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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궁의 나라' 한국의 이면, "컴파운드? 그게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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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궁의 나라' 한국의 이면, "컴파운드? 그게 뭐죠?"
  • 강두원 기자
  • 승인 2014.05.26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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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파운드 대표팀, 열악한 조건 속 AG 금메달이 도약 포인트

[300자 Tip] 올림픽에서 가장 숨을 죽이며 지켜보는 종목 중 하나는 양궁일 것이다. 한 발 한 발 혼신의 힘을 다해 손가락에 모든 신경을 집중시켜 거세게 부는 바람 앞에서도 한 치의 오차도 없는 10점을 꽂아 넣는 한국 양궁의 실력은 세계가 인정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양궁도 있다. 한국이 최강이 아닌 양궁이 있다니 무슨 말이냐고 묻겠지만 컴파운드(Compound Bow)라고 불리는 활은 한국이 아직 세계적으로 완전정복은 이루지 못한 양궁의 한 종목이다. 그러나 한국이 어떤 나라인가. ‘신궁의 나라’라 불리는 양궁 강국이 아닌가. 컴파운드라는 색다른 활이 도입된 지 10여년 만에 세계 정상의 자리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컴파운드에 대한 관심은 걸음마 수준이다. 팀도 선수도 턱없이 부족하다. 첫 도약점은 오는 9월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양궁 컴파운드에 걸린 금메달을 모두 석권하는 것이다.

[진천=스포츠Q 글 강두원 · 사진 최대성 기자] 1995년 세계양궁선수권대회가 열린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는 특이하게 생긴 활이 관중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보통 알고 있는 활보다 크기는 조금 작고 시위도 3줄에 조준경도 달려 있고 게다가 활 양 끝에 둥그런 모양의 도르레가 달린 것이 관중들에 ‘저런 활도 있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 했다.

신기함을 자아낸 이 활의 이름은 ‘컴파운드’로 자카르타 세계양궁선수권대회부터 세계양궁연맹(WA)의 정식종목으로 지정된 또 하나의 양궁 종목이다.

세계적인 양궁 강국인 한국에서 컴파운드가 처음 도입된 시기는 2000년대 초반이다. 1984년 LA 올림픽에서 서향순이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리커브(Recurve Bow)에 비하면 한참 후에 알려지기 시작한 종목이다.

한국이 컴파운드 종목에 정식선수를 처음 출전시킨 대회는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로 해당 대회 양궁 종목에 컴파운드가 추가되자 리커브 위주의 육성이 주를 이루던 한국에도 컴파운드 선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 '신궁의 나라' 한국에서 컴파운드 대표팀의 명성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도입 10여년 만에 국제대회 상위권을 다투는 실력까지 치고 올라왔다. 어찌 보면 한국 양궁의 이면이라 할 수 있는 컴파운드 대표팀에 인천 아시안게임은 생소함을 벗어 던질 좋은 도약 기회다.

당시 한국의 최미연(33)은 성인대회는 아닐지라도 첫 국제대회에 출전해 114점을 기록하며 여자 컴파운드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조영준(33) 정의수(29) 최용희(30)로 이루어진 남자 컴파운드 대표팀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신궁의 나라’ 한국의 위상을 널리 알렸다.

그러나 성인대표팀으로 그 수준을 올린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본래 양궁이라 하면 한국 사람들은 으레 ‘한국의 최강이지’라는 생각을 갖는다. 하지만 컴파운드의 최강국은 한국이 아니다.

한국은 리커브 종목에서 남녀 모두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지만 컴파운드에서는 남자 대표팀이 8위, 여자 대표팀이 5위로 상위권에서 떨어져 있다. 남자 대표팀 1위는 미국이며, 여자 대표팀의 1위는 콜롬비아다. 한국과 포인트 차도 각각 190점, 140점 가량 보이고 있다.

◆ 단기간에 급성장한 한국 컴파운드

컴파운드 대표팀이 처음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것은 2007년 독일 라이프치히 대회부터다. 당시 한국에는 컴파운드를 정식으로 훈련하는 선수가 많지 않아 단체전에 나갈 수 있는 대표팀을 꾸릴 수 없었다.

