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6-27 09:33 (목)
'스타워즈' 진입 장벽? 이정재가 처리했으니 안심하라 [Q리뷰]
상태바
'스타워즈' 진입 장벽? 이정재가 처리했으니 안심하라 [Q리뷰]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4.06.05 22: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온화하면서도 결의에 찬 얼굴, 동요할지언정 흔들리지 않는 자세, 눈앞의 나무에 휩쓸리지 않고 침착하게 숲을 바라보는 시선, 이것이 이정재의 '제다이'다.

할리우드 최대 흥행 프랜차이즈 '스타워즈'의 새로운 세계관 '애콜라이트'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로 탄생했다. 이정재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자 '스타워즈' 시리즈 최초 한국인 배우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애콜라이트'는 평화를 수호하는 제다이 기사단의 황금기로 불리던 시대에 전대미문의 제다이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그 뒤에 숨겨진 비밀과 진실 속 새롭게 떠오르는 어둠의 세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리 액션 스릴러를 그린다.

'스타워즈'는 1970년대부터 제작된 장수 지식재산권(IP)답게 오리지널, 프리퀄, 시퀄, 스핀오프, 앤솔로지, 애니메이션, TV 드라마, 소설, 만화책, 다큐멘터리 등 지금까지 제작된 작품만 수십 개가 넘는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는 '스타워즈' 4글자만 작성해도 '스타워즈 순서'가 자동완성될 정도. 영화와 시리즈만 감상하더라도 30여 편에 달하고, 방대한 세계관은 유기적으로 얽혀 있어 새롭게 도전하기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마블 시리즈, DC 시리즈가 국내 흥행 파워를 잃은 원인 역시 스토리 중첩 부담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러한 영향을 무시할 수 없듯 '스타워즈' 국내 팬덤은 프랜차이즈 본토 미국에 비해 매우 적은 수준이다. 특히 국내 영화·드라마 주 소비층은 20~30대로 시리즈 등장 시기인 1970~1980년대와 거리가 멀다. 결국 시리즈를 어떻게 '리셋'하느냐가 흥행을 좌우한다.

이정재. [사진=스포츠Q(큐) DB]
이정재. [사진=스포츠Q(큐) DB]

이런 면에서 '애콜라이트'는 국내 관객이 흥미롭게 여길 포인트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선 채로 출발선을 그었다. 기존 시리즈 이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독립적인 이야기로 시청 부담감을 낮춘 데다 이정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친숙함과 호기심을 더한 것. 플랫폼 또한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무빙', '킬러들의 쇼핑몰', '삼식이 삼촌' 등으로 긍정적인 사용자 반응을 이끈 디즈니+이니 접근성 면에서 점수를 따고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다. "작품이 마음이 든다면 '스타워즈' 정주행은 어떤가요?"라고 물으며 시리즈 유입을 유도하는 교두보 역할에 가장 적합한 작품이 바로 '애콜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사전 요소들이 플레이 버튼을 누르게 만든다면, 이정재를 활용하는 '애콜라이트'만의 방식은 앞으로 공개될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경우 그동안 마동석, 박서준, 수현 등이 마블 시리즈에 출연해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기대보다 적은 비중으로 국내 관객의 아쉬움을 샀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애콜라이트’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애콜라이트’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하지만 이정재의 제다이 '마스터 솔'은 다르다. 사건 중심축을 맡아 전개를 이끌고 아만들라 스텐버그와 투톱으로 나서 감정선을 풀어간다. 과거에 매듭짓지 못한 사건을 파헤치는 모습은 범죄수사물의 장르적 재미도 가져간다. 4명의 선생님을 두고 혀가 닳을 정도로 연습했다는 영어 발음은 함께 연기하는 영어권 배우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마스터 솔'을 동양인으로 설정한 부분에서 레슬리 헤드랜드 감독의 혜안이 돋보인다. 이정재는 5일 열린 '애콜라이트' 기자간담회에서 동양인 제다이 마스터가 된 배경에 대해 "마스터 솔은 이전 작품의 제다이보다 더 윗세대의 제다이다. 역대 제다이의 복장, 무술, 머리스타일, 철학 등을 보면 동양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백인 제다이들의 동양 사상이 어디서 비롯됐을지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동양인 제다이가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애콜라이트’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애콜라이트’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그의 말대로 '스타워즈'는 동양 문화를 배제하고 이야기할 수 없다. 레슬리 헤드랜드 감독이 "동양인 제다이를 문제 삼는 '스타워즈' 팬은 진짜 팬이 아니"라고 강하게 이야기한 배경에는 '스타워즈' 역사가 있다. 제다이의 광선검 무술은 일본의 검도와 비교되고 '포스'(The Force) 개념은 동양 무술의 바탕이 되는 기(氣)와 유사하다. 초기 '스타워즈' 시리즈가 미국 관객에게 큰 인기를 끈 이유는 서양 SF에 낯선 동양 문화를 더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애콜라이트'는 서양인들이 영유한 타국 문화를 과감하게 드러낸다. 제다이를 교육하는 인물에 한국 배우를 캐스팅한 것은 물론 제다이들이 사용하는 무술은 무협, 태극권 등에 기반을 둔다.

그렇다면 '왜' 이정재였을까. 이정재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인기 이후 '애콜라이트' 출연 제의를 받은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정재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를 포함한 4명의 배우가 후보였고 그중에는 할리우드 유명 배우도 있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애콜라이트’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애콜라이트’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이정재를 향한 질문은 1, 2회 만에 가볍게 해소된다. 이정재의 무기인 '목소리'가 작품의 여백을 채우기 때문. 낮게 울리는 중저음 보이스는 정확한 발음과 어우러져 신뢰감을 주고 명상과 무술로 단련된 제다이의 정적인 아우라를 돋보이게 만든다. 덧붙여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오징어 게임'을 통해 알게 된 친숙한 얼굴이면서도 할리우드 작품을 통해 소비된 적 없는 미지의 동양 배우라는 지점이 통할 것으로 보인다.

'애콜라이트'에게 남은 것은 이야기다. 1, 2회는 사건의 시작점과 인물 관계를 설명하는 전개가 속도감 있게 흘러갔다. 단, 8회 만에 오샤-메이-마스터 솔의 과거와 현재를 풀어내고 제다이와 그들의 적 '다크 포스'의 관계까지 서술해야 보니 초반부 임팩트가 다소 떨어지기도. 하지만 1, 2회 동시 공개로 단번에 설명부를 털어낸 만큼 본격적으로 펼쳐질 빌런 추적기에 대한 기대가 증폭된다.

'애콜라이트'는 5일 1, 2화 공개를 시작으로 디즈니+를 통해 매주 수요일 1회씩 총 8개의 에피소드를 공개한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