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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김남길의 믿음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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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김남길의 믿음 [인터뷰Q]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8.30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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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존경은 대상을 향한 믿음으로부터 비롯된다. 배우 김남길(43)이 정우성이라는 존재에게 느끼는 존경이 그러했다.

배우 정우성의 첫 장편 연출작 '보호자'는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수혁(정우성 분)과 그를 노리는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정우성의 첫걸음 곁에는 김남길이 동반했다. 김남길은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정우성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마음으로 조금 무모할 수 있는 도전에 함께 뛰어들었다.

김남길은 최근 스포츠Q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우성이 형이 본인을 믿어달라고 했을 때 '믿을 수 없어'라고 할 수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김남길. [사진=길스토리이엔티 제공]
김남길. [사진=길스토리이엔티 제공]

김남길이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믿음'과 '믿음'이었다. 정우성을 향한 자신의 믿음과 정우성이 자신에게 갖는 믿음이 모두 영향을 끼쳤다. 그는 "우성이 형이 제안 주셨을 때 '클리셰적인 이야기인데 캐릭터는 독특하고 재밌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읽어 보니 우진이가 정말 이상하더라. 너무 끌려다니고 붙잡혀 있었다. 그 부분이 독특했다"며 "이런 캐릭터를 김남길이라는 배우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한 선배님의 믿음, 그것에 보답하고자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우성뿐만 아니라 배우 이정재의 첫 연출작 '헌트'에도 이름을 올린 그는 현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배우들이 메가폰을 잡는 것에 "양면성이 있다"고 전했다.

먼저 배우 출신 감독이 연출할 때의 이점으로는 "배우 호흡을 알고 있다 보니 연기하기 편하다는 점"을 꼽으며 "배우들만의 언어로 이야기해도 바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너무 많이 아니까 숨이 막힌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김남길은 "가끔은 촬영장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배우가 아닌 감독님들은 배우의 호흡을 모를 때도 있지만 알아도 눈치껏 도망가라고 해주시는데, 배우 출신 감독님은 귀신같이 알고 있으니까 숨을 때가 없다"고 고백하며 웃었다.

정우성(왼쪽), 김남길.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정우성(왼쪽), 김남길.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연출자로 만난 정우성은 늘 한결같은 사람이었다. 김남길은 "지치고 힘든 일도 많은데 후배들, 스태프들을 챙겨주려 하는 책임감이 강하다"며 "촬영 도중 부친상을 겪어 힘든 시간을 보내셨을 텐데도 촬영장에서 내색 하지 않았다. 장례식장도 오지 말라고 하실 정도"라고 이야기했다.

"너무 한결같아서 인간미가 없을 때도 있어요. 빈틈이 안 보인다고 해도 지칠 게 당연한 상황이잖아요. 배우를 하면서 연출하는 게 쉬운 것도 아니고 충분히 힘들 법한데. 그런데도 속내를 내비치지 않으려고 하는 분이에요. 본인이 들키지 않으려고 하는데, 물론 실제로 괜찮을 수도 있고요. 거기다 대고 '힘들지 않냐'고 물을 수는 없으니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하겠지'하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죠."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배우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응원은 감독을 믿고 따르는 일이었다. 평소라면 조금 더 의견을 피력할 부분도 한 수 접고 들어갔다. 감독의 감각과 생각을 믿기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녔다.

"시나리오에는 진아(박유나 분)와 우진 관계처럼 우진과 수혁의 관계도 있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우진이 수혁과 동화되며 아이를 구하는 과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감독님이 그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영화 ‘보호자’ 스틸컷.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 ‘보호자’ 스틸컷.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김남길은 "역할을 맡은 배우에 따라 시나리오가 달라질 여지가 있는 작품이었다. 제 입장에서는 우진이가 제대로 된 킬러이길 바라긴 했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뒷부분에는 멋있는 모습이 나오겠지, 악당을 잡아주고 수혁이 평범한 일상을 살도록 도와주지 않을까 기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캐릭터 구성부터 바꿔야 해서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이런 생각을 감독님에게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조연이기 때문에 의견을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우성이 형이기 때문에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아와의 관계성도 촬영과 편집을 통해 정리됐다. 그는 "수혁이라는 큰 틀이 있으니까 관계성이 너무 많아지면 안 됐다. 처음에는 두 사람을 멜로로 풀어내려고 했는데 관계가 심플해지면서 진아 캐릭터 자체가 변했다. 우진의 보호자라는 의미를 연기하되 편안한 관계를 가져가려 했다"고 전했다.