그래서 각각 남녀 1명씩 대회에 출전했다. 여자 개인전에 나선 서정희(29)는 8강에서, 남자 개인전에 나선 김동규(28)는 128강에서 탈락하며 첫 세계선수권대회를 마무리했다.

이후 대한양궁협회는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울산에 유치하며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많은 준비를 시도했다.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컴파운드 대표팀의 활성화였다. 당시 대한양궁협회에 등록된 컴파운드 선수는 129명. 그러나 대부분이 동호회 출신으로 국제대회에 참가하기에는 실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실업팀에 소속된 몇몇 선수와 한국체대와 고려대 등 대학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해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서정희, 권오향(28), 석지현(24)으로 구성된 여자 대표팀이 첫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209점을 쏘며 은메달을 따낸 것이다. 결승전에서 석지현이 동료 선수와 교대하는 부분에서 실수만 없었다면 충분히 금메달도 가능했던 실력이었다.

남자 대표팀은 아쉽게 높은 세계의 벽을 실감하며 아쉬운 성적을 받아들였지만 여자 대표팀의 성과는 그야말로 한국 컴파운드의 한줄기 빛이었다.

이후 한국은 아시아 무대에서 강세를 보이며 실력을 키워 나갔다. 울산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열린 제16회 아시아양궁선수권대회에서 여자 컴파운드 대표팀(서정희, 권오향, 석지현, 박원영)은 단체전에서 인도를 225-215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석지현은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에 올랐다.

▲ 보통 사람들이 주로 알고 있는 리커브 활은 화살이 포물선이 그리며 날아가는 반면 컴파운드 활은 거의 일직선으로 날아가 과녁에 꽂힌다. 따라서 정확성도 리커브 활보다 우수하고 10점 밖으로 꽂히는 경우가 드물다.

지난해 대만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석지현과 윤소정(21), 최보민(30)이 여자 컴파운드 개인전에서 금·은·동메달을 휩쓸며 양궁 강국의 면모를 내보였다.

남자 대표팀 역시 실력을 꾸준히 늘려 나갔다. 2011년 이란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민리홍(23)이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따낸데 이어 단체전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점차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여자 컴파운드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신우철(38) 코치는 단기간 내 급성장한 비결에 대해 “컴파운드 활 자체가 리커브보다 정확하게 쏘기 쉬운 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지금 대표팀에 있는 선수들은 모두 리커브 종목을 경험했던 선수다. 이미 활을 쏘는 데 있어 필요한 기본기와 자세가 갖춰져 있고 그만큼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보다 빨리 적응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양창훈(44) 컴파운드 대표팀 감독 역시 “이제 처음 활을 잡은 선수들이 아니고 이전에 리커브 종목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이라 기본기가 충분하기 때문에 성장세가 빠르다”며 급성장의 배경을 설명했다.

◆ ‘신궁의 나라’ 한국 양궁의 이면(異面)

아시아 무대에서 한국 양궁의 힘을 보여준 컴파운드 대표팀은 세계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13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WA 1차 월드컵에서 여자 컴파운드 대표팀이 단체전에서 미국을 231-216으로 제치고 사상 첫 월드컵 금메달을 따냈다. 게다가 석지현은 여자 개인전에서 컴파운드 세계랭킹 1위 에리카 존스(미국)를 147-143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해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남자 대표팀은 같은 대회 단체전에서 민리홍, 최용희, 양영호(19)가 이탈리아와 4강에서 만났지만 232-229로 패했다. 하지만 3,4위전에서 아르헨티나를 230-229로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며 월드컵 대회 첫 입상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지난달 열린 2014 WA 1차 월드컵에서는 여자 컴파운드 대표팀의 최보민이 개인전에서 1위를 차지하며 실력을 과시했다. 여세를 몰아 아시아 여자 컴파운드 선수 중 가장 높은 세계랭킹인 6위를 마크했다. 컴파운드 대표팀의 간판 석지현 역시 9위를 차지하며 윤소정(17위)과 함께 아시아 선수 부문 랭킹 1위부터 3위까지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컴파운드 대표팀이 단기간 내 급성장을 보이며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섰지만 양창훈 감독과 신우철 코치는 한 목소리로 단 한가지 아쉬움을 나타냈다.

