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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142) 이다빈] 축덕카드-허웅 인형을 제작한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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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142) 이다빈] 축덕카드-허웅 인형을 제작한 디자이너
  • 스포츠잡알리오
  • 승인 2024.02.1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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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박시현 객원기자] 디자인은 가격 저항성을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요소다. 소비자의 구매 의사결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스포츠산업에서도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포스터, 캐릭터, 굿즈에 이르기까지 예쁜 상품과 콘텐츠가 팬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모기업의 지원 속 수익성이 극히 적었던 스포츠산업이 바뀌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큰 이유가 바로 디자인에 있다. 

스포츠 디자이너는 구단 역사, 경기와 선수 등 스토리를 상품과 콘텐츠에 녹여낸다. 물론 창작은 고통의 연속이다. 항시 새로운 콘셉트로 찰나의 순간 이목을 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힘겨운 과정을 거쳐 결과를 냈을 때 반응이 오면 그 뿌듯함으로 다음 작업에 착수한다. 

스포츠잡알리오 대학생 기자단이 K리그(프로축구), KBO리그(프로야구), KBL(프로농구) 등 여러 종목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한 인물과 만났다. 기업 소속이다가 현재는 프리랜서 신분으로 도전을 시작한 이다빈 디자이너를 인터뷰했다. 스포츠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역량은 무엇일까. 

이다빈 디자이너. [사진=본인 제공]
이다빈 디자이너. [사진=본인 제공]

-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축구를 사랑하는 프리랜서 디자이너 이다빈입니다.”

- 이전 직장 라보나 크리에이티브가 궁금합니다.

"라보나 크리에이티브는 디자이너 대표님들 두 분과 스포츠 전문 디자이너 분들로 구성된 크리에이티브 기업입니다. 국내 구단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프로구단 브랜드를 디렉팅하거나 아마추어 축구팀의 의류를 디자인합니다."

- 주요 사업은 무엇인가요?

"축구를 주력으로 진행하고 그 외에도 야구, 배구, 농구 등을 디자인합니다. SNS 포스터 디자인이나 홈경기 준비를 많이 하고, 상품화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시즌 별로 매 계약이 바뀌지만 지난해 기준 FC서울, 포항 스틸러스, 천안시티FC, 부산 KCC 이지스를 진행했습니다.”

포항스틸러스 마스코트 쇠돌이를 디자인하고 있는 모습. [사진=본인 제공]
포항 마스코트 쇠돌이를 디자인하며. [사진=본인 제공]

- 업무 타임라인은. 

“홈경기 기준으로 업무 일정이 정해집니다. 주말 경기를 준비하기 전 수목금, 그리고 경기 이후 월요일은 결과에 대한 준비를 합니다. K리그 기준 11~12월에는 다음 시즌 브랜딩 콘셉트를 잡고 시즌이 시작되는 2월까지 경기 일정 같은 공지를 제작해요.”

- 직무 진행 순서도 궁금합니다.

“구단에서 간단하게 텍스트로 이벤트 리스트 요청이 오는데 그걸 기반으로 디자인합니다. 필요한 로고나 이미지가 있을 때 요청을 하면 구단에서 이미지를 전달해 줘요. 디자인 시안을 보내면 수정사항이 오고, 이걸 1~2회 반복하면 결과물이 나옵니다. SNS 콘텐츠는 거의 원데이로 진행하는 편인데 선수 기념일 이미지, 포스터는 일주일 전에 연락을 주셔서 데드라인까지 틈틈이 제작합니다.”

- 스포츠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장점은요. 

“일반적인 디자이너들은 업무를 선택할 수 없는데, 저 같은 경우는 스포츠가 좋아서 들어온 거라 덕업일치(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직업으로 삼음) 하는 것 같아요. 관심사를 업으로 갖고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 스포츠 디자이너 채용은 자주 있는 편인가요?