김남길은 편집된 장면 하나를 예로 들며 "우진과 진아가 건물 수영장에서 아이처럼 수영하며 노는 장면이 있었다. 그때 진아도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한다. 두 사람의 아지트가 원래는 진아 가족이 운영하던 사업체였는데 망했다는 이야기다. 진아는 이를 담담하고 어른스럽게 받아들인다. 이 과정에서 우진과 진아가 서로 물속에서 머리를 누르고 장난치기도 하는데, 잘못하면 두 사람이 너무 깊은 관계로 보일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영화 ‘보호자’ 스틸컷.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 ‘보호자’ 스틸컷.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김남길은 수혁을 죽이기 위해 고용된 킬러 우진 역을 연기했다. "통제할 듯 통제할 수 없는 우진이에게 매력을 느꼈다"는 김남길은 "촬영 계획을 세울 때는 불확실성에서 오는 공포를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방향으로 가면 묵직한 분위기의 수혁과 함께 가는 상황에서 메시지를 방해할 것 같더라. 수혁과의 밸런스를 많이 고민했다"고 이야기했다.

순수함과 천진난만한 매력을 지닌 우진은 김남길의 평소 성격과 생활에서 탄생했다. 그는 "일반적인 킬러나 해결사 캐릭터들은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 등으로 획일화돼 있더라. 살인하고 어린아이처럼 돌아서서 양면성을 보여주는 것도 기존 캐릭터들과 비슷할 것 같았다"며 "딜레마에 빠진 순간 우성이 형이 '남길이의 성향에서 확장성을 가져가도 되지 않을까. 우진을 표현하는 데 좋을 것 같아'라고 해주셨다"고 회상했다.

또한 "조카들이랑 종종 애니메이션을 본다. '브레드 이발소'라는 애니메이션에 총으로 빵의 머리를 쏘는 장면이 있는데 '머리가 날아갔네'하고 웃어넘긴다. 그중 한 캐릭터가 너무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은 긍정적인 말투를 갖고 있더라. 이곳에서 우진의 말투를 고안해 냈다"고 전했다.

만화에서 가져온 말투를 우진의 특성에 맞게 수정하는 과정도 거쳤다. 그는 "처음엔 너무 과장된 억양을 쓰다 보니 중성적인 느낌이 됐다. 유아틱한 모습만 가져가면 우진이스럽지 않기도 했다. 소모되는 캐릭터이긴 한데 독립성이 없다고 해야 할까"라며 "힌트를 얻은 부분이 과거 이야기였다. 피터팬 증후군처럼 어릴 적 트라우마, 기억에 머물러 있는 캐릭터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김남길. [사진=길스토리이엔티 제공]
김남길. [사진=길스토리이엔티 제공]

평소 성우들을 많이 관찰한다는 그는 "일본, 한국,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톤을 따라 한다. 개그맨들의 어투를 따라 하는 것도 좋아한다"며 "저는 연기 공부도 만화로 했다"고 답했다.

외적인 부분도 공을 들였다. 김남길은 "그동안 염색을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다. 탈색을 4번 정도 해서 블루블랙을 씌웠는데 어두워서 안 보이더라.(웃음) 의상도 독특하게 가려고 했다. 코트 하나만 입은 게 아니라 여러 개를 붙여놓은 것"이라며 "그 옷은 촬영 끝나고 받아서 겨울에 가끔 입고 다닌다"고 우진과 같은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였다.

보호자는 전국 영화관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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