선수층이 너무 얇다는 것이다. 일례로 오는 9월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나설 컴파운드 대표팀을 선발하기 위해 대표선발전을 치렀지만 200명 이상이 참가하는 리커브 종목에 비해 컴파운드는 여자선수가 17명, 남자선수가 30명 정도만이 참여했다.

▲ 훈련에 집중하고 있는 여자 컴파운드 대표팀. 컴파운드 활의 특징은 양 끝에 도르래가 달려 있고 3개의 시위로 당기는 힘이 리커브 활에 비해 적게 들고 조준경이 달려 있어 정확성이 리커브 활에 비해 높다.

많은 선수들 가운데서 실력을 평가해 가장 우수한 선수를 선발해야만 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컴파운드를 훈련하는 선수들이 매우 부족한 현실이라 대표팀 내의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다.

심지어 컴파운드 종목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실업팀은 여자팀이 6개를 넘지 않으며 남자팀은 현대제철 단 한 곳뿐이다. 그나마 한체대와 중원대 등에 양궁부가 있어 선수 수급을 유지하고 있다.

‘신궁의 나라’라 불리며 세계 양궁계에서 정상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한국에서 양궁의 다른 한 종목인 컴파운드를 운영하는 실업팀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금세 와닿지 않았지만 신우철 코치의 말을 들으니 바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컴파운드 종목은 현재 전국체전에서도 정식종목이 아닙니다. 그러니 실업팀 창단이 이어질 수 없는 노릇이죠. 양궁하면 한국인데 이런 점을 볼 때는 참 아이러니합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 양궁의 이면이라고 볼 수 있죠. 그래도 열악한 환경이지만 선수들 모두 열심히 훈련하고 있습니다.”

양창훈 감독 역시 “대표선발전을 치르는 데 한 10명 내외에서 3~4명을 추리다보니 경쟁력을 살리는 데 어려움이 있다. 미국 같은 경우는 약 100만명이 컴파운드를 접하고 있다는데 한국은 그것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리커브는 잘 할지 몰라도 컴파운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며 아쉬워했다.

◆ 한국 컴파운드, 인천 AG 금메달과 함께 ‘점프!’

컴파운드는 WA에서 개최하는 대회에는 정식종목으로 들어가 있지만 올림픽에는 아직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컴파운드가 처음으로 정식종목에 이름을 올려 선을 보이게 된다.

현재 세계적인 컴파운드 강국은 미국을 비롯해 유럽의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 등이다. 하지만 아시아로 범위를 좁힌다면 한국은 충분히 1위 자리를 넘볼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는 이란과 인도다. 이들 국가는 한국보다 훨씬 먼저 컴파운드를 도입하고 훈련해 대회마다 좋은 성적을 거둬왔다.

그러나 한국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금메달에 대한 동기부여도 상당히 크다고 신우철 코치는 전한다.

“지금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은 전부 리커브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어요. 어쩌면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제2의 인생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죠. 남들이 하지 않는 선택을 한 거니까요. 그만큼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합니다. 자율적인 분위기이지만 훈련시간 만큼은 확실히 집중해서 금메달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 한국 남녀 컴파운드 대표팀. 아직 리커브에 비해 경험도 부족하고 나아가야 할 길이 멀지만 '양궁 강국'인 한국의 명성에 먹칠하지 않기 위해, 또 컴파운드를 한국 사람들에 널리 알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왼쪽부터 신우철 코치, 김윤희, 윤소정, 석지현, 양영호, 민리홍, 김종호, 최용희, 양창훈 감독 (여자 대표팀의 최보민 선수는 부상 치료차 훈련 불참).

양창훈 감독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넘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리커브만큼 컴파운드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보다 많은 선수들이 컴파운드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어서 부족한 선수층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 컴파운드는 실업팀이 부족하다보니 초·중·고교에 팀이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컴파운드를 접하고 훈련하면 좋은 선수들을 많이 배출할 수 있을 텐데, 참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래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더욱 노리고 있습니다. 전종목 석권이 목표입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고 실력이 조금 올랐다해서 자만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해서 한국 컴파운드의 명성을 드높이고 싶은 마음입니다.”

