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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그린 위성우의 ‘뇌구조’, ‘플레이오프’, ‘박지현’, ‘사모님’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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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그린 위성우의 ‘뇌구조’, ‘플레이오프’, ‘박지현’, ‘사모님’ [SQ현장]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4.03.0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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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위성우(53) 아산 우리은행 우리WON 감독은 ‘버럭의 대명사’로 통한다. 경기 중 작전타임 때 선수들을 강하게 질책하고 몰아세운다. 그만큼 승리에 대한 집념이 강하다. 덕분에 우리은행은 위성우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WKBL(한국여자프로농구) 최강의 팀으로 올라섰다.

다만 매 시즌 고된 훈련을 감당하는 선수들은 위성우 감독을 향해 선수들은 심술궂은(?) 장난을 친다. 위성우 감독도 경기만 아니면 “허허” 웃으며 받아준다. 우리은행에는 대표적으로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하면 위성우 감독을 발로 밟는 세리머니가 있다.

5일 서울시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코리아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는 선수들이 직접 그린 감독의 뇌구조를 공개하는 시간이 있었다. 감독들이 평소 어떤 생각을 집중적으로 하는지 선수들의 키워드를 써 만든 것.

박지현(왼쪽부터)과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 김단비가 5일 서울시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코리아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이 행사에서 우리은행이 주목받았다. 부천 하나원큐,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 청주 KB국민은행 스타즈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뇌구조를 그린 반면, 우리은행에서는 딱 3개만 있었기 때문.

위성우 감독의 뇌구조 키워드는 ‘플레이오프’, 박지현, ‘사모님’이었다. 위성우 감독은 “플레이오프는 당연히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고 박지현은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박지현은 싱글벙글 웃었다.

위성우 감독은 “박지현은 작년까지 어린 선수였고 언니들을 따라왔다면,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는 끌어야 하는 위치에 있다. 본인이 긴장도 하고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지현이가 지어야 할 부담이 있고 제가 요구하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우리은행 선수들이 그린 위성우 감독의 뇌구조. [사진=WKBL 제공]
우리은행 선수들이 그린 위성우 감독의 뇌구조. [사진=WKBL 제공]

박지현은 올 시즌 28경기에서 평균 34분 49초를 뛰며 17.25득점 9.3리바운드 3.9도움을 기록한 6년 차 주전 가드다. 정규리그 6라운드에서 기자단 투표에서 75표를 모두 받아 개인 통산 2번째 정규리그 MVP(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김단비(우리은행)는 사랑꾼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감독님과 사모님을 길에서 마주친 적이 있는데 늘 손을 잡고 있더라”라며 “길거리에서 마주쳤을 때 용돈을 주신 적이 있다. 그 이후로 감독님을 찾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신지현과 김도완 하나원큐 감독, 양인영이 5일 서울시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코리아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신지현(왼쪽부터)과 김도완 하나원큐 감독, 양인영이 5일 서울시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코리아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김도완 하나원큐 감독의 뇌구조 키워드는 ‘전술’, ‘박지수’, ‘부담’, ‘팬사랑’ 등이었다. 김도완 감독은 “박지수도 박지수이지만 강이슬도 막아야 하고 허예은도 막아야 한다. 머리가 아프다”라며 “박소희가 부담을 떨쳐내고 자기 농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키워드 중에는 ‘당 떨어진다’도 있었는데 신지현(하나원큐)은 “감독님이 간식거리를 좋아한다. 식당에서도 나가면서 빵을 하나 챙겨가신다”고 했다. 같은 팀 양인영은 “웨이트실에 웨이트하다가 당 떨어지면 먹으라고 초콜릿을 갖다놓았는데 감독님이 다 드셨다”고 웃었다. 김도완 감독은 “체중은 빠졌는데 배는 안 들어가더라. 마음 고생하는 데 얼굴 살은 빠졌는데 뱃살은 안 빠진다”고 했다.

