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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위축 걷어내고 강해진 OK금융그룹 신호진 [SQ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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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위축 걷어내고 강해진 OK금융그룹 신호진 [SQ인터뷰]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4.03.15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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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안산 OK금융그룹 읏맨(승점 57·20승 15패)의 힘은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즈(등록명 레오·쿠바)의 폭발적인 힘에 있다. 리그 최상위 공격수인 그는 팀 내 압도적인 공격 점유율(43.61%)을 책임진다. 레오가 공격에 집중할 수 있는 이유는 뒤를 받쳐주는 동료들 덕분. 그 중심에는 2년 차 아포짓 신호진(23)이 있다.

신호진은 14일까지 디그 6위(세트당 1.813개), 수비(리시브+디그) 8위(세트당 평균 3.696개)에 올라 있다. 팀 내 리시브 점유율(22.83%)은 1위다. 아포짓은 수비 가담이 적은 포지션인데, 그는 적극적으로 수비를 하는 아포짓이다.

신호진은 최근 스포츠Q와의 인터뷰에서 “상대 공격을 그렇게 많이 잡은 것 같지 않은데 기록이 왜 이렇게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겸손해했다. 그는 선 채로 수비 자세를 취한 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상대의 강타는 잡기 어려워도 블로킹을 맞고 튀어나온 공을 잡기 효과적이라고 한다.

OK금융그룹 신호진. [사진=KOVO 제공]
OK금융그룹 신호진. [사진=KOVO 제공]

“수비수들이 낮게 깔려 오는 공을 받으려고 자세를 낮추곤 하는데 저는 선 채로 수비하는 게 편해요. 덕분에 반응 속도가 빨라져서 상대 공격을 많이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감독님도 제 성향을 존중해 주셨죠.”

3라운드(6경기) 전패를 당하며 위기에 빠졌던 OK금융그룹은 레오의 공격 점유율을 극대화했다. 이 처방이 제대로 통하면서 4라운드 전승하며 반등했다. 2021~2022시즌 이후 3시즌 만에 봄배구도 확정했다. 신호진은 “레오한테는 ‘내가 수비 잘할 테니까 알아서 공격 때려줘라’고 말한다”고 웃었다.

그렇다고 신호진의 공격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퀵오픈 4위(61.29%), 후위공격 9위(44.65%)에 올라있다. 득점 13위(353점·공격성공률 50.24%)로 팀 내에서 레오에 이어 2위다. 그는 “공을 많이 때리고 싶은데 옆에서 레오가 때리는 걸 보면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OK금융그룹 레오와 신호진. [사진=KOVO 제공]
OK금융그룹 레오와 신호진. [사진=KOVO 제공]

키 187cm인 그는 공격수로는 키가 크지 않다. 팀 내 공격수 중에서도 가장 작다. 레오의 키는 207cm다. 그는 “신장이 낮다 보니 점프를 늘리기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며 “20kg짜리 모래주머니를 등에 업고 스쿼드 점프(낮은 자세로 있다가 뛰는 것)를 한다”고 했다.

신호진은 올 시즌 정규리그를 앞두고 열린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컵대회)에서 팀의 우승을 이끌며 MVP(최우수선수)에도 선정됐다. 하지만 막상 정규시즌에 들어가자 초반엔 몸이 덜 풀렸다. 그는 “컵대회에서 우승하고 나니 더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초반에 있었다”며 “3라운드 전패하면서 많이 힘들었는데 다시 정신을 부여잡으며 형들하고 한 덕분에 3위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했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수비 실력도 좋아졌다.

신호진은 인하대를 졸업하고 2022~2023 KOVO 남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OK금융그룹 유니폼을 입었다. 많은 기대를 안고 프로에 왔으나 시즌 중반 약 한 달간 결장했다. 인하대 시절 전국대학배구에서 2번의 MVP와 신인상까지 받았지만 프로 무대는 달랐다.

OK금융그룹 신호진. [사진=KOVO 제공]
OK금융그룹 신호진. [사진=KOVO 제공]

그는 “프로에 오니 팀 분위기도 엄격하고 대학리그와 수준 차이가 크다 보니 심리적으로 위축됐다. 이대로 가다간 배구 인생이 끝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자신감을 잃으면서 평소 스파이크 속도까지 나오지 않았다. 그는 “힘들었던 시기에 그 속에서 빠져 나오기 쉽지 않았다”면서도 “저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준 시즌이었다”고 돌아봤다.

신호진이 제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었던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 부임한 오기노 마사지(54·일본) 감독의 영향이 컸다. 신호진은 “감독님이 늘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셨다. 나에겐 행운이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다.

OK금융그룹 신호진. [사진=KOVO 제공]
OK금융그룹 신호진. [사진=KOVO 제공]

오기노 감독은 “신호진은 머리가 좋은 선수다. 레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때에 따라서 그에게 경기를 맡길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신호진은 대전 석교초 2학년 때 호기심으로 배구를 시작했다. 중3 때 키가 172cm 밖에 되지 않아 리베로만 할 생각이었는데 고등학생이 되면서 키가 180cm를 넘기면서 공격수로 전환했다. 그는 “배구 기본기를 배우는 데 공이 바닥에 떨어지는 게 싫었다. 공이 바닥에 안 떨어지면 기분이 좋아서 흥미를 가지고 했고 어느 순간 경기에 뛰고 있었다”고 했다.

신호진의 롤모델은 자신처럼 수비하는 아포짓인 서재덕(35·수원 한국전력 빅스톰)이다. 신호진은 “‘리시빙 아포짓(수비하는 아포짓)의 표본”이라며 “잘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준다. 나이가 있지만 실력이 어디 안 간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배구 선수로 최종 목표는 성인 국가대표팀이다. “배구 시작해서 프로도 됐잖아요.  국가대표에 대한 꿈도 있죠. 그런데 더 열심히 해야 될까 말까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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