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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단축 사활, 심판들의 ‘피치 클록’ 적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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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단축 사활, 심판들의 ‘피치 클록’ 적응기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12.0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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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타임 오버! 원 볼!”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두산 베어스파크. 40여 명의 심판들이 1·3루 더그아웃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홈플레이트 뒤에 앉은 주심 역할을 맡은 심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마운드 옆에는 직사각형 형태의 전자시계가 설치돼 있었다. ‘20, 19, 18…’ 투수를 맡은 심판이 이리저리 포수를 맡은 심판을 바라보며 고개를 계속해서 저었다. 시계 초가 0이 됐는데도 투수가 공을 던지지 않자 주심은 홈플레이트 옆으로 뛰어나오면서 양손을 벌린 뒤 “타임 오버! 원 볼!”이라고 한 뒤 볼을 선언했다.

7일 이천시 두산 베어스파크 마운드 옆에 피치 클록이 설치돼 있다. 이날 심판들은 피치 클록을 두고 시뮬레이션 훈련을 했다. [사진=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KBO리그 심판들이 ‘피치 클록(Pitch-Clock) 적응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4시즌부터 피치 클록을 도입한다고 지난 10월 발표했다. 경기 시간을 단축해 팬들의 흥미를 더 높이기 위해서다.

올 시즌 피치 클록을 도입한 메이저리그(MLB)는 큰 효과를 봤다. MLB의 지난 시즌 정규리그(9이닝 기준) 경기 당 평균 시간은 3시간 3분 44초였지만 올 시즌은 2시간 40분이었다. 24분 가까이 줄었다. KBO리그는 올 시즌 3시간 12분이었다.

KBO리그는 일단 MLB와 같은 똑같은 피치 클록 규정을 가져왔다.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는 15초 이내, 주자가 있을 때는 20초 이내에 공을 던져야 한다. 타자는 주자가 없을 땐 7초, 주자가 있을 땐 12초 안에 완전히 타격 자세를 잡아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자동으로 볼 한 개가 주어졌다.

7일 이천시 두산 베어스파크에서 심판들이 마운드 옆에 피치 클록을 두고 시뮬레이션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지난달 횡성에서 피치 클록 규정을 숙지한 심판들은 이날 다양한 상황에 대비했다.

이날 심판들의 훈련을 지켜보니 꽤 복잡해 보였다. 타자가 출루 후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는 상황부터 대타가 타석에 들어서거나 투수의 주자 견제까지 모든 게 시간으로 공식처럼 정해져 있었다. 선수 없이 피치 클록을 두고 심판들끼리의 가상훈련이었지만 MLB에서 경기 시간이 왜 크게 줄어들었는지 어렴풋이 확인할 수 있었다.

허운 심판위원장은 “(오늘까지) 나흘 훈련을 했는데, 첫날에는 (심판들이) 굉장히 어색해하고 우왕좌왕했다. 이제 좀 그림이 그려진다. 80% 정도 적응한 것 같다. 반복 훈련을 계속해서 몸에 익혀야 한다”고 했다. 피치 클록은 경기 중 선수들이 볼 수 있게 홈플레이트 뒤편과 전광판 등 최대 4개가 설치될 예정이다.

7일 두산 베어스파크에서 심판들이 자동 볼 판정 시스템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주심이 오른쪽 귀에 이어폰을 낀 채 홈플레이트 뒤에 서 있다. [사진=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심판들은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 적응 훈련에도 나섰다. ABS는 심판이 아닌 컴퓨터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의 위치 값을 계산해 스트라이크·볼을 판정하는 이른 바 ‘로봇심판’이다.

마운드에서 던진 공을 포수가 잡자 ‘삐-’ 소리가 났다. 그러자 이어폰을 낀 주심이 “스트라이크!”라고 외쳤다. KBO는 “ABS를 도입해 모든 투수와 타자가 동일한 스트라이크존 판정을 적용받을 수 있어 공정한 경기 진행이 가능해진다”고 했다.

이제 주심은 컴퓨터가 알려주는 대로 스트라이크·볼을 선언하면 된다. ABS는 타자별 키와 방망이를 휘두르는 순간의 타격 자세에 따라 스트라이크존을 계산한다. KBO리그의 모든 선수들의 특성을 모두 자료화 해놓았다. 다만 스트라이존에 걸치는 낙차 큰 변화구에 대한 판정은 좀 더 세부적인 확인이 필요해 보였다.

이날 심판들은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도영의 스트라이크존을 설정해 놓고 훈련했다. ABS도 피치 클록과 2024시즌 선보인다.

심판들은 ABS를 반기는 분위기다. 심판의 큰 권한이었던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직접 내릴 수는 없지만 여전히 경기 중 지켜봐야 할 게 많기 때문에 괜찮다고 한다. 특히 스트라이크·볼 판정과 관련해 논란이 일 때마다 일부 심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다.

허운 위원장은 “ABS는 선수들에게 좋을 것 같다. 평균 3시간이면 집에 갈 수 있다. MLB 인터뷰를 보니 선수들이 경기 끝나고 (개인) 약속을 잡을 수 있다고 하더라. ABS가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폰을 통한 스트라이크 판정 신호 소리나 신호가 오지 않았을 때의 상황에 대한 세부 규정은 조만간 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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