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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송강호, 촘촘한 '거미집' 연결고리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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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송강호, 촘촘한 '거미집' 연결고리 [SQ현장]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8.2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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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스포츠Q(큐) 글 나혜인·사진 손힘찬 기자] 송강호를 필두로 '연기 장인'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거미집만큼 얽히고설킨 배우들의 관계성도 영화를 즐기는 또 다른 묘미다.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제작보고회를 열었다. 제작보고회는 김지운 감독과 배우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이 참석해 국내 첫 공식 석상을 가졌다.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다시 찍으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감독(송강호 분)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송강호(왼쪽), 김지운 감독.

◆ 칸 영화제가 안방, 김지운 감독X송강호의 재회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호평과 함께 일찌감치 주목을 받은 작품. 송강호는 거미집을 통해 8번째 칸 입성을 기록하며 한국 배우 최다 칸 초청 기록을 다시 한 번 경신했다. 2006년 봉준호 감독의 '괴물'로 첫 레드카펫을 밟은 송강호는 '밀양(2006)',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박쥐(2009)', '기생충(2019)', '비상선언(2021)', '브로커(2022)'로 꾸준히 칸을 방문한 바 있다. 김지운 감독은 '달콤한 인생(2005)'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이어 세 번째로 칸 국제영화제를 방문했다.

거미집은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의 5번째 작품이며, 단편영화 포함하면 무려 6번째 만남이다. 1998년 '조용한 가족'으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칸 초청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비롯해 '반칙왕(2000)', '밀정(2016)' 등 작업을 이어왔다.

김지운 감독은 "다른 배우들은 칸이 처음이라 긴장을 했다. 비경쟁 부문이고 세계인의 축제니까 즐기라고 이야기했다"며 "레드카펫을 먼저 걸으며 배우들이 어떤가 봤더니 너무 잘하고 있더라. 카메라 맨들이 요구하는 포즈를다 잡고 있었다. 올라온 사진을 보니 멋지고 근사하게 나왔더라. 이렇게 멋지고 근사한 배우들과 작업했구나, 칸에 가서 다시 한 번 느꼈다"고 전했다.

거미집은 첫 프리미어 상영 후 12분간 기립 박수를 받았다. 이는 76회 칸 국제영화제 초청작 중 가장 긴 시간이었다. 임수정은 "한국 배우로서 영화를 칸에 선보이는 건 큰 영광"이라며 "칸 영화제에서 가장 긴 시간 기립 박수를 받은 작품이 거미집이어서 더욱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김지운 감독은 "일부 기사에서 제가 눈물을 보였다고 하던데 얼굴을 손으로 틀어막아서 그렇게 보였던 것"이라며 "이 박수를 언제까지 받아야 하지 이런 마음이었다. 벅차고 울컥하긴 했으나 눈물은 아니고 안광"이라고 해명했다.

송강호.

◆ 송강호부터 임수정까지, 거미줄처럼 엉킨 관계성

김지운 감독의 든든한 동반자 송강호는 걸작을 만들고 싶은 감독 김열 역을 맡아 생애 최초로 감독을 맡는다. 김지운 감독은 "송강호 씨는 사실 현장에서 감독이 부재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감독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라면 "디테일부터 큰 그림까지 다 포착하고 챙기는 배우다. 믿어 의심치 않고 감독 역을 맡겼다"고 신뢰를 드러냈다.

송강호는 "봉준호, 박찬욱 감독이 VIP 시사회 때 오고 싶다고 문자를 했다. 너무 보고 싶다더라"라고 작품을 향한 한국영화 거장들의 기대를 알렸다. 작품과 역할에 대해서는 "영화 내용은 인간의 욕망을 다루고 있다. 그 욕망을 너무나 유쾌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충동과 갈등에서 나오는 탄성이 똘똘 뭉쳐진 영화"라며 "제가 맡은 김열이라는 인물도 그런 인물이 아닌가 싶다. 내적인 욕망, 걸작을 만들고 싶은 예술가로서의 욕망, 재능이 뭉쳐져 있는 인물이다. 그것을 분출하지 못해 어쩔 줄 몰라한다. 우리들의 모습에도 그런 모습이 있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특히 이번 작품을 하며 '살인의 추억'과 'JSA 공동경비구역'을 떠올렸다며 "그때의 쾌감을 똑같이 느꼈다"고 말해 기대감을 자아냈다.

송강호에게 김지운 감독은 '거미집' 그 자체였으며, 김지운 감독에게 송강호는 '구세주'였다. 송강호는 "그동안 김지운 감독님은 장르 변주를 통해 새로운 영화의 갈증을 풀어주신 분이었다. 김지운 감독의 새로운 영화 문법, 창의력을 너무나 즐기고 놀라워 했던 25년, 27년 세월이 있다"며 "모든 작품을 존중하고 존경하지만 거미집은 초창기 '조용한 가족', '반칙왕' 등을 선보였을 때의 독보적인 감각, 창의력이 가장 닮은 영화다. 그래서 더 반가웠다. 김지운 감독은 제게 거미집이다. 헤어나올 수 없는 욕망의 덩어리"라고 애정을 표현했다.