■ 민리홍 미니 인터뷰 - ‘병마를 물리친 컴파운드의 에이스’

- 언제부터 컴파운드 대표팀으로 활약하고 있는지.

“2009년에 처음 들어왔으니까 이제 5년차네요.”

- 리커브 선수에서 컴파운드로 전향했다고 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던데.

“예, 맞아요. 어릴 때부터 리커브를 했어요. 그런데 제가 통풍이라는 병을 중학생때부터 앓았는데 그게 관절에 요산이라는 물질이 쌓여서 염증을 일으키는 병이에요. 음...팔꿈치나 어깨, 무릎 같은데는 괜찮은데 손가락 관절에서 오는 통증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활을 쏠 수 없게 됐고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장영술 총감독님이 ‘컴파운드를 한 번 해봐라’라고 말씀해주셔서 그때부터 컴파운드 활을 잡게 됐죠.”

- 처음에 컴파운드를 접했을 때 어땠는지.

“신기했죠. 그 전에 다른 선수들이 쏘는 걸 옆에서 본 적은 있는데 내가 저 활을 쏘게 될 줄을 꿈에도 몰랐으니까요.”

- 컴파운드를 시작하고 나서 병세는 좀 나아졌나요. 그리고 리커브에 대한 미련은 없었는지.

“컴파운드를 시작하면서 치료도 꾸준히 받고 약도 잘 챙겨먹으면서 많이 좋아졌어요. 그리고 컴파운드는 시위를 손가락으로 당기지 않고 격발기라는 것을 이용해서 당기기 때문에 손가락 통증이 훨씬 덜해요. 그래서 몸에 무리도 가지 않고 좋아요. 음...리커브에 대한 미련은 당연히 있었죠. 많이 아쉬웠어요. ‘열심히 했었는데’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그래도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컴파운드에 집중했어요.”

▲ 민리홍은 통풍으로 인해 활을 잡는 것이 불투명했지만 컴파운드를 만나 태극마크는 물론 국제대회 입상, 그리고 인천 아시안게임 메달을 노릴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 처음 컴파운드 국가대표에 뽑혔을 때는 어땠나요.

“다른 분들은 엄청 기분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저는 조금 어리둥절했어요. ‘내가 대한민국 대표선수가 된 건가?’ ‘확실한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죠. 왜 그랬냐면 컴파운드 대표 선발전은 리커브보다 치열함이 천지차이에요. 리커브는 정말 열심히해도 3차나 4차 선발전을 통과하기 힘든데 컴파운드는 그에 비해 너무 쉽게 평가전이 치러지고 대표가 가려져요. 그런 점에서 제 스스로가 만족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 그럼 처음 세계선수권에 나갔을 때는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참가했어요.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누가 잘하는지도 몰랐어요. 그저 쏘는 것만 집중했어요. 그리고 돌아와서는 ‘아, 내 수준이 이 정도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죠.”

- 이제 곧 아시안게임 첫 출전을 앞두고 있는데 부담감이 크진 않은지.

“올해 1월부터 갑자기 부담감이 커지기 시작했어요. 기대도 되고 긴장도 되고 부담도 돼요. 월드컵이나 여타 대회보다는 아시안게임 메달이 주는 위압감이 더 크기 때문에 부담이 크네요. 인도나 이란 선수들이 무척 잘 하기 때문에 훈련을 더 많이 해야죠.”

- 아시안게임 목표는.

“일단 단체전 금메달을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실력이 된다면 개인전 금메달도 노려볼 생각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 석지현 미니 인터뷰 - “그때는 정말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 언제 컴파운드로 전향했나요.

“2008년에 한국체육대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컴파운드를 접했어요. 7년이 넘었네요.(웃음)”

- 왜 컴파운드를 시작했는지.

“리커브를 할 때 선배 언니가 컴파운드를 연습하는 걸 몇 번 봤었는데 그 때는 그냥 ‘아 재밌겠다. 신기하네’하면서 쏘는 것만 보다가 나중에 운동선수로서 가장 바라는 국가대표가 되고 싶었고 새로운 길을 찾다가 컴파운드를 시작하게 됐어요. 제가 시작할 때만 해도 컴파운드를 연습하는 여자 선수가 저 포함해서 5명 정도밖에 안 돼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어요.”