“아닙니다. 라보나에 지원했을 당시에도 다른 회사는 공고가 거의 없었기에 무조건 이력서를 넣었어요. 제가 메일로 먼저 연락했고, 그중 연락 온 업체와 미팅 면접하고 입사했습니다. 구단 같은 경우 제가 찾아봤을 당시에는 디자이너라는 직종이 없었어요. 보통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팀에서 디자인할 수 있는 사람을 우대하는 식이라 ‘여기 입사하면 디자이너로서 업무를 잘 할 수 없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디자인 업체에 지원했습니다."

 

이다빈 디자이너가 제작한 허웅 솜뭉치 인형. [사진=라보나 제공]
이다빈 디자이너가 제작한 허웅 솜뭉치 인형. [사진=라보나 크리에이티브 제공]

- 스포츠산업(구단)을 이해하고, 디자인에 녹여내는 방법은요?

“구단 SNS를 팔로우합니다. 특히 유튜브 댓글을 통해 팬들의 반응을 봐요. 허웅 선수 같이 유명하신 분들은 팬분들의 외부 커뮤니티가 있어요. 거기 들어가서 니즈와 댓글 반응을 꾸준히 확인하면서 디자인에 자연스럽게 녹입니다. 또, 주변에 축구를 좋아하는 친구가 많아서 관련 일상 대화를 듣고 중요 사건을 다 파악해 많은 도움이 되는 편입니다."

- 스포츠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요소는요?

“일반 디자이너와 다르게 스포츠만 다루기 때문에 관심과 사랑이 필수 요소라고 생각해요. 스포츠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어야 이해하기 쉽고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에 잘 알고 좋아해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스포츠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일을 오래오래 할 수 있습니다."

- 스포츠 전공(지식)이 중요할까요?

"저도 축구 외에는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해요. 물론 축구도 팬으로서의 지식이고요. 그러나 지식이 있다면 구단과 산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필수는 아니지만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스포츠에 대한 사랑이나 관심이 중요합니다."

- 관련 자격증을 갖고 계시나요? 직무에 있어 필수 요소인지 궁금합니다.

“컬러리스트랑 시각디자인 산업기사가 있긴 한데 면접 볼 때 업체에서 이를 관심 있게 보지는 않았어요. 포트폴리오를 중요하게 생각하셨습니다. 업무 때는 포토샵, 일러스트, 인디자인. 이렇게 보통 3개를 기본으로 하고, 외적으로는 애프터이펙트와 프리미어프로를 사용해요.”

- 디자인 영감을 받는 경로가 있을까요?

“레퍼런스 모으는 건 숨 쉬듯이 틈날 때마다 해요. 고민이 있을 때는 머릿 속 한편에 두고 일상생활하면서 계속 한쪽에서 굴립니다. 어느 순간 아이디어가 팍 떠오르면 그때 스케치, 혹은 메모를 해요.”

 

이다빈 디자이너가 제작한 2021 포항스틸러스 AFC 결승전 포스터. [사진=라보나 제공]
이다빈 디자이너가 제작한 2021 포항스틸러스 AFC 결승전 포스터. [사진=라보나 크리에이티브 제공]

- 디자인 역량을 키우기 위한 방법이 있다면?

“포토샵·일러스트를 할 때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서 여러 방법을 시도해 보는 걸 추천해요. 레퍼런스 수집에서 끝나지 않고 작업물을 보고 따라 해보거나 느끼는 게 있으면 내 방법대로 해보는 것 같이 무조건 자기가 작업을 해봐야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실력을 터득하는 것 같습니다."

- 다양한 디자인을 만들려면 창작의 고통이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극복하는지?

“간단한 작업이더라도 하다가 막힐 때가 있어요. 방법을 알면서도 못하는 게 리셋입니다. 싹 지우고 다시 하면 잘 될 거라는 걸 알면서 못하는 거예요. 과감하게 리셋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 추천할 사이트가 있습니까.

