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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정, 어떻게 빨리 자리 잡았냐고요?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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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정, 어떻게 빨리 자리 잡았냐고요? [인터뷰Q]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9.03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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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배우 고윤정(27)은 대학생 잡지 표지 모델을 계기로 2019년 연기에 발을 디뎠다. 뒤늦은 연기 입문이지만 수려한 외모, 그와 대비되는 매력적인 허스키 보이스, 맡은 캐릭터를 높은 싱크로율로 표현해 내는 연기력, 구멍 없이 탄탄한 필모그래피 등 고윤정을 수식하는 문장은 언제나 '초록 불'이었다.

특히 지난 1월 종영한 첫 주연작 '환혼: 빛과 그림자'에서는 파트1과 파트2 주연 교체라는 어지러운 설정을 설득 있게 끌어가며 주연이라는 위치를 각인시켰다. 고윤정이 20대 여자 배우를 대표하는 얼굴로 자리매김하기까지 3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토록 빠르게 자리 잡은 이유에는 '비움'과 '채움'이 있었다. 뒤늦게 시작한 만큼 스스로를 내려놓고 주변인들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며 빈 곳에 알맞은 영양분을 채웠다. '여기서 연기를 가장 못 하는 사람은 나'라는 마음가짐으로 연기에 임한다는 고윤정은 "이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마음을 비우고 시작하니까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을 때도 흡수가 빨랐다. 아는 게 없다는 것이 강점이기도 하더라"라고 이야기했다.

고윤정.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고윤정.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 또한 채움의 시간이었다. 그는 "같은 신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직접 가르쳐 주지 않으시더라도, 선배님들이 작품에 임하는 모습을 보기만 했을 뿐인데 많이 배웠다. 무빙을 하는 동안 허투루 지나가는 시간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무빙 오디션을 통해서도 배움을 얻었다. 자신의 특징을 여러 시각으로 보는 계기를 갖게 된 것. 그는 "오디션을 볼 때 제 성격과 다른 캐릭터를 받으면 허스키한 목소리가 단점처럼 느껴졌다. 더 높은 미성으로 대사를 하면 예쁠 캐릭터인데 내가 하니까 못 사나... 이런 고민도 있었다"며 "이번 작품에 캐스팅되고 강풀 작가님이 제 말투와 목소리가 좋았다고 하셨다. 저음인 목소리가 체육대학교 입시생 이미지에 어울리는 목소리였던 것 같다. 덕분에 지금은 목소리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체대 입시생이자 치유 능력을 지닌 초능력자 희수는 털털하고 거침없는 성격의 소유자다. 이러한 희수의 성격은 고윤정과 닮은 부분이 많았다.

그는 "오디션 현장에서 대본을 받아 리딩하느라 준비할 시간도 없었다. 저는 현장에서 바로 리딩하는 걸 어려워하는 편이다. 입에 붙지도 않고 전사, 설정도 잘 모르는 상태이지 않나. 그런데 희수는 성격도 비슷하고 말투도 비슷해서 편안하게 읽혔다"고 설명했다.

닮은 점에 대해서는 "감정 표현에 더딘 것, 씩씩한 모습이 닮은 것 같다. 희수가 봉석이(이정하 분)에게 낯간지러운 말을 잘 못하는데 저도 그런 편"이라며 "저도 미술 입시를 오래 해서 한 목표만 보고 달려온 경험이 있다. 입시는 다른 생각 없이 해야 관성 있게 할 수 있는 거라 희수의 체대 입시 과정이 너무나 이해됐다"고 전했다. 현대미술 전공인 고윤정은 8년 가까이 미술에 매달렸다. 그렇기에 희수가 체대에 가기 위해 땀 흘리고 노력하는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 장희수 역 고윤정.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 장희수 역 고윤정.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학창시절 체육을 가장 좋아했다는 고윤정은 "이상한 승부욕이 있어서 기록 경신하는 게 중요했다. 우리 반에서 내가 멀리뛰기를 제일 멀리 해야 하고, 유연성도 제일 유연해야 하고, 뛰는 것도 제일 빠르게 뛰어야 하고. 그래서 희수가 체대 입시생인 게 반가웠다"며 "그런데 촬영은 여러 각도에서 진행하다 보니까 한 번만 기록하는 게 아니지 않나. 윗몸일으키기는 대역도 못 쓰고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고윤정은 희수가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은 아이라는 점을 중심으로 캐릭터를 해석해 나갔다. 그는 "희수는 자아가 생기기도 전에 엄마와 헤어졌다. 희수의 묵묵하고 성숙한 면은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으려는 본능"이라며 "감정 표현을 하긴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하는 게 습관이 되다 보니까 무심한 듯하면서도 책임감 있고 성숙하게 보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정하가 조인성(김두식 역), 한효주(이미현 역)를 부모로 뒀다면 고윤정은 류승룡(장주원 역), 곽선영(황지희 역)과 가족으로 얽혔다. 고윤정은 류승룡과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워낙 유명하신 배우고 존경하는 선배님이라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곽선영 선배님이랑 셋이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에 꽃다발을 준비해 오신 거다. 스윗한 분이구나 싶었다. 덕분에 긴장도 풀고 금방 친해졌다"고 당시의 훈훈함을 전달했다.