김지운 감독은 "송강호는 대체불가한 유일무이한 배우다. 송강호 씨는 제 영화를 완성시킨다. 한 신을 다 찍었는데도 허전한 느낌이 들 때 강호씨 클로즈업만 붙여도 신이 완성된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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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

이번 작품은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영화 '장화, 홍련'의 김지운 감독과 임수정의 재회적이기도 하다. 임수정은 "시기를 맞출 수 있나 싶을 정도다. '장화, 홍련'은 저라는 배우가 존재할 수 있게 만들어준 작품"이라며 "(김지운 감독에게) 특별한 마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한 명의 배우로서 다시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늘 고대했다. '장화, 홍련'에 '거미집'까지 선보일 수 있는 올해는 제게 특별한 해다. 그때는 시작하는 배우였는데 20년이 지나서 베테랑 배우 역할을 제안 주셨다는 것 자체가 모든 것을 증명하는 게 아닐까"라고 감격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김지운 감독은 "당시 오디션을 통해서 임수정 씨를 여자 주인공으로 발탁을 했다. 원석을 발견했다는 느낌이 강했다. 이후 더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한국 최고의 여배우로 변모하고 발전하고 있어서 발견했다는 흐뭇한 마음이 있었다"며 "언젠가 또 작업하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고 20년 만에 거미집으로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 베테랑 연기자가 필요했는데 베테랑 연기자가 돼 있는 임수정 씨를 보면서 두 번 발견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임수정은 베테랑 배우 강호세의 부인 역을 맡은 배우 이민자 역을 연기한다. 그는 "원래 영화 속에서는 남편의 외도에도 순종적인 여성으로 나오는데 바뀐 시나리오에서는 완전히 바뀐다. 주체적이고 자기중심적, 독립적인 여성으로서의 변화가 두드러지는 캐릭터"라면 "김지운 감독님께서 제게 베테랑 배우 역할을 주셨기 때문에 베테랑 배우답게 연기했다. 영화 속 이민자는 혼란한 상황,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도 가장 차분하게 자기 할 몫을 베테랑 배우답고 진지한 자세로 임한다"고 설명했다.

오정세.

바람둥이 톱스타 강호세 역으로 김지운 감독과 첫 호흡하는 오정세는 앞서 영화 '우아한 세계'로 송강호와 호흡한 경험이 있다고 알려 눈길을 끌었다. 오정세는 "저는 한 신 나오는 단역 배우였고, 선배님은 주연이셨다. 한 신이라도 주고받는다는 설렘과 기대에 차서 왔다. 나중에 감독님께서 말씀해 주셨는데 연기가 끝난 뒤 선배님께서 '저 친구 어디서 데려왔냐'고 물어봤다고 하더라. 집에 오면서 배가 불렀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송강호는 "그 장면에 아쉽게도 통째로 편집됐다. 영화에는 그 장면이 없어서 기억 속에 사라졌는데 거미집을 하면서 기억이 되살아 났다"고 덧붙였다.

오정세는 강호세를 '사랑이 지나치게 많아 혼나야 하는 캐릭터'라고 설명하며 "캐릭터에 대한 재미보다 현장에 대한 재미가 컸다"며 "처음에 구레나룻을 붙였을 때 어색했는데 나중에는 없으면 허전하고 제가 봐도 잘 어울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수정.
정수정.

◆ '막내' 정수정, 선배 사랑 독차지

떠오르는 스타 한유림 역으로 연기 선배들과 함께 하게 된 정수정은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임수정과 정수정 조합으로 '수정들이 만났다'는 관전 포인트를 형성하기도. 정수정은 "언니를 사석에서 우연히 만나 알고 있었다. 언젠가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바로 다음해 거미집을 하게 된 거다. 언니한테 '너무 신기해요'라고 문자를 했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임수정은 "(정수정이) 음악 활동할 때부터 가장 좋아하는 가수였다. 한 명의 팬으로서 보고 있었다. 연기도 너무 잘하더라"라며 "내심 함께 작업을 하고 싶은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 몰랐다. 감독님이 '유림이를 (정)수정이가 한다고 하길래' 소리를 질렀다. 극중에는 대립하지만 현장에서는 놀듯 연기했다"고 공감했다.

전여빈(왼쪽부터), 임수정, 오정세, 정수정. 송강호.
전여빈(왼쪽부터), 임수정, 오정세, 정수정. 송강호.

전여빈도 "학창시절에 그런 말이 있었다. 정수정 마음에 안 품은 여자 없다. 그룹 f(x)로 큰 사랑을 받았지 않나. 저도 그 중 하나였다. 만난다는 사실만으로 설렜다"며 "너무 따뜻한 사람이더라. 차가운 도시의 여자 혹은 고양이 중 고양이 같은 느낌을 풍기는데 살갑더라. 더 반했던 건 연기에 대한 열정이 너무 높다. 열정도 높은데 재능조차도 빛나서 바라보는 것 마저 행복했다"고 극찬을 보냈다.

송강호 또한 "정수정 씨의 작은 영화, 드라마를 보면서 배우로서 오랫동안 차곡차곡 계단을 밟아오는 열정이 인상적이었다. '애비규환'을 너무 잘봤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런 모습이 지금과 같은 연기를 할 수있는 초석이라고 생각한다. 영화계에서 앞으로 더 소중한 자산이 될 것 같다. 기대가 큰 배우"라고 거듭 강조했다.

명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의 조합으로 기대를 모은 거미집은 오는 추석 연휴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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