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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제 개막작 '바람의 향기' 살펴보니... [B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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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제 개막작 '바람의 향기' 살펴보니... [BIFF]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2.10.06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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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인간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숨 쉬기 힘들 정도로 지친다 하여도 계속해서 살아나가야 합니다."

지난 5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바람의 향기'(감독 하디 모하게흐)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하디 모하게흐 감독과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야즈의 통곡'으로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을 수상한 하디 모하게흐 감독의 네 번째 영화인 작품은 하반신 장애가 있는 남자가 전신 마비 상태의 아들을 간호하며 마을 사람들과 교감하고 서로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야기는 남자의 집이 단전되며 시작된다. 남자는 전기 기사를 불러 이를 해결하고자 한다.

하디 모하게흐 감독. [사진=연합뉴스]
하디 모하게흐 감독. [사진=연합뉴스]

영화는 감독이 나고 자란 데쉬다트의 곳곳을 포착하여 삭막함과 아름다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풍광을 담는다. 이를 위해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인물을 조명하기 보다 와이드샷 위주로 장면을 풀어낸다.

그는 "신이 만든 아름다움 중 가장 눈에 잘 보이는 것 중 하나가 풍경이다. 풍경은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역사적으로 이어온 인간의 고통과 슬픔, 기쁨이 느껴지기도 한다"며 "그곳에서 태어났고 지역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내 이야기의 일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데쉬다트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인구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제게 계속해서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숨어있는 세계의 아름다운 장소를 찾아 영화를 찍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작품을 두고 '영화를 만들다'가 아닌 '영화에 살았다'고 표현하기도. 그는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도 가지고 있었지만, 그냥 모두가 주어진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인생이란 이미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예로 극중 죽은 여성을 언급하며 "나는 그 여자가 죽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저 영화를 찍다 보니 여성이 삶을 억지로 이어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인 나는 그가 죽기를 원하지 않았지만, 스크립트는 그가 죽기를 원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극중 전기 기사 역을 맡아 연기자로서 스크린 안에 존재하기도 했다. 그는 "전문 배우가 연기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제가 보여주고자 했던 건 외면이 아닌 내면을 연기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라며 "영화에는 대사가 거의 없고 침묵의 순간이 많다. 그렇기에 관객은 배우를 보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내면을 연기할 수 있는 건 저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저 스스로도 연기하면서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고 연기자로 나선 이유에 대해 답했다.

영화 '바람의 향기' 스틸컷.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영화 '바람의 향기' 스틸컷.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작품 속 인물들에겐 장애를 배려하는 모습이 없다. 각자의 위치에서 존재하며 그것이 비정하거나 이기적이게 그려지기보다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불편한 걸음걸이로 걸어오는 주인공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바늘에 실을 꿰달라고 부탁하는 노인이 대표적인 예다. 

이에 그는 "바늘을 꿰는 장면은 사랑을 담은 모습이다. 늙은 노인이 아내의 양말을 꿰매기 위해 주인공에게 부탁하는 거다. 사랑은 늙지 않고 항상 신선하게 유지된다. 특히 나이가 든 사람들 사이 사랑은 더욱 아름다고 느낀다. 육체가 아닌 정신에서 오기 때문"이라며 "나이 든 남자는 바늘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주인공이 다가갈 때도 바늘만 보고 있다. 그의 목표는 바늘 구멍에 실을 넣는 것 뿐이다. 그것이 너무 중요해서 누가 다가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런 작은 순간들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극중 배우는 하반신 장애를 연기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장래를 가진 분이었다. 장애인처럼 보일지라도 그가 표현하는 것들은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삶에는 여러가지 장애가 있다. 사회적 장애, 정신적 장애 등. 사람들이 장애를 만났을 때 보이는 태도를 그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하디 모하게흐 감독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인간이 지닌 용서'다. 그는 "이 용서는 모든 사람들이 마음에 지니고 있다. 인간은 받는 것을 기대하지 않고 많은 것을 주기도 한다. 논리적으로 무언가 돌아오지 않더라도 인간은 온정을 베풀고 상대를 용서한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그는 "이란 영화 감독들에겐 영화제가 너무나 중요하다. 그중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란 영화의 발전에 정말 많은 도움을 준 영화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예술 영화가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도록 자유를 주고 예술 영화의 바람이 불게끔 도왔다. 이라 산업의 모든 사람들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존중하고 참여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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