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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아닌 역시나, 팬들이 한화에 분노하는 이유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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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아닌 역시나, 팬들이 한화에 분노하는 이유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5.27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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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전날까지 3연승을 달린 팀이 맞나 싶었다. 야구장을 찾은 팬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화 이글스는 2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홈경기에서 두산 베어스에 3-24 참패했다.

지켜보던 팬들을 허탈하게 만든 것을 넘어 분노케 했다. 앞서 며칠 잘나가며 ‘혹시나’하며 품었던 기대감을 ‘역시나’라는 실망감으로 바꿔놨다. 두산에 우세 3연전을 가져갔고 탈꼴찌에도 성공했던 터. 팬들의 분통이 터진 것은 단지 큰 점수 차 패배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26일 두산 베어스를 홈으로 불러들인 한화 이글스는 처참한 경기력으로 참패를 당했다. 팬들에게 사과가 필요한 경기력이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2일 키움 히어로즈전 승리를 시작으로 3연승을 달린 건 한화에 한 줄기 희망을 심어줬다. 최하위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하며 끌려가던 경기를 뒤집는가 하면 선발과 불펜진이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다. 특히 지난 25일 두산전에선 38일 만에 복귀한 라이언 카펜터가 무난한 복귀전을 치렀고 공을 넘겨받은 남지민이 4이닝을 잘 막아내며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타선에선 홈런 3방 포함 장단 15안타를 날리는 투타 조화 속에 14-1 대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 전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전날 박정현과 홈런 내기에서 패한 덕에 선수단 전체에 커피 80잔을 쏘며 여느 때에 비해 유독 유쾌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었다. 한화 선발 윤대경은 선두 타자 안권수를 시작으로 5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박세혁의 희생번트로 첫 아웃카운트를 잡아냈으나 이후에도 상황은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단순히 투수진 붕괴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김재호의 평범한 땅볼을 잡은 1루수 노시환은 추가실점을 막기 위해 홈송구를 노렸으나 늦었다고 판단해 타자주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노시환이 비운 1루는 무주공산이었다. 노시환의 선택도, 2루수 정은원의 커버플레이도 모두 늦었다.

멘탈이 흔들린 윤대경은 김재환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지만 이내 2번째 타석에 들어선 안권수를 3루수 팝업 플라이로 잡아냈다. 앞선 실책성 플레이가 없었다면 0-5에서 이닝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상황.

한화 선발 윤대경은 1회초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7피안타 2사사구 9실점하며 고개를 숙인채 물러났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그러나 두산엔 한 차례 기회가 더 있었고 밀어내기 볼넷까지 내준 윤대경은 결국 주현상에게 공을 넘겨야 했다. 흐름이 이미 기울어진 상황에서 투수진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밀어붙였던 상황이지만 윤대경은 자신감 있게 공을 뿌리지 못했다.

6점을 더 내준 뒤에야 두산의 1회 공격이 마무리됐다. 그마저도 허경민이 2루타 후 무리하게 3루를 파고들다 늘어난 아웃카운트였다. 30분간 이어진 두산의 공격이 드디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한화는 KBO 역사에 남을 기록의 희생양이 됐다. 두산은 KBO 역대 1회초 최다 안타(10개) 타이기록을 세웠고 27안타, 24득점으로 한 경기 최다 안타 타이, 최다 득점 기록을 세웠다. LG 트윈스(1992년 4월 23일 OB전 13득점)에 이어 1회초 최다 득점 2번째 기록도 장식했다.

사실상 경기는 여기서 마무리됐다. 타선은 어떤 반전도 써내지 못했고 5명의 투수진을 더 소모하면서 13점을 더 내줬다. 7회 등판해 2이닝 무실점 호투한 신정락을 제외하고는 모두 힘없이 무너지며 실점했다. 팀이 1-18로 뒤진 4회초 수비에선 하주석의 안일한 송구로 인한 실책도 기록됐다. 추가 실점은 나오지 않았지만 한화 팬들의 고개를 가로젓게 만든 장면이었다.

패배가 아프지 않을 팬들이 어디있겠냐마는 한화 팬들은 10년 이상 이어진 부진으로 어느 정도 패배에 면역이 돼 있다. 한화 팬들을 ‘부처’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패배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 올 시즌 한화는 끈질기게 추격하는 경기가 많았고 지더라도 팬들에게 위안거리를 던져주는 일이 적지 않았다. 적어도 미래에 대한 희망은 품을 수 있었다.

이날 경기는 달랐다. 앞선 3연승으로 얻은 희망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내용이었다. 선수들은 1회부터 집중력 부족을 나타냈고 팬들보다 먼저 경기를 포기한 듯한 태도를 보였다. 프로스포츠는 팬들이 있기에 존재한다.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집중하고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화 선수들이 다시 한 번 되새겨봐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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