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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연 황준서, 초강력 임팩트 신고식 [MLB 서울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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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연 황준서, 초강력 임팩트 신고식 [MLB 서울시리즈]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4.03.18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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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이토록 화려한 신고식이 있을까. 2024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1‧2순위 황준서(한화 이글스)와 김택연(두산 베어스)이 KBO리그에 데뷔도 하기 전에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팀 코리아)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2024 MLB 서울시리즈 스페셜매치에서 2-5로 패했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스코어이자 내용이다.

승패가 덜 중요했던 한판이었다. 지난해 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사 이후 세대교체를 추진 중인 한국 야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이어 다시 한 번 20대 초중반 선수들로 엔트리를 꾸려 경험쌓기에 나섰다.

김택연이 두 타자를 연속 삼진 처리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며 동료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류중일 감독의 “지더라도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대결은 우리 젊은 대표 선수들에게 엄청난 경험이 될 것”이라던 기대가 현실이 됐다. 나란히 2005년생으로 아직 만 20세도 되지 않은 최상위 드래프터 듀오의 합작 1이닝 무실점에 국내 야구팬들은 미소를 지었다. 둘이 계약금을 3억5000만원씩 받은 이유를 알 수 있었던 승부였다.  

우완 정통파 김택연이 스타트를 끊었다. 한국이 2-4로 뒤진 6회말 등판한 김택연은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 제임스 아웃먼을 연속해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쿠팡플레이 해설위원으로 나선 전 메이저리거 김선우는 “김택연의 패스트볼은 마치 2006년 오승환을 보는 것 같다”고 극찬했다.

늘 최상위권을 오가다 9위로 한 번 떨어진 덕분(?)에 전체 2순위로 김택연을 픽할 수 있었던 두산으로선 함박웃음이 새어 나온다. 아직 KBO 페넌트레이스를 단 한 경기도 치르지 않았음에도 김택연은 정철원과 두산 마무리 자리를 두고 다툴 자원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김택연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황준서는 한 타자를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사진=연합뉴스]

김택연보다 지명순위가 높은 왼손 황준서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김택연보다 구속은 2~3㎞ 덜 나왔지만 싱커, 체인지업으로 2스트라이크를 만들더니 카운트 1-2에서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유도, 미구엘 바르가스를 삼진 처리했다. 왜 1순위인지 보여준 셈이다.

재작년 문동주, 작년 김서현을 1순위로 품은 데다 미국에서 맹활약한 역대 최고 투수 류현진까지 돌아와 전력이 대폭 강화된 한화로선 흥분하지 않을 수 없다. 마무리 스타일인 김택연과 달리 황준서는 선발 자원으로 분류돼 팀내에서 로테이션 경쟁을 펼치게 된다.

김택연, 황준서보다 나이가 많은 형들도 희망을 안겼다. 선발 곽빈(두산)도 인상적이었다. 2이닝 1피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결과는 썩 좋지 않지만 다소 운이 따르지 않았다. 95마일(시속 153㎞)짜리 패스트볼을 앞세워 기죽지 않고 씩씩하게 던지며 잘 버텼다.

4회에 등판한 오원석(SSG 랜더스)도 제몫을 해냈다. 1사 1루를 무실점으로 넘긴 뒤 5회를 삼자범퇴를 마쳤다. 이의리(KIA 타이거즈)와 박영현(KT 위즈)만 고전했을 뿐 박명근(LG 트윈스), 최지민(KIA), 손동현(KT) 등은 잘라 던지며 실점하지 않았다.

팀 코리아는 전날 샌디에이고와의 스페셜매치에서도 선발 문동주를 제외한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신민혁(NC 다이노스), 정해영(KIA), 최준용(롯데 자이언츠) 등 영건들이 무실점을 합작하는 등 밝은 미래를 보여줬다. 올해 11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를 앞둔 대표팀으로선 그야말로 희소식이다.

친선전을 마친 LA 다저스와 팀 코리아가 그라운드로 나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야수들도 마찬가지로 기죽지 않았다. 1회 강백호(KT)를 시작으로 최지훈(SSG), 김성윤(삼성), 나승엽(롯데) 등이 파이어볼러인 다저스 선발 보비 밀러의 99마일 이상 패스트볼을 통타, 하드히트(95마일 이상) 타구를 생산했다.

강정호-박병호-김하성-이정후 다음으로 ‘히어로즈산 빅리거’ 계보를 이을 게 확실시 되는 김혜성은 우중간 담장을 때리는 큼지막한 2루타로 존재감을 뽐냈다. 최지훈은 투수 타이밍을 뺏고 도루에 성공하더니 송구가 빠진 틈을 타 3루에 안착했고 득점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이맘때 처참한 경기력으로 WBC 1라운드에서 탈락했던 그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한국 야구에는 활력이 생겼다. 샌디에이고-LA 다저스가 치르는 서울 시리즈는 젊은 자원들이 한층 성장하고 자신감을 수확하는 결정적인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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