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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 '당구 신생아' 변신, 성장 위한 리셋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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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 '당구 신생아' 변신, 성장 위한 리셋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6.19 1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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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다시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당구 신생아라고 볼 수 있다.”

여자프로당구(LPBA) 통산 포인트 랭킹 1위, 다승과 상금 랭킹 2위에 빛나는 김세연(27·휴온스 헬스케어 레전드)이지만 당구는 어렵기만 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과감한 변신을 선택했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20일 경주 블루원리조트에서 2022~2023시즌 PBA 투어가 개막한다. 첫 대회를 앞두고 있지만 김세연은 구체적 성과가 아닌 ‘발전’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미 최강자 중 하나라 평가받는 김세연은 왜 변신을 택했을까.

LPBA 통산 포인트 랭킹 1위 김세연은 올 시즌을 앞두고 과감한 변화를 택했다. 얼마나 빠르게 보완점을 메울지가 올 시즌 그의 행보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 돌고 돌아 ‘월드챔피언’, 그러나 다시 찾아온 슬럼프

프로당구 출범을 알린 2019~2020시즌 파나소닉 LPBA 챔피언십. 김세연은 준우승으로 화려하게 존재감을 알렸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과 달리 앞날은 험난하기만 했다. 잔여 시즌 동안 16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다. 준우승 타이틀을 가졌음에도 프로 2년차부터 시작한 팀리그엔 참가하지 못했다.

이를 간 김세연은 변화를 택했다. 파워 넘치는 스트로크는 강점이기도 했지만 발목을 붙잡기도 했다.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하며 정교함을 더하기 위해 변화를 택했고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에게 프로 첫 우승 트로피를 안겨줬다. 이후 우승 상금 1억 원의 월드챔피언십 초대 챔피언에 올랐고 지난 시즌 2차전에서도 정상에 서며 명실상부 최상위권 선수로 발돋움했다

팀리그 2년차 김세연은 신생팀 휴온스 레전드에 우선 지명으로 입단했는데, 에이스의 무게감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개인전과 팀리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 2차전 우승 후 김세연의 최고 성적은 16강 두 차례가 전부였고 팀리그에서도 휴온스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김세연은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온다. 내겐 그런 시즌이었던 것 같다”며 “확실히 흐름인 것 같다. 초반엔 개인전 우승도 하고 팀리그에서도 못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며 양쪽 다 욕심이 커지다보니 무너지게 됐다”고 말했다.

월드챔피언십 포함 통산 3승으로 누적 상금 1억5270만 원을 기록한 김가영(39·하나카드 원큐페이)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올라 있는 김세연이지만 변화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김세연은 “이대로는 더 이상 발전을 하진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주위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러면 안 되겠다. 이도저도 아닌 선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슬럼프를 거친 김세연은 "이러면 안 되겠다. 이도저도 아닌 선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새 스승 오성욱의 함께 기초부터 다시 다져나가고 있다.

 

◆ 새 스승 오성욱과, 기초부터 다시!

김세연의 기존 스승은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김보미(24·NH농협카드 그린포스)의 부친이자 PBA 투어 우승자 출신이기도 한 김병호(49·하나카드). 그러나 김병호는 올 시즌 팀리그에 다시 합류했고 지역적으로 거리가 멀어지기도 했다. 자연스레 새 스승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때 마침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오성욱(44)이 팀 동료로 합류하게 된 것. 김세연은 “당구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라도 알 만한 유명한 선수다. 아마추어 때부터 알고 있었다”며 “경기 때도 즐기는 듯한 태도가 나와 잘 맞는 스타일”이라고 반겼다.

다시 초심자의 자세로 돌아갔다. “슬럼프가 오고 나서 기본기부터 잘못된 것 같다고 느꼈다. 다시 시작하고 있다”는 김세연은 “오성욱 프로님이 오시면서 여쭤보면서 대화할 기회가 생겼고 그 이후 배우게 됐다. 스트로크 연습 등 완전 기초부터 짚어주시면서 숙제를 내주시고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 시즌을 맞는 자세가 남다르다. “훈련도 하고 PT(퍼스널 트레이닝)도 하고 피곤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오랜 시간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기에 지구력 등 체력적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됐다”는 설명. 세월의 흐름을 체감하며 소속팀 휴온스의 건강기능식품도 빼먹지 않고 챙겨먹는다고.

오전마다 운동을 하고 오후엔 당구장에서 경기 감각 조율을 위한 경기, 손님들이 빠져나간 뒤엔 훈련에 매진하는 삶을 반복하며 누구보다 프로 정신을 갖고 새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다.

2년 연속 한가위에 우승을 맛봤던 김세연은 "올 시즌 목표는 최소한 지금보다는 발전된 모습이면 좋겠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성적은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PBA 투어 제공]

 

◆ 경쟁자는 자신, 땀방울의 힘을 믿고

지난 시즌 우승 두 차례 포함 완전히 자리를 잡은 스롱 피아비(32·블루원리조트 엔젤스)와 월드챔피언십 새로운 우승자 김가영과 대한당구연맹(KBF)에서 3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랭킹 1위에 오른 김진아(30·하나카드)의 합류는 김세연에게 커다란 자극제가 되지는 않을까.

김세연은 “사람은 많을수록 좋다”면서도 “그렇다고 견제하진 않는다. 언제나 그렇듯 나만 바라본다. 훈련을 통해 발전시키면 결과는 내가 노력한 만큼 반드시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성적이 안 나면 그만큼 나보다 상대가 더 열심히 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구체적인 목표를 내세우진 않는다.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는 변화의 시기이기 때문. 김세연은 “우승을 못하더라도 정상권에 있는 선수들에게 지금보다 발전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며 “구체적 목표를 정한다는 것은 지금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결이 다르다. 지금은 성적에 대해선 내려놔야 할 때“라고 잘라 말했다.

조급해하진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경주 대회(개막전)와 2번째 대회 이후에 팀리그가 시작된다”며 “개인투어 2개보다는 팀리그 시작 때까지 지금 훈련 중인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세연에게 두 차례 정상을 안겼던 건 추석 때마다 열렸던 TS샴푸 대회. ‘한가위 퀸’이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팀리그 개막 때까지 보완점을 메우겠다는 김세연이기에 자연스레 TS샴푸 챔피언십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그러나 결코 들뜨지 않으려 한다. 2보 전진을 위한 후퇴가 1보에서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다. “마음먹기가 진짜 힘들다. 첫 우승 전에도 다시 기초부터 바꾸느라 1년이 걸렸다”며 “이번엔 그렇게까지 오래 안 걸렸으면 좋겠다. 올 시즌 목표는 최소한 지금보다는 발전된 모습이면 좋겠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성적은 따라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미 LPBA를 대표하는 스타 김세연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힘든 길을 택했다. 더 위대한 선수가 되기 위한 김세연의 여정이 당구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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