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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우승, 29년 만에 한 푼 무적의 신바람 [한국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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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우승, 29년 만에 한 푼 무적의 신바람 [한국시리즈]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11.1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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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요즘 MZ세대에겐 “제가 입고 싶은 대로 입고요,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조크든요"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MBC 뉴스데스크 1994년 9월 17일자 영상에 담긴 한 여성의 인터뷰다.

29년이 흐른 2023년 MZ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기성세대를 의식하지 않는 X세대의 과감한 패션과 당찬 인터뷰가 지금의 젊은 세대의 호감을 샀다.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등에서는 이를 패러디한 코너가 나오기도 했다.

1994년은 기억할 게 많은 한해였다. 여름에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국이 뜨겁게 달궈졌다. 문민정부 출범 이듬해였으며 그해 10월에는 성수대교가 무너져 많은 이들이 슬픔에 잠겼다. 박찬호가 미국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에 입단했다. 그해 1월 MBC에서 방영한 한석규, 최민식, 채시라 주연의 드라마 ‘서울의 달’은 48.7%의 최고 시청률을 달성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LG 트윈스 박해민(가운데)이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3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KT 위즈와 한국시리즈(KS) 5차전 경기에서 4회초 2사 1,2루 KT 김민혁의 안타성 타구를 캐치한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KBO리그 LG(엘지) 트윈스가 역대 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1994년의 풍경은 이러했다. 1990년 처음으로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동시 제패한 LG는 ‘신바람 야구’를 일으킨 최고의 인기 구단이었다.

1994시즌에는 류지현, 서용빈, 김재현 등 신인 3총사를 앞세우고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린 이상훈, 김태원, 정상흠, 30세이브를 달성한 김용수, 한대화, 노찬엽 등이 조화를 이루며 2번째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그해 LG는 골든글러브에 5명을 배출했다. 류지현은 신인왕에 올랐다.

이때만 하더라도 LG가 다시 한국시리즈 우승하기까지 이토록 오래 걸릴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LG는 강산이 3번 바뀐 끝에 다시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LG 트윈스 문보경이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3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KT 위즈와 한국시리즈(KS) 5차전 경기에서 6회말 선두로 나와 2루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LG 트윈스 문보경이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3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KT 위즈와 한국시리즈(KS) 5차전 경기에서 6회말 선두로 나와 2루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LG는 1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7전 4승제) 5차전에서 6-2로 이겼다. 이로써 LG는 KT를 시리즈에서 4승 1패로 누르고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1994시즌 이후 29년 만이다. 1994시즌 우승을 20~30대 지켜본 팬들은 이제 50대가 돼 자녀와 함께 우승을 즐길 수 있게 됐다.

LG는 KBO리그에서 롯데 자이언츠(1984시즌·1992시즌 우승) 다음으로 가장 긴 기간 우승 경험이 없었다. 2000년대 중반에는 장기간 하위권에 머물면서 암흑기에 접어들기도 했다.

KBO리그 명실상부 최고의 인기구단으로 늘 팬들은 우승에 목말라했지만 쉽게 인연이 닿지 않았다. 2019년에는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누적 관중 3000만명을 돌파했다. 올 시즌에도 120만2637명이 홈을 찾아 관중 동원 1위에 올랐다.

LG 트윈스 김현수가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3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KT 위즈와 한국시리즈(KS) 5차전 경기에서 5회말 무사 2,3루 때 2타점 적시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LG 트윈스 김현수가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3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KT 위즈와 한국시리즈(KS) 5차전 경기에서 5회말 무사 2,3루 때 2타점 적시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가을야구를 할 때마다 팬들은 유광 점퍼를 입고 우승을 목 놓아 부르짖었다. 마침내 그 한(恨)이 풀렸다.

LG는 3-1로 앞선 5회말 김현수의 2타점 적시타로 5-1로 앞서 나갔다. 홍창기와 박해민이 차례로 홈을 밟자 LG의 응원 도구인 노란 손수건을 든 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잠실야구장은 2만3750석이 가득 찼는데, 1루와 3루, 내외야를 가리지 않고 노란 물결로 가득 찼다.

선발 투수 케이시 켈리는 5이닝 5피안타 3삼진 3볼넷 1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유영찬(1⅔이닝 1실점)~함덕주(1⅓이닝)~고우석(1이닝)이 뒤를 막아내면서 KT의 추격을 막았다.

LG 중견수 박해민은 공수에서 활약했다. 3회 1사 2·3루에서 선제 2타점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4회 2사 1·2루 위기에서 김민혁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는 등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이 두드러졌다.

한국시리즈 1차전 때 잠실야구장을 찾은 구광모 LG 구단주는 이날 우승을 보기 위해 또다시 찾아 선수들을 응원했다. 구단주 앞에서 LG는 깔끔하게 마지막을 이겼다.

팬들은 8회말이 끝나자 파도타기를 하면서 승리를 확신했다.

LG 그룹 구광모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3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한국시리즈(KS) 5차전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LG 그룹 구광모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3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한국시리즈(KS) 5차전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LG 선수단과 코치진, 구단 관계자, 팬들이 모두 기다렸던 오키나와 특산품 소주 뚜껑이 마침내 열리게 됐다.

야구단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故(고) 구본무 LG 초대 구단주가 팀이 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면 축배를 들자며 1995시즌을 앞두고 일본 오키나와 특산 증류주인 아와모리 소주를 샀으나 우승을 이루지 못해 뚜껑이 잠긴 채 있었다.

구본무 구단주는 1998년 해외 출장 중 우승하면 한국시리즈 MVP(최우수선수)에게 주라며 산 당시 8000만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도 샀는데 이 역시 금고에 잠들어 있었다.

우승 당시 3년 차 투수였던 차명석은 29년이 흘러 단장으로 다시 우승을 맛봤다.

이로써 올 시즌 KBO리그를 포함해 메이저리그(MLB)와 일본프로야구(NPB), 대만프로야구(CPBL)에서는 모두 20년 이상 우승에 목말랐던 구단이 정상에 섰다.

MLB에서는 1961년 창단한 텍사스 레인저스가 63시즌 만에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등극했다. NPB에서는 한신 타이거스가 1985년 이후 38년 만에 일본시리즈 정상을 차지했다. CPBL에서는 웨이취안 드래곤즈이 24년 만에 대만시리즈에서 우승했다.

KT는 토종 에이스 고영표를 앞세워 반전을 노렸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고영표는 4이닝 7피안타 1볼넷 5실점으로 부진했다. 2021시즌 이후 2시즌 만에 오른 한국시리즈에서 1승 4패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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