길 잘했다'는 생각으로 집에 돌아가곤 했다. 주장 에바 언니도 처음에는 나만큼 못했는데, 연습을 많이 해 성장하는 게 눈에 보였다. 내가 처음에 확 늘고 정체됐다면 언니는 계속 올라가는 게 보여 좋은 자극이 되기도 했다."

축구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축구를 보는 데도 관심이 생겼다. 2020 도쿄 올림픽 축구도 열심히 챙겨봤고, 이제는 채널을 돌리다 K리그 중계방송이 한창이면 시선이 멈추곤 한다.

"중계를 보면서 응원한다기 보다 선수들의 움직임을 배우게 된 것 같다. 올림픽 때는 특히 도안 리츠(빌레펠트) 선수가 발이 빠른데, 팔도 잘 쓰는 선수라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쿠보 타케후사(레알 마요르카) 선수도 작지만 골을 향해 맹렬히 움직이는 걸 보면서 많이 참고하게 됐다. 요코하마 출신이라 마리노스는 어렸을 때부터 많이 접한 팀이었는데, 이제는 다른 관점에서 보게 됐다."

닮고 싶은 선수가 있냐는 질문에 내놓은 대답이 재밌다. 

"아무래도 닯고 싶은 선수는 손흥민 선수다. 3·4위전 때 넣은 골을 보신 분들이 손흥민처럼 넣었다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 찾아보니 툭 앞으로 차놓고 슛 각을 만드는 플레이가 많았다. 그처럼 결정력을 키우고 싶다."

사오리가 '골때녀'에서 보여준 활약은 그 스스로에게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며 힘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

사오리 인생을 놓고 봐도 '골때녀' 출연과 활약은 스스로의 선택이 옳았음을 조금은 인정받는 계기가 된 것 같아 힘이 된다고. 부모님 말을 잘 따르던 '착한 아이' 사오리는 돌연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타국에 넘어와 바닥부터 시작했다. 타고난 승부욕에 스스로를 속이고 싶지 않아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수어도 축구도 그렇게 쉬지 않고 부딪친 끝에 차츰 유의미한 결과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일본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의 응원 메시지는 또 다른 동기부여로 작용한다.

"나는 6개월 만에 태어난 초미숙아였다. 그래서 부모님은 늘 건강하게 사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여기셨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잘했는데, 이제 이 나이를 먹고 한국에서 그 능력을 보여줄 기회가 생겼으니 정말 잘됐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자막이 없어 잘 모르셔도 유튜브 영상에 '사오리'가 많이 들린다며 좋아하신다. 내가 선택한 걸 이렇게 즐기면서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 좋다."

"일본도 한국과 비슷해서 내 나이(한국 나이 서른셋)면 결혼하고 애 낳고 한다. 일본 친구들도 '역시 사오리! 타지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 멋있다. 뭘 해도 잘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응원해준다. 그리고 '골때녀에서도 역시나 빠르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웃음) 계속 뭔가를 하다보니, 결국 해낸다고 생각해주는 것 같아 힘이 난다."

"축구든 수어든 내가 할 수 있는 재능으로 늘 도전하고 성장하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걸 보시는 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정말 의미있지 않을까."

*'골때녀' 사오리 인터뷰는 ②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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