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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삼성 '리빙레전드' 염기훈, 굳이 시즌 전 은퇴 예고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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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삼성 '리빙레전드' 염기훈, 굳이 시즌 전 은퇴 예고한 이유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1.25 2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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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수원 삼성의 정신적 지주 염기훈(39)은 최근 은퇴를 선언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올 시즌을 끝으로 정든 피치를 떠나겠다고 예고한 것. 사람 일이란 게 한치 앞도 예상할 수가 없다. 때문에 시즌 말미가 되면 상황이 지금과는 달라질 수 있음에도 그는 구단을 통해 공식적으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염기훈은 25일 경남 남해 스포츠파크호텔에서 열린 2022 하나원큐 K리그(프로축구) 전지훈련 기자회견에서 왜 먼저 은퇴를 선언하고 마지막 시즌에 나서는지 설명했다.

그는 "많이 고민했다. 팬들과 헤어지는 시간을 시즌 도중 말씀드리기보다 미리 말씀드려 서로 이별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은퇴를 결정하고 나니 어느 때보다 동기부여가 강하다. 마지막을 멋지게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후배들에게 지지 않으려는 모습, 신인 시절의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 어떤 동계훈련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겁게 운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염기훈은 2022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염기훈은 2022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시즌이 개막하기도 전 먼저 선수생활의 끝을 예고하는 일은 흔치 않다. 은퇴 시기를 고려하던 염기훈에게 구단 프런트는 "은퇴 시기를 스스로 정해도 된다"며 배려해줬고, 염기훈은 서로에게 아름다운 이별의 시기를 올 시즌 끝을 설정했다. 

염기훈은 "가족들이나 친한 후배들에게 이야기했을 때 모두 만류했다. 아내도 처음에는 왜 예고하고 시작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늘 한국 나이 40까지는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마흔까지 뛸 수 있는 게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라고 설명했다.

염기훈의 다음 스텝은 명확하다. 대한축구협회(KFA) 지도자 자격증 A급을 따낼 만큼 착실히 지도자로서 제2 축구인생을 그리고 있다. "지도자가 힘들다고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지도자를 하고 싶은 게 꿈이었다. 생각했던 나이에 그만두고 지도자로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부연했다.

은퇴를 결정한 만큼 새 시즌에 임하는 매 순간 순간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지난해 선수생활을 마감한 이동국처럼 은퇴 전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 팬들 곁에서 마무리짓고 싶은 마음이 크다.  

염기훈은 최고의 위치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염기훈은 최고의 위치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염기훈은 "최고의 순간에 내려놓는 게 모든 운동선수들의 꿈 아닐까. 선수들, 팬들과 함께 80(골)-80(도움)까지 달성하고 은퇴하면 어느 선수 못잖게 은퇴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코로나 사태가 길어져 육성응원이 금지된 상황이지 않나. 은퇴하는 날에는 육성응원이 가능해 응원콜을 받고 은퇴하고 싶다"고 바랐다.

염기훈 은퇴 소식에 팬들만큼 놀란 게 아들이라고 한다. 아버지를 따라 축구를 시작한 아들이 아버지가 피치를 떠난다는 소식에 적잖이 놀랐다고.

그는 "아들이 친구들 통해 소식을 듣고 '아빠 은퇴하느냐'고 묻더라. 자식들은 내가 빨리 은퇴했으면 하더라. 자신들과 보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면서 "한편으론 은퇴식을 하면 아들이 가장 많이 울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축구선수인 걸 되게 좋아했고, 자신도 자연스레 축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슬퍼할 것 같다"고 전했다.

염기훈이 그리는 구체적인 마지막 시즌 그림은 무엇일까. 현재 가장 즐겁게 운동하고 있다는 그는 "이 즐거운 마음을 마지막까지 가져갈 수 있기를, 팬들과 웃으면서 헤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며 "2부에서 쌓은 기록 여부를 떠나서 개인 통산 80-80은 정말 이루고 싶다. 수원에 와서 서울과 라이벌 구도 속에 많이 웃고 울었다. 80-80을 FC서울전 프리킥 골로 달성하면 더 좋겠다"고 힘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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