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19 20:11 (화)
손흥민에 황희찬 이강인까지, 인종차별과 전쟁
상태바
손흥민에 황희찬 이강인까지, 인종차별과 전쟁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8.01 1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월드클래스 공격수’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의 한마디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독일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발언은 현지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이처럼 해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이들도 인종차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황희찬(26·울버햄튼 원더러스)과 이강인(21·마요르카)도 마찬가지다.

황희찬은 1일(한국시간) 포르투갈 알가르브 경기장에서 열린 포르투갈 2부 리그 SC 파렌세와 프리시즌 친선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곳에서 황희찬은 관중석의 한 파렌세 팬에게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들었다.

울버햄튼 원더러스 황희찬(가운데) 1일 포르투갈 SC 파렌세와 프리시즌 친선경기 중 상대 팬으로부터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었다. 울버햄튼은 UEFA에 이 사건을 보고했다. [사진=울버햄튼 원더러스 트위터 캡처]

 

황희찬은 주심과 울버햄튼 주장 코너 코디에게 상황을 알렸으나 곧바로 조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구단은 경기 후 대응에 나섰다.

울버햄튼은 성명을 통해 “파렌세와 친선경기에서 우리 팀의 한 선수가 상대 팬에게 인종차별의 타깃이 된 데 대해 크게 실망했다”며 “유럽축구연맹(UEFA)에 이 사건을 보고하고 관련 기관의 조사를 요구할 것이다. 사안과 관련해 피해 선수를 철저하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형태로든 인종차별은 용납될 수 없으며 절대 방치돼선 안 된다”고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날 후반 23분 교체되기 전까지 활발히 피치를 누빈 황희찬은 페널티킥 동점골까지 넣으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팀은 1-1로 비겼다. 잘 뛰고도 욕을 먹는 아이러니한 상황. 원정에서 겪는 흔한 일이긴 하지만 인종차별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는 폭력행위다.

이강인도 인종차별 피해 의혹으로 시선을 모았다. 1일 나폴리와 프리시즌 친선경기를 앞두고 열린 훈련 장면이 한 유튜버를 통해 공개됐는데, 공을 손으로 잡은 이강인을 향해 하비에르 야브레스가 발길질을 한 것. 이강인은 손을 다친 것처럼 보였고 코치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이때 지오바니 곤살레스가 다가와 다시 이강인에게 발길질을 했다.

찰나의 순간을 담은 영상이었으나 많은 팬들의 걱정을 샀다. “이강인이 마요르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것이 아니냐”, “인종차별적인 행위”라는 것이었다.

인종차별 피해 의혹을 받은 이강인(왼쪽)이 지오바니 곤살레스와 찍은 사진에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적으며 웃었다. 해프닝이라는 걸 보여주며 팬들을 안심케 했다. [사진=이강인 인스타그램 캡처]

 

다행스럽게도 이는 해프닝이었다. 둘은 평소 친한 사이였고 이강인은 자신의 SNS에 곤살레스를 태그해서 올리며 “인종차별 하지마”라고 농담을 던지며 웃었다. 마요르카도 구단 SNS에 둘이 어깨동무하고 있는 사진을 올렸는데, 이강인은 이를 재업로드하며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농담을 던졌다. 사실이라면 이렇게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오히려 유쾌하게 받아치며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보여준 행동이다.

그러나 인종차별 피해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팬들의 불안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유럽에서 널리 인정을 받고 있는 손흥민까지도 인종차별 피해를 겪었고 누구도, 특히 아시아권, 아프리카 선수들 등은 결코 인종차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피해 사례도 수시로 나오고 있다.

지난 23일 영국프로축구 내셔널리그(5부) 체스터필드FC와 EFL 리그2(4부) 브래드포드 시티 AFC의 친선경기에서도 인종차별 발언이 나와 전반전 도중 경기가 중단되는 사태가 있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인종차별 혐의에 대한 조사를 착수할 예정이다. 경기 도중 체스터필드 팬이 브래드포드 교체 선수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마크 휴즈 브래드포드 감독은 브래드포드 지역지 텔레그래프&아거스와 인터뷰에서 “절대적인 모욕이다. 나는 그런 사람을 지지자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고 분개했다.

경기 결과보다는 시즌을 준비하며 선수들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그동안 갈고닦은 전술을 점검할 수 있는 프리시즌 경기이지만 팬들의 열정과 나아가 도를 넘은 상대 비방은 멈추지 않는다. 축구계가 인종차별로 인한 몸살을 앓고 있다. 낯선 환경에 진출해 있는 코리안리거들에 대한 팬들의 걱정이 멈출 줄 모르고 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