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19 19:29 (일)
첫 메달 주인공의 13년만 귀환, 여자복싱 성수연 [SQ인터뷰]
상태바
첫 메달 주인공의 13년만 귀환, 여자복싱 성수연 [SQ인터뷰]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08.21 07: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성수연(31·원주시청)은 13년 전인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의 아시안게임 여자복싱 사상 첫 메달 주인공이었다. 첫 출전에서 딴 메달이었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17일 전화로 만난 성수연은 “그땐 그 메달을 딴 게 대표팀 언니, 오빠들에게 미안했다. 다 같이 열심히 했는데 저에게만 운이 따른 것 같아 그땐 별로 좋지 않았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엔 막내였고 아무것도 몰라서 어리둥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첫 경기를 치르기도 전에 메달을 확보했다. 성수연이 출전한 여자 75kg급에는 단 7명의 선수만 참가했다. 당시 대회 신설 종목이라 선수가 많지 않았다. 대진 추첨을 통해 1명이 4강까지 자동 진출을 할 수 있었는데 성수연이 부전승 카드를 뽑았다. 복싱은 준결승에서 탈락해도 동메달 결정전 없이 2명이 동메달을 받는다. 성수연은 준결승에선 몽골 선수에게 완패했다.

성수연(왼쪽)이 지난해 6월 세계여자복싱선수권대회에 출전했을 때의 모습. [사진=국제복싱협회(IBA)]

다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되기까지는 13년이 걸렸다.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해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엔 출전하지 못했다. 2015년엔 부상 때문에 국가대표의 꿈을 접었다. 몸이 아파서다. 2011년에 다쳐 수술까지 한 오른 엄지손가락이 다시 부러졌고 수술했다. 허리디스크까지 오자 국가대표로 나설 엄두까지 나지 않았다. 실업팀에서만 전념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국가대표로 다시 나선 건 2020년 도쿄 올림픽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이었다. 무려 5년 만의 국제대회 출전이었다. “대표팀에 대한 욕심 없이 훈련하고 있었는데 박원영(원주시청) 감독님이 한 번만 더 도전해 보자고 하셨다”며 “‘내가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하고 이런저런 걱정도 됐지만 감독님이 자신감을 줘 대회에 나갔다”고 했다. 1승만 더 거뒀다면 올림픽 티켓을 딸 수 있었지만 준결승에서 긴장을 너무 많이 해버린 탓인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판정패했다.

3년이 지났다. 지난 4월 대표 선발전을 통과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가 됐다. 13년 전 대표팀 막내였던 여주여고 3학년 성수연은 이제 최고참 오연지(33·울산시청)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그는 “긴장이 되지만 나이도 있기 때문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열심히 해야 한다”며 “일단 목표는 메달권”이라고 했다. 178cm인 큰 키가 성수연의 장점. “아무래도 남들보다 (팔다리가) 기니까 활용을 잘하면 유리합니다.” 성수연은 현재 세계랭킹 15위다.

경기가 펼쳐지는 링 위에서는 쉴 새 없이 주먹을 날리고 악을 날리지만 그는 인터뷰 내내 차분했다. “링에 올라가기 전에는 많이 떨리는데 시작하면 싹 없어진다”며 “승부욕이 많이 발동한다. 너무 흥분하면 몸동작이 커지기 때문에 조절을 많이 하려고 한다”고 했다.

여자복싱 75kg급 국가대표 성수연. [사진=EPA/연합뉴스]

아리안 포틴(39·캐나다) 대표팀 코치의 존재는 큰 힘이 된다. 포틴 코치는 현역 시절 성수연과 같은 75kg급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땄다. “저랑 같은 체급이다보니 제가 자신감이 없을 때 힘을 많이 주신다”며 “한순철(38) 대표팀 코치님도 ‘네가 제일 중요하니까 네 생각에 따라서 해보라’고 말씀해 주신다”고 했다.

여주 출신인 성수연은 대학 진학을 위해 여주여고 3학년 때 복싱에 입문했다. “그때 운동신경은 별로 없었다”고 했지만 실력이 남달랐다. 입문 7개월 만에 75kg급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했다. 그는 “그 당시에는 (75kg급) 선수층이 두껍지 않았다”면서도 “그 당시에는 복싱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열심히 했다”고 떠올렸다.

복싱팀 창단을 준비하던 대구과학대에 체육특기생으로 진학했다. 하지만 창단이 갑작스럽게 무산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이때 박원영 감독이 성수연에게 손을 내밀었다. 2013년 상지대 편입하고 원주시청에 입단하면서 복싱선수로서의 길이 다시 열렸다.

역대 전국체전에서 8개의 메달(금3·은3·동2)을 땄다. 지난해까지 3연패(2018·2019·2022년)를 달성했다.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취소됐고 2021년엔 무관중으로 고등부만 참가했다. 2015년과 2022년 아시아복싱연맹(ASBC) 아시아복싱선수권 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성수연은 “복싱 미들급은 세계선수권에서도 1~3위가 아시아 선수들이다. 중국, 인도를 경계해야 한다”라며 “아시안게임에서 결승에 오르면 2024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딸 수 있다.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목표는 금메달이냐고 마지막으로 물었다. “목표는 언제나 높게 잡으라고 했으니까요.”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