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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강철 매직, KIA 김종국과 달랐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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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강철 매직, KIA 김종국과 달랐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0.1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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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경험. 많은 전문가들이 가을야구에서 가장 중시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13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2022 신한은행 SOL(쏠) KBO 와일드카드(WC) 1차전. 양 팀 사령탑의 경험 차이에서 승부가 엇갈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경기였다.

지휘봉을 잡고 한국시리즈 우승 포함 3회 연속 가을야구에 나선 이강철(56) KT 감독과 올 시즌 처음 사령탑에 오른 김종국(49) KIA 수장의 경기운영은 큰 대비를 이뤘다.

이강철(오른쪽) KT 위즈 감독이 13일 KIA 타이거즈와 WC 1차전에서 마운드를 내려가는 소형준(왼쪽)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가을에 더 빛나는 ‘강철 매직’, 더할 나위 없었다

선발로 낙점된 소형준은 올 시즌 27경기 13승 6패 평균자책점(ERA) 3.05로 팀 에이스 역할을 했지만 KIA를 상대로는 1승 2패 ERA 3.71로 조금 달랐다. 지난해(2패 ERA 5.40), 2020년(1승 1패 ERA 6.00)에도 KIA만 만나면 작아졌다.

그러나 우승 감독은 가을의 힘을 믿었다. 소형준은 가을야구에서 3경기 1승 ERA 0.60으로 누구보다 강했다.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4회초 3안타 1볼넷을 내주며 1실점을 했을 때도, 5회 안타를 맞고 수비 실책까지 범하며 1점을 더 내줬을 때도 있었지만 이 감독은 소형준으로 밀어붙였고 제자는 스스로 불을 끄며 믿음에 보답했다.

그럼에도 결단이 서면 빠르게 움직였다. 6회 1사에서 최형우에게 2루타를 맞자 곧바로 김민수를 올려보냈다. 앞서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였고 투구수도 82구로 충분히 6회 마무리까지 맡겨볼 수 있었으나 이 감독은 주저하지 않았다. 

8회엔 깜짝카드를 꺼냈다. 정규시즌엔 선발로만 뛰었던 웨스 벤자민을 1점 차 리드 상황에서 활용했다. 결과는 대성공. 벤자민은 소크라테스와 최형우, 김선빈까지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강철 감독의 깜짝카드였던 '불펜 벤자민'은 8회 등판해 3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감독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사진=연합뉴스]

 

◆ 철저한 계획, 이틀 휴식 챙긴 신의 한 수

셋업맨 김민수를 벤자민보다 먼저 내보낸 것도, 2이닝을 맡긴 것도 모두 계산된 것이었다. 경기 후 이 감독은 “벤자민 카드를 생각하고 있어서 김민수를 먼저 투입했다”고 밝혔다. 좌투수 벤자민 효과를 높이기 위해 김민수를 먼저 활용했고 강력한 좌타자 소크라테스와 최형우를 상대로 적시에 벤자민 카드를 꺼내들어 적중시킨 것이다.

위기에 소형준을 밀어붙였던 것처럼 김민수에게도 전폭적인 신뢰를 나타냈다. 올 시즌 76경기에 뛴 김민수가 1⅔이닝 이상을 던진 건 단 8경기에 불과했다. 그러나 10월 나흘 동안 치른 3경기에선 6이닝을 맡겼고 김민수는 그때마다 홀드를 잡아냈다. 최근 많은 투구로 피로가 누적됐을 법하지만 이날도 김민수에게 1⅔이닝을 맡겼고 김민수는 실점 없이 임무를 마쳤다.

이 감독의 작두를 탄 것 같은 마운드 운영 속 KT는 KIA의 마지막 기회마저 무산시키며 살얼음판 리드를 지켜냈다. 그 결과 KT는 8회 배정대의 쐐기 3타점 2루타 등으로 더 달아나며 승리를 굳혔다.

1차전에서 시리즈를 마친 덕에 더욱 수월하게 키움 히어로즈와 준플레이오프(준PO)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이 감독은 “오늘 시리즈가 끝나서 우리가 생각한 로테이션대로 선발을 쓸 수 있다”며 “이틀이라는 동안 잘 추스려서 좋은 경기 할 수 있도록 준비 잘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KIA 김종국 감독(맨 앞)과 선수단이 경기에서 패배한 뒤 원정 길에 동행한 팬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초보티 물씬, 김종국의 씁쓸한 가을

반면 KIA는 믿었던 션 놀린이 3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흔들리며 3실점(2자책), 퀵후크를 단행했다. 이후 토마스 파노니-전상현-이준영이 7회까지 무실점 투구했으나 8회 등판한 이의리가 흔들렸다. 2아웃을 잡아냈지만 볼넷을 3개나 허용했고 2사 만루에서 공을 넘겨받은 장현식이 배정대에게 3타점 2루타를 맞고 승리를 내줘야 했다.

지난해 신인왕 이의리는 올 시즌 10승을 달성하며 제 역할을 다했지만 정규시즌엔 선발로만 뛰었다. 김 감독은 내일이 없는 경기에서 가을야구 경험이 없고 심지어 올 시즌 KT전 ERA 8.10으로 매우 약했던 2년차 투수를 승부처에 구원등판시켰다. 이의리는 극심한 제구 난조 속 패배 빌미를 제공했다. 경기 전 “마운드를 빠르게 운영하겠다”고 했던 김 감독은 이의리가 3번째 볼넷을 내준 뒤에야 투수를 교체했다.

2사 만루에서 마운드에 올린 건 장현식이었다. 2-3에서 1점만 더 벌어져도 승부의 추가 급격히 기울어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마무리 정해영 대신 장현식을 올렸다. 선수들에게 “1경기 밖에 없으니 후회없이 하자고 말하겠다”던 김 감독. 올 시즌 19홀드를 챙긴 장현식이지만 가을야구에선 4시즌 동안 5경기 12⅔이닝에서 승리 없이 1패 ERA 4.97으로 부진했기에 더 아쉽게 느껴지는 선택이었다.

이에 앞서 KIA엔 한 차례 결정적인 기회가 있었다. 7회초 1사 1,2루에서 타석엔 김민수에게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던 이창진. 이날도 3타수 무안타였으나 벤치의 움직임은 없었다. 김민수에게 4타수 3안타로 강했던 김도영도, 대타 타율 0.297의 고종욱도 있었지만 이창진이 다시 타석에 섰고 결과는 우익수 뜬공이었다. 나성범마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동점 기회는 무산됐다.

경기 후 김 감독은 “이창진 타석 때 대타를 고민했는데 상대가 좌투수(벤자민)을 준비하고 있어서 이창진을 그대로 내보냈다”며 아쉬워했다. 이의리를 밀어붙인 것에 대해서도 “이의리가 올해 너무 잘해줘서 1이닝 정도는 막아줬으면 했는데 결과가 안 좋게 나왔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은 너무 열심히 했다. 더 과감한 결단도 내리고 했어야 했는데 감독이 미흡했다”고 자책하며 “내겐 경험이 많이 됐다. 우리 선수들도 오랜만에 포스트시즌에 나갔는데 경험이 많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험으로만 위안을 삼기엔 순간순간 결정에 대한 아쉬움의 크기가 너무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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