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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장군' 김예림-'댄싱머신' 곽윤기, 빛나는 신스틸러들 [베이징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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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장군' 김예림-'댄싱머신' 곽윤기, 빛나는 신스틸러들 [베이징올림픽]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2.18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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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피겨 장군’, ‘댄싱 머신.’ 금메달의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애칭까지 얻었다.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이자 과거에 비해 개성이 부각되는 시대임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김예림(19·수리고·단국대 입학예정)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낳은 ‘뉴 스타’ 중 하나다. 17일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클린 연기’를 펼치며 총점 202.63점으로 유영(18·수리고)과 함께 한국 피겨 사상 첫 올림픽 동반 톱10이라는 성과를 냈는데, 실력 못지 않은 독특한 개성으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예림이 17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치고 두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5일 쇼트프로그램 당시 마치 선녀 혹은 영화 겨울왕국의 엘사를 연상케하는 의상과 아름다운 몸짓으로 연기를 소화해낸 그. 연기를 마친 뒤엔 180도 달라졌다. 

관객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한 그는 퇴장을 위해 몸을 돌린 뒤 연기가 힘들었단 듯 찡긋하는 표정을 짓더니 거친 숨을 몰아쉬며 씩씩한 발걸음으로 링크를 빠져나왔다. 누구보다 차분하고 아름다운 몸짓을 뽐내던 김예림의 ‘걸크러시’ 반전 매력에 누리꾼들은 열광했다.

김예림의 퇴장 장면을 조명한 유튜브 채널 14F 일사에프의 영상은 업로드 이틀 만에 80만 조회수를 훌쩍 넘겼다. ‘연기할 때는 걸그룹 오마이걸이었다가 퇴장할 땐 보이그룹 몬스터엑스가 됐다‘는 댓글은 많은 공감을 샀다. 어느덧 그에겐 ‘피겨 장군’이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김예림은 꿈나무로 주목받던 초등학교 시절부터 털털한 성격이 돋보였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라는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매력이 누리꾼들에겐 오히려 어필이 되고 있다.

아름다운 몸 동작으로 선율에 맞춘 완벽한 연기를 펼친 김예림. [사진=연합뉴스]
연기 후엔 이와 상반되는 씩씩한 발걸음으로 반전 매력을 뽐내며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말하는데에도 거침이 없다. 이번 대회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에 대해서도 솔직한 마음을 표현했다. 발리예바는 금지 약물 복용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대회 출전을 감행했는데 김예림은 “베이징에 오기 전에 그 의혹을 들었고 연습 과정에서 출전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때 심정이 제일 복잡했다. 오랫동안 꿈꿔온 무대가 그런 이슈로 영향을 받는 게 싫었다”고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어릴 적부터 국제대회를 경험하며 학습한 외국어 능력도 김예림을 돋보이게 한다. 능숙한 영어 실력으로 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통역 없이 답하는 것 또한 ‘입덕 모먼트’가 되고 있다.

17일 대회를 마무리하고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선 김예림은 “올림픽을 앞두고 기대와 설렘도 있었지만 반면 너무 큰 대회라 부담도 컸다. 심적으로 힘들었다”며 “점수와 등수를 떠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보여줬다는 것이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새 별명에 대해선 “피겨 장군이라는 말은 생각지도 못한 별명이다. 얼떨떨하다”면서도 “어떤 방식이든지 간에 관심을 가져주신다는 점에서 기쁘다. 색다른 수식어 같아 좋다”고 전했다.

쇼트트랙 대표팀 맏형이자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남자 5000m 계주 은메달에 힘을 보탠 곽윤기. [사진=연합뉴스]

 

한국 동계 종목의 꽃, 쇼트트랙도 빼놓을 수 없다. 금메달을 목에 건 황대헌(강원도청·한국체대 졸업 예정)과 최민정(성남시청)도 큰 사랑을 받고 있지만 곽윤기에 대한 관심이 유독 놀랍다.

곽윤기는 2010년 밴쿠버 대회를 시작으로 해 3번째 올림픽에 나선 한국 대표 쇼트트랙 스타다. 12년 전에 이어 다시 한 번 계주에서 은메달을 추가하며 감격스러운 마무리를 했다.

임효준과 심석희(서울시청)가 불미스러운 사고로 중국 귀화, 대표팀 자격 정지를 당하며 4년 전에 비해 분위기가 뒤숭숭했기에 곽윤기의 어깨는 더 무거웠다. 대표팀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리더 역할을 제외하더라도 곽윤기는 대회 전부터 화제의 중심에 서 있었다. 개회식 기수를 맡은 그는 한 눈에 확 튀는 분홍색 머리로 변신해 시선을 끌더니 대회 시작 전 “중국 선수들과 스치기만 해도 페널티(실격) 처분을 받을 것 같다”는 발언으로 중국 네티즌들의 집중포화를 받았는데 놀랍게도 현실화되며 그의 선견지명이 조명됐다.

모두가 불만을 갖고도 선뜻 입밖에 내뱉지 못하는 말도 곽윤기는 참지 않았다. 중국이 2000m 혼성 계주에서 ‘블루투스 터치’로 결승에 오르고 금메달을 따자 “중국이 아니었다면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꼬집었고 이어진 편파 판정 논란에는 “많은 국민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 발언으로 편파성 판정이 더 심해지진 않을까 우려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국민들의 답답한 속을 뻥 뚫어줬다.

넘치는 끼를 앞세워 5000m 계주 간이 시상식에선 방탄소년단의 춤을 추며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연합뉴스]

 

실력으로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남자 5000m 계주 준결승에선 하위권에 처져 있던 한국의 마지막 주자로 나서 장기인 인코스 추월로 동료들에게 결승행 티켓을 안겼다. 결승에서도 노련하게 팀을 이끌며 은메달 낭보를 전했다.

‘유튜버 곽윤기’로서도 재조명받고 있다. 쇼트트랙 연구가를 자처하며 다양한 쇼트트랙 경기 영상 분석과 동료들과 일상을 담은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는 곽윤기는 지난해 월드컵 대회 도중 네덜란드 대표팀 선수들에게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뽑기’와 딱지치기 등을 경험시켜줬는데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까지 하며 많은 호평을 얻고 있다.

이 같은 ‘미친 존재감’에 일주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50만 명을 밑돌았던 구독자수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더니 어느덧 100만을 돌파해 112만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값진 은메달과 함께 구독자 100만 이상 유튜버의 전유물인 ‘골드버튼’까지 얻게 됐다.

마지막까지도 곽윤기다웠다. 지난 16일 간이 시상식에 나선 곽윤기는 단상에 오르기 전 댄스 퍼포먼스를 펼쳤다. 12년 전 당시 유행하던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 안무를 따라했던 그는 이번엔 방탄소년단(BTS)의 춤을 췄다. 이번엔 의미도 더했다. 방탄소년단 멤버 RM이 편파판정에 불구하고 선전하는 쇼트트랙 대표팀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고 이에 화답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올림픽만을 바라보며 4년 내내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린 선수들이다. 누구보다 결과에 집착할 만하지만 누구보다 대회를 즐기고 자신들만의 개성을 뽐내는 이들에게 더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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