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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DB가 질주하는 비결 셋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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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DB가 질주하는 비결 셋 [KBL]
  • 스포츠잡알리오
  • 승인 2023.11.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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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오창훈 객원기자] 요즘 한국프로농구(KBL)는 원주 DB 프로미가 지배하고 있다. 

강원도를 대표하는 팀 DB의 초반 기세가 심상치 않다. DB는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에서 13승 1패(승률 0.929)로 선두 질주 중이다. 전체 일정의 ¼을 넘긴 현재 2위 안양 정관장과의 격차가 3.5경기다.

개막 후 7연승을 달리던 DB는 정관장에 94-99로 패했다. 그러나 이후 다시 6연승이다. 지난 21일 수원 KT전에선 87-71로 이기면서 기록 2개를 추가했다. 개막 14경기 기준 최고 승률과 사상 첫 개막 후 원정 7연승이다. 

로슨(왼쪽)과 알바노. [사진=KBL 제공]

'공격은 관중을 부르고 수비는 승리를 부른다'는 말이 있는데 DB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DB는 올 시즌 평균 득점(경기당 94.4점)을 비롯 2점슛 성공률(59.4%), 3점슛 성공률(39.7%), 자유투 성공률(81.0%) 등 주요 공격 지표에서 전부 1위다.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더 극적이다. DB는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78.1점(리그 평균 80.0점)으로 득점력이 10구단 중 8위였다. 이랬던 DB는 어떻게 전 시즌 대비 15점 이상이나 올리는 공격의 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 확실한 외인들 

1옵션 외인 디드릭 로슨(26·202cm)은 상수다. 지난 시즌 고양 캐롯의 '4강 돌풍'을 이끈 주역이다. DB는 캐롯이 재정적으로 어려워 재계약할 여력이 없던 틈을 타 로슨을 낚아챘다. 올 시즌 로슨은 경기당 31분48초를 뛰며 24.1점(리그 4위), 10.0리바운드(리그 6위)로 맹활약 중이다.

다재다능함과 꾸준함을 모두 갖췄다. 슛 거리가 길고 골밑을 장악하며 동료를 활용하는 플레이도 뛰어나다. 로슨은 경기당 2.4개 3점슛 성공(성공률 34.7%)에 4.6어시스트, 1.4블록까지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출전한 14경기서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그 결과 로슨은 시즌 1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프로농구 라운드 MVP에 외국인 선수가 선정된 것은 2020~2021시즌 제러드 설린저(31·206cm)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DB는 지난 시즌 드완 에르난데스(26·206cm)를 시작으로 드미트리우스 트레드웰(32·201cm), 말콤 토마스(35·206cm), 디존 데이비스(25·201cm)까지 1옵션 외인을 넷이나 썼다. 골밑 외인 때문에 마음고생했기에 로슨의 활약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선 알바노(27·185cm)의 성장세도 눈부시다. 경기당 32분28초를 뛰며 아시아쿼터 선수 중 가장 많은 출전 시간을 기록 중이다. 평균 15.4점, 8.2어시스트(리그 1위), 1.9스틸(리그 1위)까지 리그에서 가장 훌륭한 포인트가드다.

가장 많이 발전한 부분은 어시스트다. 지난 시즌 경기당 5.1개에서 올 시즌 8.2개로 대폭 상승했다. 올 시즌 무려 5경기에서 두 자릿수 어시스트를 기록했으며, 그중 3회는 개인 최다 어시스트 타이(12개)였다. 

알바노의 플레이에 적장들도 혀를 내두른다. 전희철 서울 SK 감독은 지난 20일 "알바노가 경기 운영을 정말 잘한다"며 "로슨보다도 알바노가 빠지면 DB가 더 힘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규(왼쪽)와 강상재. [사진=KBL 제공]

 

◆ DB산성, 높고 효율적 

강상재(28·200cm)와 김종규(32·207cm), 장신 국내 자원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강상재는 올 시즌 DB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다. 기록은 경기당 29분3초, 14.6점과 6.1리바운드다.  출전 시간, 득점, 3점슛 성공, 스틸 등 주요 지표에서 커리어하이다. 

주장인 강상재는 소소한 쇼맨십으로 분위기도 끌어 올린다. 3점슛이나 중요한 야투를 성공할 때마다 손바닥을 볼에 갖다 댄다. 그는 "딸이 자주 하는 애교다. ‘예쁜 짓’이라고 하면 손을 볼에 댄다"며 "딸을 생각하며 나만의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종규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경기당 21분52초를 소화하며 11.7점, 6.3리바운드, 1.6블록(리그 1위)을 기록하고 있다. 부상 관리를 위해 출전 시간을 적당히 조절하고 있음에도 여러 지표가 효율적이다. 

박인웅(23·190cm)과 최승욱(30·193cm) 등 포워드 라인도 대단하다. 각각 52.8%, 57.4%의 야투율과 46.3%, 50.0%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 중. 고감도 슈팅으로 팀에 보탬이 되고 있다. 

김주성 감독. [사진=KBL 제공]

◆ 구단 레전드 사령탑, 솔선수범 리더십 

지난 시즌 팀의 소방수로 등장한 DB 프랜차이즈 김주성 감독(44)의 지도력이 방점이다.

6시즌 동안 함께 했던 이상범 감독(54)이 성적 부진으로 사퇴하면서 감독대행이 된 그는 지난 4월 정식 감독으로 승격했다. 위기의 DB를 잘 추스리고 비시즌 자신의 철학을 입히더니 고공행진을 지휘 중이다. 

김주성표 전술의 핵심은 '높이'와 '속도'다. 김 감독은 직접 선수들과 몸을 부딪치며 자신의 노하우를 빅맨들에게 전수한다. 그는 "설명하는 것보다 몸으로 표현해주는 게 더 선수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해서 웬만하면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장신 선수들이 스피드까지 갖춘다면 제어하기 까다롭다. 올 시즌 DB는 속공을 통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경기당 12.7점의 속공 득점은 리그 1위다. 현역 시절 높고 빨랐던 김주성 감독의 플레이 스타일이 현재 팀에 묻어 나온다. 

DB가 독주하면서 김 감독의 징크스도 화제가 되고 있다. DB 코칭스태프는 최근 경기 전날 저녁식사로 꼭 짜장면을 먹는다. 그는 "감독대행 첫 경기를 울산에서 했는데 중식을 먹고 이겼다. 중식을 안 먹고 다른 걸 먹었을 때는 졌다"며 "그게 기억나서 중국 음식을 먹다 보니 한 게임 이겼고, 다음 경기 전에도 또 먹어보자 해서 먹고 이겼다"고 독특한 루틴을 전했다. 

시즌 개막 전만 해도 DB의 파죽지세를 예상한 전문가나 팬은 드물었다. 특급 외인 자밀 워니(29·199cm)가 버티는 가운데 최고 빅맨 오세근(36·200cm)이 합류한 SK, 최준용(29·200cm) 영입과 송교창(27·201cm) 군 전역으로 '슈퍼팀'을 결성한 부산 KCC가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다크호스 정도로 꼽히던 DB가 올 시즌 프로농구 판세를 뒤흔드는 형국이다. 팀워크가 워낙 출중한데다 공격력이 출중한 가드 두경민(32·183cm)마저 복귀를 앞두고 있어 DB의 기세가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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