이어 "류승룡 선배님은 장난기가 많으시다. 현장이 예민하고 딱딱해지는 분위기일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선배님이 먼저 분위기를 띄우시고 저한테 먼저 말도 걸어주셨다"며 "예를 들어 다음 신 대사가 많으면 선배님이랑 맞춰보고 싶어도 선뜻 말이 안 떨어질 때가 있는데, 먼저 다가와서 '대사 맞춰볼까'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촬영하는 내내 재미있게 보냈다"고 류승룡을 향한 존경을 표현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 장희수 역 고윤정.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 장희수 역 고윤정.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무빙은 1화부터 7화까지 초능력자 부모를 가진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고윤정은 이정하, 김도훈(이강훈 역)과 함께 대작의 포문을 열어야 했다. 리스크라고 여겨졌던 작품의 시작점은 공개 이후 더 많은 팬덤을 형성하는 반전을 안겼다. 여기에는 고윤정, 이정하, 김도훈의 케미가 큰 역할을 했다.

고윤정은 "봉석, 강훈 역 배우들과 동갑인 동생이 있어서 쉽게 다가갔다. 두 분 다 성격이 너무 좋고 개그 코드도 잘 맞더라. 지방 촬영이 많아서 숙박하다 보니 쉬는 날이 되면 다 같이 보령 바닷가도 놀러 가곤 했다"고 말했다.

극중 희수는 봉석과 풋풋한 로맨스를 그리며 청춘 드라마를 완성한다. 이에 대해 "희수와 봉석은 서로의 처음인 것 같다. 처음 사귄 친구, 비밀을 털어놓는 관계, 첫사랑 등. 두 사람은 공통점도 많고 아픈 부분도 비슷해서 사랑만으로 정의하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희수가 빠진 봉석이의 매력으로는 '눈웃음'을 꼽았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늘 항상 웃고 있다. 그 웃음이 적재적소에 잘 맞는다. 화를 못 내겠는 표정이지 않나"라며 "새벽 촬영이 딜레이되고 피곤할 때 정하 배우가 '누나 힘들어?'라고 물으며 웃으면 힘이 되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고윤정의 입장이라면 희수와 강훈 중 누구를 택하겠냐고 묻자 "저는 봉석이 같은 스타일이 좋다. 강아지 같고 다정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강훈이는 결정적인 순간에 희수를 구해주기는 했지만 표현을 너무 못한다. 희수는 아마 강훈이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런 줄도 몰랐을 거다"라고 답했다.

고윤정.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고윤정.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고윤정과의 인터뷰 당일은 장주원과 황지희의 에피소드 공개를 앞둔 날이었다. 그는 "제가 8, 9회를 너무 재밌게 봤다. 정하 배우가 아직 못 봤다고 하길래 '빨리 봐! 너희 엄마, 아빠 대박이야! 우린 너무 소중한 존재야 ㅠㅠㅠㅠㅠ'라고 보냈다. 봉석이네 부모님을 보고 나니까 우리 엄마, 아빠가 나오는 회차가 더욱 기대됐다. 과몰입을 더 하겠구나"라며 "8, 9화가 다른 장르로 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1~7화의 봉석 서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더라"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두식과 미연의 과거사를 그린 8, 9화는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두 사람의 에피소드를 보고 진짜 부모님을 떠올렸다는 고윤정은 "한효주 선배님이 설정상 극 초반에는 엄마 분장을 하고 나오시지 않나. 이번 회차를 보면서 우리 엄마만 봐도 저렇게 젊고 예쁠 때가 있었을 텐데, 우리 부모님도 저렇게 사랑을 하고 연애를 해서 내가 태어난 걸 텐데 하고 과몰입했다"고 말했다.

총 20부작인 무빙은 10화~13화에 걸쳐 장주원의 과거사를 풀어냈다. 오는 6일 공개 예정인 14화까지 부모 세대의 과거사가 이어지며 15화부터는 부모와 자식 세대가 적들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고윤정은 "초반이 희수와 봉석, 강훈이가 어떻게 만나고 어떤 관계를 맺어가는지 보여줬다면 후반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배우들도 나온다. 정원고나 근처 동네가 아닌 다른 나라, 지역에서 오는 캐릭터들도 있을 거다. 판이 커지고 액션 스케일도 많이 커진다. 인원도, 공간도 커지니 화려한 액션을 기대해 보시면 좋을 것 같다"며 "희수도 많이 기대해달라"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희수 이야기가 남아있듯 고윤정 또한 배우로서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나갈 계획이다. 그는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다. 계속 궁금했으면 좋겠다. 많은 분이 궁금해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제가 선배님들을 보고 싶어 한 것처럼 후배들이 촬영장에 놀러 와서 구경하고 싶을 만큼 멋있는 선배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배우로서의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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