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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파행, 류현진 김광현은? [M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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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파행, 류현진 김광현은? [MLB]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3.0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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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개막이 27년 만에 미뤄졌다.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롭 맨프레드 MLB 사무국 커미셔너(최고 관리자)는 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의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노사 합의에 실패했다"고 전했다.

본래 개막일은 4월 1일이었지만 최소 일주일가량 뒤로 밀릴 전망이다. 팀당 162경기씩 치르는 정규시즌 일정을 '최대 156경기'로 축소한다. 일단 개막 후 두 번의 시리즈(팀당 6경기)가 취소됐다. 취소된 경기는 다시 편성되지 않는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취소된 경기에선 선수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사진=AP/연합뉴스]
MLB 노사가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정규시즌 개막이 미뤄졌다. [사진=AP/연합뉴스]

토니 클라크 선수노조 위원장은 "오늘은 매우 슬픈 날"이라며 "우리가 경기할 수 없는 이유는 명료하다. 구단 측이 '직장폐쇄'라는 경제적인 무기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책임을 구단과 사무국에 돌렸다.

선수 대표로 참석한 앤드류 밀러(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연봉 삭감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다. 안타깝지만 충격적이지는 않다"며 "구단과 사무국이 어떤 준비를 하는지 알고 있었다"고 비꼬았다. 선수노조 교섭 대표 브루스 메이어는 "취소한 시리즈 재편성과 온전한 선수 급여 보전을 요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난해 12월 2일 직장폐쇄 후 뉴욕에 위치한 커미셔너 사무국과 선수노조 사옥에서 협상했던 MLB 노사는 2월 22일부터 플로리다 주피터로 이동해 협상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날 소득 없이 대화가 마무리됐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선수노조 관계자들이 뉴욕으로 돌아간다. 4일까지는 협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우리는 협상을 재개할 의지가 있다"고 했다. 선수노조도 "최대한 빨리 협상을 진행하길 바란다"고 했다.

[사진=AP/연합뉴스]
부유세 한도, 보너스 풀, 최저연봉 등 사항에서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부유세 한도를 두고 양측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날 사측은 협상 마감 1시간 30분 전에 최종 제안을 했다. 부유세 한도를 2022년 2억1000만 달러(2528억 원)에서 2026년 2억3000만 달러(2769억 원)로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선수노조는 올해 2억3800만 달러(2865억 원)로 시작해 2026년 2억6300만 달러(3166억 원)로 올리는 방안을 고수했다.

연봉 조정신청 자격을 얻지 못한 젊은 선수들에게 주는 '보너스 풀'에 대한 생각도 달랐다. 구단이 기존안 2500만 달러(301억 원)에서 3000만 달러(361억 원)로 보너스 풀 규모를 늘렸고, 선수노조는 1억1500만 달러(1384억 원)에서 8500만 달러(1023억 원)로 낮췄지만 양측 제안 격차가 너무 크다.

최저연봉에서도 이견이 있다. 구단 측은 기존 67만5000달러에서 2만5000달러 높인 2022년 70만 달러(8억4200만 원)를 제시하며 2026년까지 매년 1만 달러(1200만 원)씩 올리는 방안을 요청했다. 그러나 선수노조는 최저연봉을 올해 72만5000달러(8억7200만 원), 내년 74만5000달러(8억9700만 원), 2024년 76만5000달러(9억2000만 원)로 올리고, 2025년과 2026년은 물가 상승률 등에 기초한 상승률을 적용하자며 맞서고 있다.

MLB 구단은 선수노조와 단체협약(collective bargaining agreement·CBA)을 개정하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직장폐쇄를 택했다. 이후 자유계약선수(FA) 협상 등 주요 업무가 중단됐다. 선수들은 구단 훈련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일정도 미뤄졌고, 이제는 정규시즌마저 축소했다. 일부 팬들이 양측 협상 장소를 찾아와 극적인 타결을 기대했지만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현지에선 1994~1995년 장기간 이어진 '파업' 때를 떠올리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현지에선 올해 노사 분규를 바라보며 1994∼1995년 파업을 떠올린다. 1994년 8월 선수노조는 MLB 구단들이 샐러리캡(팀 총 연봉 상한) 도입을 강행하려 하자, 파업을 벌였다. 그 해 포스트시즌(PS)은 취소됐고, 이듬해 정규시즌도 팀당 162경기에서 144경기로 줄었다. 가장 최근 MLB가 정상적으로 개막하지 못한 건 지난 2020년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팀당 60경기 단축 시즌을 벌였다.

AP통신은 "MLB 직장폐쇄가 90일째 이어지고 있다. 232일 동안 파업했던 1994∼1995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긴 파업과 직장폐쇄 등 노사분규가 계속되고 있다"며 "정규시즌이 축소되면 MLB 선수들 연봉 총액은 하루 평균 2050만 달러(246억 원)씩 줄고, 구단들도 예상할 수 없는 피해를 본다"고 분석했다.

선수들은 맨프레드 커미셔너를 맹렬히 비판하고 있다. 협상 기간 자주 '골프 스윙'을 하고, 2일 기자회견 중 밝게 웃은 것을 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저격했다. 마커스 스트로먼(시카고 컵스)은 "맨프레드는 퇴진하라"고 외쳤고, 마이클 로렌젠(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은 "지금이 웃을 때인가. 맨프레드는 정신이 나갔다"고 썼다.

MLB 최고 스타 중 하나인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은 "난 경기에 뛰고 싶지만 올바른 협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무국과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공정한 협상 대신 리그 폐쇄를 선택했다"며 "난 동료들과 함께 설 것이다. 이는 팬들과 후세대 선수들을 위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친정팀 한화에서 함께 훈련 중인 류현진(오른쪽).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친정팀 한화에서 함께 훈련 중인 류현진(오른쪽).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국내에 체류 중인 메이저리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김광현(FA)의 훈련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최소 일주일 이상 더 국내에 머무르며 개인 훈련을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달 초 경남 거제에서 진행한 한화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함께 훈련해 온 류현진은 계속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 그는 MLB 직장폐쇄가 풀릴 때까지 친정팀 한화에서 함께 훈련하기로 했다. 4~5일 이곳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연습경기를 벌이는데 LA 다저스 시절 동료 야시엘 푸이그와 류현진이 재회하는 장면이 연출될 전망이다.

김광현도 국내 개인 훈련을 할 수밖에 없다. 과거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엄정욱, 윤희상이 운영하는 야구 아카데미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현재 소속 팀이 없는 만큼 새 둥지가 정해질 때까진 국내에 남아있는다. 직장폐쇄가 끝나야 새 팀과 계약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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