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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이다' 주원 "바른청년 이미지여 굿바이" [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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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이다' 주원 "바른청년 이미지여 굿바이" [인터뷰]①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10.2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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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드라마 ‘용팔이’의 외과의사 김태현으로 대박을 터뜨린 주원(29)이 범죄 스릴러 ‘그놈이다’(감독 윤준형)로 열기를 이어간다.

28일 개봉하는 ‘그놈이다’는 하나뿐인 여동생을 잃은 남자 장우가 죽음을 예견하는 소녀의 도움으로 끈질기게 범인을 쫓는 이야기를 그렸다. 부산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은 이 영화에서 주원은 이 영화에서 하나뿐인 여동생 은지(류혜영)를 살해한 그놈을 잡는 일에 모든 것을 건 오빠 장우 역을 맡아 이번에도 온몸을 던졌다.

개봉을 앞둔 21일 오전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주원은 “이제 서른이 되는데 순수하고 바른 청년 이미지를 벗고 연기적으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선택했다”고 힘줘 말했다.

 

변화는 느닷없이 나온 게 아니다. 생각 많은 주원이 10대 후반부터 세워온 장기 플랜의 일환이다. 어머니에게 “연기를 하겠다. 라면만 먹고도 할 수 있다”고 설득했을 당시 좋은 연기자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집중 고민했다.

"20대에는 닥치는 대로 해보자, 할 수 있는 한 많은 걸 해보자. 배우로서 색깔이 정해졌다면 30대로 넘어갈 때 변화를 주자. 김윤석 이병헌 류승룡 선배님들 보면 멋있잖아요. 연륜이 느껴지면서도 유머러스하거나, 상남자 포스를 풍기거나, 섹시하죠. 그런 느낌을 40대가 됐을 때 내기 위해선 장우 같은 역할이 필요했어요.”

감독 역시 순수한 이미지의 주원이 무리를 하면서까지 동생의 복수를 하는 걸 보면 관객이 응원할 거라고 격려했다. 더욱 좋았던 건 황량한 느낌의 포구마을에서 잡부를 전전하는 장우의 지저분하고 헝클어진 외양이었다. 주원이란 배우 전체를 릴렉스시켰다.

“나를 풀어버릴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항상 작품에 들어갔을 때 초반에는 외적인 걸 신경을 많이 써요. 내가 그 캐릭터처럼 보이느냐는 시각적인 거에서 좌우되니까. 이번엔 머리는 평소보다 더 지저분했고, 의상도 그랬어요. 촬영에 들어가기 전 살을 뺐는데 캐릭터와 멀어지는 느낌이 들어 아예 살을 찌웠어요. 그때부터 운동과 식사로 8kg 정도 체중을 늘였죠. 몸을 만들어 놓으면 스스로 그 사람이 된 느낌이 들거든요.”

영화에서 주원은 피붙이라곤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여동생을 잃고 나서 분노와 의심 등 복합적인 감정 연기, 유치장 안에서 모든 사실을 알고 난 뒤의 꺽꺽거리는 오열로 가슴을 뒤흔든다.

 

“여동생이 죽은 모습을 봤을 때 너무 끔찍하고 혼란스러웠어요. 슬프고 화나고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복잡한 생각에 절로 빠져 들었죠. 솔직한 감정 같아서 꾸미려 하지 않고 ‘이 감정만 가지고 가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유치장 장면에선 그렇게 울어본 적이 없었어요. 컷 사인이 나고도 진정이 안돼서 한동안 울었음. 억울함과 분통 터지는 느낌을 연기로나마 느꼈죠.”

실제 형과 있는 주원은 어렸을 때부터 여동생에 대한 로망이 강렬했다. 그래서 ‘여동생 껌딱지’란 소리를 들을 만큼 극진히 아끼는 장우의 살가움, 여동생을 상실한 장우의 감정에 더욱 깊이 빨려 들었다.

“어렸을 땐 엄마한테 여동생을 갖고 싶다고 떼를 쓰곤 했어요. 있으면 너무 예쁠 거 같고 챙겨주고 싶을 거 같고, 남친이 생기면 구속할 거 같고.(웃음) 그래서인지 은지 역을 맡은 혜영이가 너무 예뻤어요. 예고 같은 과 후배라 더 애정이 갔고요. 무엇보다 연기를 너무 잘했어요.”

주원의 감정 연기와 더불어 예상을 뛰어넘는 액션도 눈길을 붙든다. 범인을 추격하기 위해 좁은 골목길을 죽도록 달리며 담벼락과 지붕을 건너뛴다. 범인과의 맞대결에선 죽도록 얻어터지면서도 사투를 벌인다.

“리얼액션이라 휘몰아치듯 맞기에 힘들었어요. ‘너무 한방이 없는 거 아닌가’ 답답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장우는 원래 강한 사람이 아니고, 동생을 위해 모든 걸 할 수 있는 남자예요. 거칠어 보이지만 거칠지 않은 사람이죠. 산전수전 다 겪은 범인과 맞닥뜨렸을 때 약할 거예요. 조기 축구할 때 어르신들 힘이 장난 아니라 몸싸움을 하면 제가 나가떨어지거든요. 담벼락을 못넘어 범인을 놓치고, 범인에게 죽도록 맞는 장우가 이해되더라고요.”

 

합을 맞춘 액션연기가 아니라 막싸움의 생활액션이라 부상 위험도 컸다. 특히 밧줄이 목에 걸 때는 처음으로 치솟는 혈압을 경험했다. 머리가 찢어지기도 했으나 머리카락 부분이라 천만다행이었다. 무엇보다 감정적으로 질주하다보니 힘 조절이 안 돼 버거웠다. 그런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밀려드는 뿌듯함은 큰 소득이었다.

‘그놈이다’는 주원에게 시험대이기도 하다. 2010년 ‘제빵왕 김탁구’ 이후 ‘오작교 형제들’ ‘각시탈’ ‘굿닥터’ ‘내일도 칸타빌레’ ‘용팔이’에 이르기까지 출연 드라마마다 히트 행진을 벌였으나 영화에선 ‘미확인 동영상’ ‘캐치미’ ‘패션왕’ 등 흥행 부진의 맘고생을 연이어 겪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영화나 드라마나 제가 작품 선택하는 건 똑같은데 성적이 엇갈리니 잘 모르겠더라고요. 블라인드 시사를 하면 평점이 다들 너무 잘나왔어요. 그래서 기대를 했다가 대작들과 경쟁하면서 무너지곤 했죠. 언젠가 뮤지컬 관계자께서 ‘왜 사람들이 너를 찾는 줄 알아? 너가 들어오면 연습실 분위기가 좋아져서야’란 말을 해주더라고요. 영화를 흥행시킨 건 없지만 좋은 기억이 남아서 저를 불러주시지 싶어요. 그걸로 만족해요. 물론 흥행으로 이어지면 더 좋을 테지만. 배워가는 중이니까 하다보면 흥행작도 나오지 않을까요?”

주원은 “궁금하다”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영화가 잘되면 어떤 기분일지. 무대인사를 다닐 땐 늘 천만 감사인사 분위기라 흥행작의 주연배우 심리가 궁금하단다. “앞으로도 흥행과 부진을 계속 겪을 테지만 첫 경험을 빨리 하고 싶다”고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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