“평소 레퍼런스는 비핸스(behance)에서 보고 있어요. 관심 있는 작가님의 SNS 링크를 팔로우합니다. 아무래도 비핸스를 보는 시간보다 SNS 하는 시간이 많으니까, 평상시에도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작가님 작품을 봐요. 작업해야 하는 콘셉트가 확고할 때에는 구글링하거나 핀터레스트(pinterest)를 검색해서 찾아봅니다.”

- 대학생 때 추천하는 활동이 있을까요?

“개인 작업을 많이 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한 가지를 시리즈로 한다든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학교 외적으로 작업을 해보시는 게 중요합니다.”

토트넘 홋스퍼 내한 당시 팬들을 이끄는 중. [사진=본인제공]
토트넘 홋스퍼 내한 당시 팬들을 이끄는 중. [사진=본인제공]

- 토트넘 홋스퍼 한국 서포터즈 회장입니다. 디자인 제작에 도움된 경험이 있을까요?

"서포터즈 운영을 하면서 SNS 콘텐츠도 관리했어요. SNS 커뮤니티 디자인, 자체 콘텐츠 제작 및 팬분들이 올리는 글을 이미지화시키는 작업을 주로 하고, 챔피언스리그 당시에는 굿즈도 제작했습니다. 좋아서 한 일인데 이 모든 게 결국 제 포트폴리오가 되어 입사할 수 있었어요. 라보나에서 일하면서 굿즈 쪽 지식이 더 많아졌는데요. 서포터즈 활동으로 머플러를 대량 생산할 때 업체를 보는 눈, 견적 단가 같은 정보를 많이 알게 됐습니다."

- 가장 애착 가는 작품이 있다면?

"하나은행의 K리그 축덕카드는 세상에 나온 제 첫 스포츠 디자인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발급되고 있어서 애착이 가요.

K리그 마스코트 반장선거 당시 포항 스틸러스의 ‘쇠돌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도 쇠돌이가 콘셉트를 잘 지키면서 마스코트 중에서도 사랑을 많이 받는 편인 것 같아 뿌듯합니다.

마지막으로 허웅 솜뭉치 인형입니다. 제가 디자인, 제작했어요. 스포츠마케팅 하는 분들에게 이슈가 됐고, 하루 만에 품절되는 이례적인 판매량이 있어 애정이 갑니다.”

- 가장 힘들었던 작업은요. 

“KBO 야구카드입니다. 1000장 정도 작업을 했어요. 인쇄, 후가공 등 한장을 위한 작업 파일이 10개 정도였습니다. 다 합치니 물리적으로 양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이다빈 디자이너가 제작한 2022 KBO 야구 카드. [사진=라보나 제공]
이다빈 디자이너가 제작한 2022 KBO 야구 카드. [사진=라보나 제공]

- 스포츠 디자이너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

“SNS에 올라오는 콘텐츠, 홈경기장에 붙은 포스터나 굿즈 등 제가 만든 게 세상에 나오면 반응을 보는 재미가 있어요. ‘이번 굿즈 미쳤다, 이번 디자인 예쁘다’ 이런 댓글 반응 보면서 일하는 것 같아요.”

-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지금은 퇴사한 지 2주 정도 된, 이제 막 세상에 나온 프리랜서입니다. 현재는 일을 하고 있지 않아서, ‘어떻게 하면 세상이 나를 찾을까’ 고민하면서 방향성을 찾고 있어요. 소문이 나서 ‘스포츠 디자인은 이다빈이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 스포츠 디자이너란?

“팬들과 구단 간 연결고리라고 생각합니다. 팬분들이 경기장을 가거나 유튜브 같은 SNS를 보시고 피드백이 오는데, 구단 입장에서 예쁘게 포장해서 팬들에게 보여주는 직업입니다."

- 스포츠 디자이너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스포츠가 좋아서 디자인을 선택하셨으니 즐기면서 하셨으면 좋겠어요. 일을 잘하면 빨리빨리 할 수 있는데, 일을 즐기면 오래 할 수 있거든요. 오래오래 디자인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수, 편집국 통합뉴스룸 팀장 민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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