허예은(왼쪽부터)과 김완수 KB스타즈 감독, 박지수가 5일 서울시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코리아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허예은(왼쪽부터)과 김완수 KB스타즈 감독, 박지수가 5일 서울시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코리아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KB 김완수 감독의 뇌구조 키워드는 ‘통합우승v3’, ‘걱정’, ‘(허)예은’, ‘불면증’ 등이었다. 김완수 감독은 “잠이야 모든 감독님들이 다 못 주무실 것 같다. 잘 못 자긴한다”고 했다. 그런데 김완수 감독은 ‘푹 자면 몇 시간 자느냐’라는 질문에 “푹 자면 10시간”이라고 대답해 좌중을 웃겼다. 집에 갔을 때는 잠을 푹 자지만 팀 숙소에서는 잠을 잘 못 잔다는 의미였다.

허예은에 대해선 “제가 가드 출신이기 때문에 센터보다는 가드가 하는 퍼포먼스에 대해선 보는 시야가 넓은 것 같다”며 “그래서 예은이가 좀 더 가르침이라고 하면 좋은 가르침일 수 있겠지만, 혼도 나고 지적도 받는데 예은이가 잘해서 기대는 된다”고 했다. 5년차 가드 허예은은 올 시즌 30경기에서 평균 30분 57초를 뛰면서 11.17점, 4.7리바운드, 6.2도움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옆에 있던 허예은은 “오프시즌 때 감독님 방에 제일 많이 불려 간 것 같은데, 이 자리(미디어데이) 덕분에 칭찬을 들을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박지수는 김완수 감독이 시합 날 오전에 선수들에게 상금을 건 이벤트를 한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박지수는 “KB스타즈만의 루틴인데, 금액이 적지 않다”며 “30경기를 했으니 감독님이 걱정이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김완수 감독은 “(돈이) 바닥이 나서 (구단) 관리팀에 손벌리고 있다”고 반농담을 했다.

키아나 스미스(왼쪽부터)와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 배혜윤이 5일 서울시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코리아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WBKL 제공]
키아나 스미스(왼쪽부터)와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 배혜윤이 5일 서울시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코리아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WBKL 제공]

삼성생명 선수들이 쓴 임근배 감독의 뇌구조 키워드는 ‘우리은행’, ‘플레이오프’, ‘가족’, ‘부상금지’, ‘맛잘알’(맛을 잘 아는 사람) 등이었다. 삼성생명은 플레이오프에서 우리은행과 맞붙는다.

임근배 감독은 “우리은행은 넘어야 할 산이다. 얕은 언덕이 아니라 큰 산”이라며 “사실 부담이 많이 된다. 그래도 오르다 보면 항상 정상에 가 있는 거니까 반드시 올라갈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등산을 좋아하는지 묻는 사회자 질문에 “싫어한다. 바닥을 좋아한다”고 해 웃음을 안겼다.

맛잘알에 대해서 사회자가 연달아 질문하자 임근배 감독은 “왜 저하고 연관된 게 음식인지… 저도 다른 질문 듣고 싶다. 음식은 가리는 게 없으니까 몸이 이렇게 됐을 것. 한국 사람이니까 찌개 종류를 좋아한다”고 했다.

5일 서울시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코리아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양인영(왼쪽부터), 신지현, 박지수, 허예은, 김도완 하나원큐 감독, 김완수 KB 감독,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 김단비, 박지현, 배혜윤, ㅣ아나 스미스가 5일 서울시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코리아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트로피를 가운데 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감독의 뇌구조를 알아보는 시간만큼은 즐거웠지만 포스트시즌 정상을 향한 각 팀 선수단의 각오도 대단했다.

허예은은 “플레이오프라는 무대는 늘 특별하고 설렜다”며 “신나게 달려보겠다”고 말했다. 양예은은 “후회 없이 즐기는 자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겠다”고 했다. 김단비는 “제가 우리은행 있으면서 제일 많은 들은 게 ‘또 우리은행이 우승해? 챔프전 올라가?’였다. 또 우승하고 챔프전에 올라가겠다”고 각오를 세웠다. 배혜윤(삼성생명)은 “정규리그에서 매 경기 간절하게 뛰어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됐다”며 “간절하게 열심히 뛰어보겠다”고 했다.

WKBL 플레이오프는 5전 3선승제로 정규리그 1위 KB와 4위 하나원큐, 정규리그 2위 우리은행, 3위 삼성생명의 대결로 막을 올린다. 오는 9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리는 KB-하나원큐전이 첫 경기다. 각각 3승을 먼저 거둔 팀은 오는 24일부터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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