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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희 감독-흥국생명 동행 마침표, 지난 8년 돌아보니 [여자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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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희 감독-흥국생명 동행 마침표, 지난 8년 돌아보니 [여자배구]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3.2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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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프로배구 여자부 역대 최장수 사령탑인 박미희(59) 감독이 인천 흥국생명과 동행을 마무리했다. 갑작스런 시즌 종료에 눈시울을 붉혔던 박 감독의 지난 여정을 돌아보면 그가 여자배구 판에 남긴 족적이 굵직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박미희 감독은 23일 V리그 기자단에 "이번 시즌을 끝으로 흥국생명을 떠나게 됐다. 그동안 응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지난 21일 서울 GS칼텍스와 6라운드 홈경기를 치르던 중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에서 일정 중단 및 시즌 조기종료가 결정됐다. 흥국생명 지휘봉을 잡고서 8번째 시즌까지 매듭지은 박 감독은 이틀 후 자신의 거취를 알렸다. 구단과 상의 끝에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올 시즌 전적은 10승 23패로 7개 팀 중 6위다. 그동안 흥국생명을 리그 정상권에 군림시킨 박 감독의 마지막 성적표로는 분명 아쉬운 게 사실이나, 올 시즌 전력이 크게 약해진 상황에서도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선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박미희 감독이 흥국생명과 8년 동행을 마무리했다. [사진=스포츠Q(큐) DB]

현역 시절 국가대표로 활약한 박미희 감독은 KBSN스포츠 배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던 2014년 흥국생명에 부임했다. V리그 사상 2번째 여성 사령탑이었으니 파격적인 인사로도 풀이된다.

박 감독이 오기 전 3시즌 동안 하위권(5-6-6위)에 머문 흥국생명은 그와 함께한 8시즌 동안 5차례 봄 배구 무대를 경험했다. 특히 2018~2019시즌 통합우승을 달성하는 등 2차례 정규리그 1위에 올랐다. 여성 지도자로는 한국 4대 프로스포츠에서 최초로 페넌트레이스와 포스트시즌을 모두 제패한 감독이 됐다.

그는 부임 첫 해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공수 만능 윙 스파이커(레프트) 이재영(PAOK 테살로니키)을 지명한 뒤 팀 전력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이후 젊은 선수들에게 경험을 불어넣는 것과 동시에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팀에 꼭 필요한 베테랑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했다.

2016~2017시즌 이재영을 앞세워 처음 정규리그 정상에 섰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선 관록의 화성 IBK기업은행을 넘지 못했다. 다음 시즌 다시 최하위로 추락했던 흥국생명은 2018~2019시즌 최적의 조합을 찾고, 12년만의 통합우승을 작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코로나로 중단된 2019~2020시즌은 3위로 마쳤다. 이어진 FA 시장에서 '집 토끼' 이재영을 잡고, 쌍둥이 동생 이다영을 품었다. '월드클래스' 김연경까지 친정팀에 돌아오면서 사상 최강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따랐지만 예상 밖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외국인선수가 부상 및 기량 부족으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고, 설상가상 이재영·다영 쌍둥이의 학폭 논란이 불거지면서 팀은 풍비박산났다.

박미희 감독은 흥국생명을 5차례 봄 배구 무대로 올렸다. 2018~2019시즌에는 여성지도자로는 국내 4대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사진=KOVO 제공]

박미희 감독은 코트 내 리더 김연경과 함께 어린 선수들을 잘 다독여가며 가시밭길을 헤쳐나갔다.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뒤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했다. '흥벤져스' 수식어에 걸맞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완주한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만큼 심적으로 피곤한 시즌으로 남았다.

올 시즌은 더 어려웠다. '디그 여왕' 리베로 김해란이 복귀했지만 김연경이 다시 해외로 나가면서 이렇다 할 스타플레이어 없이 시즌을 치렀다. 이주아, 박혜진, 김다솔, 정윤주 등 어린 선수들을 중심으로 리빌딩에 나섰다. 초장부터 성적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맞췄고, 유의미한 성과가 있었다. FA 시장 그리고 외인 드래프트 행보에 따라 다음 시즌 반등할 초석을 다졌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21일 GS칼텍스전 앞서 시즌 종료 가능성을 염두에 둔 그는 부상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출전시간을 부여했다. 시즌 종료가 확정되자 "선수들이 절제하며 따라주고 지켜줬다. 우리가 함께 모여 운동하는 건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서였다. 이 아이들이 흥국의 미래다. 좀 더 고생하면 좋은 시대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박 감독은 팀 구성과 선수장악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구단과 꾸준히 신뢰를 쌓으면서 오랫동안 팀을 상위권에 유지시키켰다. 그는 2020년 인터뷰에서 "롱런의 비결은 선수들 덕"이라며 자신을 낮추고 선수들을 치켜세운 바 있다. 

그는 2011년부터 8년간 IBK기업은행을 맡았던 이정철 SBS스포츠 해설위원과 함께 여자부 최장수 감독으로 남게 됐다. 여자부 지도자 중 이정철(157승), 고(故) 황현주(151승) 감독에 이어 3번째로 많은 125승을 쌓고 물러난다. 흥국생명은 곧장 후임 사령탑 인선에 돌입했다. 남자부 지도자를 한 배구계 인사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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