- 한국에서 최보민(6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세계랭킹(9위)을 유지하고 있네요.

“그렇긴 한데 저는 그저 랭킹은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절대적인 수치일 뿐 대회에서 메달을 따고, 못 따고는 그날의 컨디션과 주위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랭킹이 높다고 꼭 좋은 성적을 거두는 건 아니니까요.”

▲ 석지현은 컴파운드 대표팀으로 발탁된 후 초반 국제대회 긴장감으로 실수를 보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어엿한 여자 대표팀의 간판이자 에이스로 성장했다.

- 이전 대회에서 0점을 쏜 적이 있다고 들었는데.

“(크게 웃으며) 아, 그게 사연이 있어요. 2009년 울산 세계선수권대회 때였는데 결승전에서 저희가 2엔드까지 앞서고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앞 선수가 사선에서 나오지도 않았는데 제가 덜컥 대기라인을 넘어갔어요. 그 순간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빨리 나와’라고 소리치시고 그랬는데 관중들 함성에 카메라 셔터소리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당황한 나머지 시간을 20초 정도 그냥 보내버렸어요. 결국 저 다음에 나온 권오향 선수가 시간에 쫓겨서 0점을 쏘는 바람에 역전당하고 은메달에 머물렀죠. 결과적으로 제가 0점을 쏜 건 아니지만 제가 다 만든 셈이죠.”

- 그런 우여곡절이 있었군요.

“예, 그런데 그런 경험이 있고 나니까 확실히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 것 같더라고요. 다음 대회부터는 절대 그런 실수 안해요. 그 때 만약 그런 실수 없이 금메달 땄으면 나중에 더 큰 대회에서 더 심각한 실수를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개인전이 각 나라별로 2명씩만 출전한다고 들었는데 팀 내 경쟁도 치열할 것 같아요.

“음...팀 내 경쟁이라기보다는 서로서로 도와가면서 파이팅 불어넣어주고 있어요. 경쟁이 없다고 볼 순 없는데 그래도 즐거운 분위기에서 훈련하고 있어요. 물론 개인전에 나갔으면 좋겠어요.(웃음)”

-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고 있어요. 기분이 어떤지.

“우리 나라가 양궁을 잘하긴 하지만 컴파운드는 최강이라고 볼 수 없어요. 이란이나 인도, 특히 요즘에는 대만도 실력이 많이 올라왔어요. 음...신경이 많이 쓰이긴 하는데 잘하고 싶어요. 감독님이 전종목 석권을 노리시는 것 같은데 이룰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 리커브와 컴파운드 비교

양궁은 활의 형태에 따라 리커브와 컴파운드로 나뉜다.

리커브는 올림픽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활이다. 활의 날개 양 끝이 반대 방향으로 구부러져 있어 화살 속도를 높인다. 활시위를 당기는 것이나 조준하는 것이나 모두 사람의 힘과 시력만으로 이뤄진다. 컴파운드는 활의 날개 양 끝에 도르래같은 바퀴가 달려 있어 화살 속도가 리커브 활보다 빠르다. 손가락 대신 발사기를 활 시위에 걸어서 당긴다.

리커브는 렌즈 없이 조준기 1개만 부착돼 있는 반면 컴파운드는 망원렌즈를 포함한 조준기 2개가 있다. 활 무게는 컴파운드가 리커브보다 무게가 3㎏ 정도 더 나가며 5~6㎏ 된다.

리커브 화살은 포물선으로 날아가는 반면 컴파운드는 발사기로 당기기 때문에 거의 일직선으로 날아간다. 유럽, 미국 등에서는 컴파운드가 실전 사냥용, 레저용으로 활성화돼 있다.

[취재후기] 컴파운드 대표팀은 다음달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리는 WA 3차 월드컵에 참가한 뒤 8월 대만에서 열리는 아시아그랑프리에 출전한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국가들이 총출동할 것으로 예상돼 상대팀의 전력분석은 물론 분위기를 확인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느낌도 좋고 일정도 좋다. 이 기분 그래도 아시안게임까지 끌고가 전종목 석권의 위업을 달성하길 바란다.

kdw0926@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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