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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일본 투수력 '와~', 씁쓸했던 2023 W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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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일본 투수력 '와~', 씁쓸했던 2023 WBC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3.03.22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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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2006년, 2009년 대회에서 우리와 팽팽히 겨루다 기어이 우승했던 일본은 이제 저 멀리 달아났다. 사무라이 재팬이 6년 만에 재개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견고한 마운드를 앞세워 통산 3번째 챔피언에 올랐다.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이 이끄는 일본 야구대표팀은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막을 내린 2023 WBC에서 정상에 올랐다. 전날 멕시코와 준결승에서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의 끝내기 안타로 6-5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일본은 결승전에선 7명 이어던지기로 ‘야구 종주국’ 미국을 3-2로 제압했다.

야구팬이라면 일본의 저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선발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부터 도고 쇼세이(요미우리 자이언츠)-다카하시 히로토(주니치 드래건스)-이토 히로미(닛폰햄 파이터스·6회)-오타 다이세이(요미우리)-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에 이르기까지 나오는 투수가 전부 무너지질 않았다.

통산 3번째 WBC 챔피언에 오른 일본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쳐 나와 기뻐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베이스볼레퍼런스에 따르면 이날 스타팅 출전한 미국 야수들의 2023년 연봉 총액은 무려 2억1129만달러(2760억원). 가장 몸값이 높은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의 연봉은 3712만달러(486억원)다. 게다가 미국은 조별리그와 토너먼트 2경기 포함 이번 대회 앞선 6경기에서 참가 20개국 중 최다 홈런(10개), 최다 득점(49점)을 기록 중이었다.

일본은 “역대 최강 전력을 꾸렸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다웠다. 이미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최정상급으로 군림하고 있는 오타니, 다르빗슈 외에 대회 내내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펄로스),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이마나가 등 빅리그 구단들이 군침을 흘리는 일본프로야구(NPB) 스타들을 앞세워 실점을 최소화했다. 새 팀에서의 적응을 위해 WBC 출전을 정중히 고사한 소프트뱅크 호크스 출신의 센가 코다이(뉴욕 메츠)까지 있었다면 더 강했을 터다.

국내 야구팬으로선 부러움과 씁쓸함이 교차한다. 1라운드에서 우리보다 한 수 아래로 여긴 호주에조차 쩔쩔 매던 한국 국가대표 마운드와의 격차는 붙잡을 수 없을 만큼 멀어지고 있다. 93마일(시속 150㎞)보다 느린 패스트볼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일본, 미국, 쿠바,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등 야구강국들의 수준은 상향평준화됐다. '야구의 아이콘' 오타니는 에인절스 동료 트라웃과의 대결에선 100마일(시속 161㎞)짜리 커터를 던졌다. 

마지막 투수로 우승을 확정한 오타니(가운데)가 동료들과 포효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만일 한국이 호주를 잡고 2라운드에 갔다 한들 2006년 4강, 2009년 준우승같은 호성적을 기대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호주에 8점, 일본에 13점을 주는 투수력으로 대체 어떻게 쿠바나 미국을 막을 수 있겠는가. 우리는 영점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투수들이 KBO리그 수준급이라고 대표팀에 선발된 사실에, 2008 베이징 올림픽 주역인 1988년생 김광현(SSG 랜더스)이 아직도 한일전에 내세울 카드라는 사실에 절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6년 만에 열린 4회 WBC는 제법 세계화에 성공했다. 참가국이 기존 16개국에서 20개국으로 늘었다. 다음엔 24개국으로 늘어난다. 페넌트레이스에 집중하려 국가대항전을 뒷전으로 여기던 분위기도 확 바뀌었다. 일본이나 중남미 국적 선수들은 조국을 위해 진심을, 사력을 다한다. 팬들도 라이브 중계에 열광한다. 현장에서도 주요경기는 전부 매진사례를 이뤘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처럼 경기장을 새로 짓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WBC가 꽤 훌륭한 구기 세계대회로 발돋움하는데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한일전 참패 후 고개 숙인 한국 국가대표 투수들. [사진=연합뉴스]

 

이렇게 위상이 한층 높아지는 WBC에서 한국은 3회 연속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그간 유지해오던 주조연 자리마저 위태로워졌다. 이번엔 중국, 체코와 묶일 만큼 조 편성도 쉬웠는데 말이다. 1·2회(2006·2009) 땐 빛나는 주인공이었는데 이젠 엑스트라 수준으로 전락했다 해도 무방하다. “이렇게 낭만이 넘치는 대회에 왜 한국은 참가하지 않았느냐”는 한 야구팬의 뼈 있는 일침이 유독 웃프다.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고 안타깝다. 다음 대회 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나를 포함한 모든 야구인이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의 말이다. 야구계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WBC는 그저 남의 잔치가 된다. 부디 2026 대회에선 ‘참사’, ‘충격’, ‘굴욕’ 따위의 단어를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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