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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아산FC 붉은 유니폼 논란, 김태흠 “꼼수로 정치한 적 없어” [프로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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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아산FC 붉은 유니폼 논란, 김태흠 “꼼수로 정치한 적 없어” [프로축구]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4.03.1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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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지난 9일 충남아산FC와 부천FC1995의 하나은행 K리그2 2024 2라운드가 열린 충남 아산이순신종합운동장에는 ‘축구는 정치 도구가 아니다’, "김태흠, 박경귀 OUT" 등이 적힌 현수막이 관중석에 걸렸다. 이날은 충남아산FC의 홈경기.

그런데 충남아산 선수들은 홈 유니폼이 아닌 서드(Third) 유니폼을 입었다. 서드 유니폼은 홈이나 원정팀의 유니폼의 색상이 비슷한 경우 착용하는 3번째 유니폼이다. 그러니까 홈구장에서는 홈 유니폼을 입어야 하는데 선수단이 입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서드 유니폼의 색깔은 붉은색. 이날 홈경기에는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박경귀 아산시장이 찾아 시축과 격려사를 했다. 구단 측에서 충남아산 서포터스에게 빨간색 응원 도구와 깃발 등을 나눠줬고 흔들기 등 호응을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충남아산FC 선수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 9일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충남아산FC 선수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4.10 총선을 앞두고 두 지자체장 소속의 색깔이 들어간 유니폼을 입었다는 의구심이 일 수밖에 없다. 시민구단 충남아산FC의 구단주가 박경귀 시장이다.

충남아산 서포터즈 아르마다 역시 성명문을 내고 구단에 항의했다. 아르마다는 "홈 개막전에서 서드 유니폼을 입을 거라는 소식이 들려왔고, 이순신종합운동장 주변 거리 배너 사진에 파란 홈 유니폼이 아닌 원정 유니폼(흰색)이 부착됐으며, 온·오프라인 구단 홍보물에 팀 컬러인 '파랑+노랑' 조합이 사라지고 점차 붉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홈 경기 당일 아침, 구단이 제작한 붉은 깃발을 사용할 것을 요청받았으나 반대 의사를 정확히 밝혔다"며 "사전 협의도 없었을뿐더러, 디자인이 팀 색깔과 맞지 않는 디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충남아산FC 유니폼. [사진=충남아산FC 제공]

충남아산의 붉은색 유니폼은 지난 2월 공개됐다. 당시 충남아산FC는 보도자료를 통해 “구단의 연고지인 아산시에서 6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성웅이순신축제를 기념하기 위해 레드 유니폼을 제작했다”며 “이순신 장군의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책임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실제 이순신 장군의 장군복의 붉은색 색상을 바탕으로 장군검 모양을 은은하게 삽입하여 선수들의 투철함과 절실함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와 관련해 충남아산FC에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연맹은 구단에서 서포터즈에서 붉은색 응원 도구와 깃발을 나눠주고 호응을 유도한 게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의심한다.

연맹에 따르면 이날 정당 서너 곳이 장외에서 유세 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에 따르면 국민의힘 측 선거운동원도 경기장 밖에서 유권자를 만났다.

충남아산FC 구단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붉은 유니폼이 서드 유니폼이 아닌, 두 종류의 2024시즌 홈 유니폼 중 하나일 뿐이고 내달 열릴 성웅이순신축제를 기념하거나 특집 유니폼으로 주로 판매될 예정이라고 했다.

이준일 충남아산FC 대표. [사진=연합뉴스]

논란이 일자 이준일 충남아산FC 대표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절대 정치적인 사안과 연결돼 진행한 일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선수들의 각오를 다지고 좋은 성적을 내 국가대표가 되라는 취지에서 국가대표 상징인 붉은 유니폼을 준비했는데 이렇게 문제가 될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번 일로 불편을 느끼셨을 많은 축구 팬께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준일 대표는 "충남아산FC는 독립 법인으로 아산시 또는 충남도의 운영 개입은 일절 없었고 오히려 대표이사 취임 때부터 구단의 모든 인사권, 재정권이 저에게 위임됐다"며 "다시 한번 붉은 유니폼에 대해 그 어떤 정치적인 논리도 작용하지 않았다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도 같은 날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일 유니폼이 빨간색인지 파란색인지, 노란색인지 알지도 못했다"며 “선거철이 가까워지면서 진실을 왜곡해 비판·공격하는 부분에 대해 심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김태흠 지사는 "당일 명예 구단주로 시축과 격려사를 했고, 유니폼은 구단에서 주는 대로 입었다"며 "지금까지 꼼수로 정치해 본 적 없다. 제 그릇을 작게 보고 비판하는 데 자존심 상한다"고 했다. 이어 "빨간색 유니폼을 입는다고 얼마나 선거에 도움 되겠느냐.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논란되는 부분을 이해 못 하겠다"며 "(빨간 유니폼 논란을) 확대 재생산해서 정치화하는 게 오히려 정치적"이라고 지적했다.

경기 중 관중석에 걸린 현수막을 떼라고 요구한 점에 대해선 "경기 중 '김태흠·박경귀 아웃(OUT)·정치 자신 없으면 물러나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공무원에게 물어봤고, 그제야 빨간 유니폼 만든 걸 알았다"며 "알지도 못한 상황에서 정치적 구호를 내걸어 불쾌해 플래카드를 떼라고 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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