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벼랑 끝에서 일단 살아 돌아온 김연경(36·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은 넉살이 좋다.
12일 수원체육관에서 벌어진 수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방문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2 27-25 25-20)으로 이긴 후 인터뷰실에 들어오면서 “현대건설 취재 때문에 많이 오셨네요”라며 미소 지었다.
흥국생명이 이날 현대건설에 졌으면 그대로 정규리그 우승컵을 내주는 상황. 하지만 흥국생명이 이날 승리하면서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우승컵은 최종전에서 가려지게 됐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김연경이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도드람 2023~2024 V-리그(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경기에서 득점을 한 뒤 박은서와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news/photo/202403/463548_519512_1537.jpg)
이날 승리로 승점 76(27승 8패)이 된 2위 흥국생명은 승점 77(25승 10패)의 선두 현대건설에 승점 1점 차로 따라붙었다. 흥국생명은 오는 15일 홈에서 GS칼텍스 서울 Kixx와 정규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이 경기를 이기고 현대건설과 광주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의 16일 최종전을 지켜봐야 한다.
현대건설은 올 시즌 페퍼저축은행에 5전 전승을 거뒀다. 여전히 정규리그 우승컵에 가까운 현대건설이다.
시즌 막바지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김연경은 힘을 쥐어 짜내고 있다. 12일 경기에서 16득점(공격성공률 45.45%)을 기록하면서 승리를 이끌었다. 1세트가 백미였다. 세트 후반에 강한 김연경의 힘이 다시 한번 발휘됐다. 22-22에서 김연경이 오픈 공격을 하며 역전을 이끌었다. 흥국생명은 토코쿠 레이나(등록명 레이나)의 2연속 득점을 더해 세트를 따냈다.
최근 5경기에서 평균 24.4득점을 한 김연경은 한 경기를 제외하고 공격성공률을 45.00% 이상으로 활약하고 있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김연경이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도드람 2023~2024 V-리그(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경기에서 스파이크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news/photo/202403/463548_519513_1617.jpg)
V리그 7번째 시즌을 뛰는 김연경은 정규리그에서 개인 통산 가장 많이 뛰었다. 12일까지 35경기에서 137세트를 소화했다. 이전 최다 기록은 지난 시즌의 34경기 129세트다. 서른 중반이 넘은 나이에 오히려 더 출전 시간이 많아졌다. 764득점을 하며 데뷔 시즌(2005~2006·756득점) 이후 가장 많은 득점을 해냈다.
현재 득점 5위, 공격 종합 2위(44.90%), 오픈 공격 5위(40.66%), 퀵오픈 5위(47.06%), 시간차 5위(58.48%), 리시브 6위(42.50%), 디그 3위(세트당 평균 4.869개), 수비 세트당 평균 10위(5.547개) 등 국내 선수 중에는 공수에서 가장 압도적인 모습이다.
김연경은 “(정규리그) 마지막이 되니까 지치기도 하는데 사실 그런 것들은 이유가 될 수 없다. 핑계라고 생각한다. 한 경기 남아있는데 포커스를 맞추고 제 컨디션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최종 GS전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김연경은 “경기 남았는데 끝까지 해봐야 한다. 현대건설보다 먼저 경기를 하는데 이기는 것 뿐만 아니라 승점 3점을 가져와야 (우승) 가능성이 생긴다”고 했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김연경이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도드람 2023~2024 V-리그(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 셧아웃 승리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news/photo/202403/463548_519514_173.jpg)
페퍼저축은행의 선전도 기원했다. 그는 “페퍼저축은행이 최근에 컨디션이 좋더라. 야스민도 그렇고…”라고 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8일 페퍼저축은행에 세트스코어 1-3으로 일격을 당했다. 이 패배는 흥국생명에 두고두고 아쉽다. 이날 지면서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우승에 빨간불이 켜졌다.
김연경은 이날 경기를 마친 후 KOVO 공식 유튜브 채널 코보티비를 통해 “야스민 듣고 있지?”라며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그냥 좀…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농담과 진심을 적당히 섞어 말하기도 했다.
김연경은 “분위기를 추스르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다음 날 훈련하면서도 분위기가 안 좋았는데 (아본단자) 감독님이 조금 푸시하기도 했다. 선수들도 충격을 받았겠지만 반성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다고 했는데 (현대건설전에서) 잘 보여준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연경은 올 시즌을 앞두고 흥국생명과 총보수액 7억7500만원(연봉 4억7500만원·옵션 3억원)에 1년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했다. 지난 시즌 은퇴를 고민했지만 선수로 현역 연장을 하기로 결정했다. 올 시즌을 마친 후의 거취에 대해선 “고민하고 있다. 노코멘트 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페퍼저축은행이 현대건설을 잡을 수 있을지 묻자 "그건 나도 모른다"며 “(페퍼저축은행에) 과일 바구니라도 사서 보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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