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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기 '계산야구', 키움 완벽했던 플랜 [KBO 준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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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기 '계산야구', 키움 완벽했던 플랜 [KBO 준PO]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0.16 1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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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기존에 잘 해주던 선수들도 중요하지만, 의외의 선수가 나오면 좋다.”

플랜은 완벽했다. 홍원기(49)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그 계획의 성공을 위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미친선수’가 나와주길 바랐다.

16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KT 위즈의 2022 신한은행 SOL(쏠)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 리그 최강 선발 안우진은 예상대로 완벽한 투구를 펼쳤지만 불펜 난조 속 어려움도 겪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키움은 8-4 승리를 거뒀다. 홍 감독의 말처럼 기대했던 곳 외에서 깜짝 활약이 나왔기에 가능했다.

경기 전 선발 라인업을 보며 몇 가지 의구심이 생겨났다. 다만 홍 감독만큼은 그러한 결정에 대해 명확히 설명을 할 수 있었다.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결정이었고 이는 긍정적 결과로 이어졌다.

시즌 내내 부진했던 키움 히어로즈 송성문(오른쪽)이 16일 KT 위즈의 2022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준PO 1차전에서 결승타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송성문-이용규 선발? 경험의 힘을 믿기에

송성문(26)과 이용규(37)의 선발 출전은 결과에 따라 충분히 비판 받을 수 있었다. 송성문은 올 시즌 타율 0.247, 이용규는 0.199. 최근 성적도, KT에 좋았던 것도 아니었다.

홍 감독은 경험의 힘을 믿었다. 이들은 가을야구만 되면 힘을 냈던 타자들이었다. 송성문은 커리어에 비해 가을에 압도적으로 강했다. 21경기에서 타율 0.426(61타수 26안타) 2홈런 17타점으로 가을에 극강의 면모를 보였다.

9번타자 3루수로 나선 송성문은 2회 볼넷으로 걸어나가 후속타자들의 안타로 홈을 밟았다. 6회엔 희생플라이로 달아나는 1타점을 올렸고 KT가 동점을 만든 뒤 맞은 8회 1사 1,2루에서 1타점 결승타를 터뜨렸다.

경기 후 홍 감독은 “(가을의 사나이란) 별명답게 송성문이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렸고 결승타를 치며 더그아웃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고 칭찬했다. 송성문은 가을에 강한 이유에 대해 “그걸 알면 정규리그에서도 잘할 것”이라면 “가을야구 첫 타석부터 결과가 좋아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다. 동점을 허용하고 분위기 가라앉은 상황에서 (이)지영 선배가 안타, (김)휘집이가 볼넷을 잘 골라 연결했다. 좋은 결과를 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송성문은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돼 상금 100만원과 함께 100만원 상당 화장품까지 부상으로 받았다.

“경험이 풍부한 선수다. 경기 흐름을 읽고 어린 선수들에게 한 마디씩 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봤다”며 2번타자로 기용한 이용규는 여전히 아쉬운 타격감에도 노련하게 두 차례 희생번트를 침착히 해내며 팀 승리를 도왔다.

4번타자로 나선 김혜성이 2루타 이후 푸이그의 후속 안타로 득점하며 팀 승리를 도왔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4홈런’ 김혜성이 4번타자?

4번타자 김혜성(23) 기용도 변수였다. KT 4번타자는 박병호. 이강철 감독은 부상이 있었음에도 한 방이 있는 박병호를 4번에 배치했다. 당연한 선택처럼 보였고 박병호는 7회초 결정적인 솔로포 한 방으로 분위기를 바꿔놓는 역할을 했다.

반면 뛰어난 타격과 빠른 발을 갖췄지만 장타력과는 거리가 먼 김혜성을 그 자리에 세운 것은 어딘가 어색해보였다. 물론 이유는 있었다. 3번 이정후와 5번 야시엘 푸이그 사이에서 연결하는 역할을 하며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로 상대의 신경을 건드리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올 시즌 4번으로 나서 타율 0,315(108타수 34안타)를 기록했고 KT전 타율 0.321, 언더핸드 투수 상대 타율도 0.421로 강했기에 사이드암 엄상백을 상대로 4번에 기용할 근거는 충분했다.

3회말 2루타로 출루한 김혜성은 푸이그의 안타 때 홈을 밟았다. 이날 단 유일한 출루가 팀 득점으로 연결된 것이다. 4번타자라는 이름값엔 못미칠 수 있으나 이유와 결과에도 모두 부합한 결정이었다.

대타로 나선 임지열은 결정적인 쐐기 투런포를 날리며 홍원기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신준우 선발-임지열 대타, 홍원기 ‘생각대로 야구’

이날 라인업에서 눈길을 끈 또 한 명은 선발 유격수로 나선 신준우(21)였다. 시즌 내내 주전 유격수로 활약한 건 김휘집(20)이었으나 홍 감독은 이날 신준우를 택했다. 이유는 수비였다. “수비를 고려한 것이다. 안우진이 강한 투수니 지키는 야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수비에 중점을 둬 라인업을 구성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대성공이었다. 타석에선 2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침묵했으나 결정적인 호수비로 안우진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경기 후 홍 감독은 “키워드는 신준우였다. 호수비 2개로 안우진을 도왔다”고 칭찬했고 안우진도 “준우가 수비에서 가장 많이 도와줬다”고 고마워했다.

4-4 동점에서 맞은 8회말 송성문의 적시타와 김준완의 희생플라이로 2점 차로 달아났지만 불펜이 흔들린 가운데 확실한 승리를 위해선 점수가 더 필요했다. 홍 감독이 대타로 꺼내든 임지열(27)은 7회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8회 두 번재 타석에서 KT 마무리 김재윤을 공략, 우측 담장을 넘기는 쐐기 투런포를 터뜨렸다.

이밖에 8회 1사 1루 동점에서 대타로 나선 김휘집도 김민수를 상대로 침착히 볼넷을 골라내며 득점권 기회를 넘겼고 송성문의 적시타의 발판을 놨다.

키움은 1차전 승리로 PO 진출 확률 86.7%(26/30, 2000년 양대리그 제외)를 잡았다. 여유롭게 2차전을 준비할 키움은 수원 원정에서 일찌감치 시리즈를 마무리하고 LG 트윈스와 PO를 준비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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