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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연예인 스폰서의 은밀한 세계는 '인권 사각지대'의 민낯 ('그것이 알고 싶다-시크릿 리스트와 스폰서' 방송의 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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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연예인 스폰서의 은밀한 세계는 '인권 사각지대'의 민낯 ('그것이 알고 싶다-시크릿 리스트와 스폰서' 방송의 잔상)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6.02.14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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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류수근 기자]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저한테 딱 물어보는 거예요. 스폰서한테 몸을 주면 스타가 될 수 있다.” (배우 지망생 F양)

“회장님이 저를 원할 때 달려가야 된다고 했어요. 밤이든 낮이든 전화를 하면 무조건 가야 돼요. 어떤 요구든 다 들어줘야 되는 거죠.” (가수 지망생 J양)

연예계에 뿌리깊게 자리한 스폰서의 은밀한 실체가 전파를 탔다. 방송 내용은 한마디로 충격적이었다.

13일 밤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시크릿 리스트와 스폰서-어느 내부자의 폭로’ 편을 방송했다. 내부자가 폭로한 ‘시크릿 리스트’를 통해 최근 이슈가 된 연예인 스폰서의 실체를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 연예계의 은밀한 민낯과 구조적 모순이 하나둘씩 드러났다.

▲ 13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시크릿 리스트와 스폰서' 편을 통해 연예인 스폰서의 은밀한 세계를 집중 추적했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 캡처]

이날 주제는 2016년 1월 대한민국을 후끈 달궜던 걸그룹 타히티 멤버 지수의 스폰서 제안 폭로 사건을 계기로 취재에 들어갔고, 대한민국 1%들만 받아볼 수 있다는 ‘시크릿 리스트’에서 출발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제보자 Y로부터 받은 ‘시크릿 리스트’를 토대로 심층 취재를 시작했다. 리스트 안에는 유명 여배우부터 연예인 지망생을 망라하는 명단이 들어 있었다.

“이건 터지면 핵폭탄이에요. 정말 방송할 수 있겠어요?”

자신 역시 한때는 그 은밀한 거래의 내부자였다고 고백한 제보자 Y는 직접 목격한 ‘그 세계’를 폭로하기 전에 제작진에게 재차 이렇게 캐물었다. 처음에는 제보의 신빙성에 반신반의했던 제작진도 그가 보여준 휴대폰 내 사진과 프로필, 그리고 넘겨받은 USB의 내용들을 확인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이후 취재의 범위와 취재원 보호에 대해서 고민해야 했다. 제보자는 녹취파일과 사진, 금융거래내역 등을 제시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리스트로부터 연결된 사람들을 만나, 그 연결고리의 실체를 확인해 나가기 시작했다. 바로 연예인들과 성을 돈으로 매수하는 사람과 연결해 주는 일명 ‘스폰 브로커’의 존재를 추적하는 일이었다.

제보자가 미국 원정 여행까지 알선한 것으로 지목한 스티브 리(가명)와의 인터뷰도 시도했지만 “두터운 인맥을 시기하는 사람들의 음모”라며 강력히 부인했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연예인 알선과 관련해 전과가 있는 스티브 리의 답변은 더욱 아연실색케 했다.

“돈을 목적으로 알선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 그였지만 “돈이 필요하다고 연예인들이 다가와 부탁을 받은 적은 있다”면서, 돈이 필요한 사람과 돈이 많은 사람을 그저 ‘소개시켜줬을 뿐’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이 받은 돈은 필요한 사람을 소개시켜 준 데 대한 “작은 성의”였다고 자연스럽게 말했다. ‘알선’이 범죄라는 사실 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무감각’은 ‘스폰 브로커’ 존재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대변해 주는 듯했다.

▲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 캡처]

전직 요정 마담은 대한민국의 현직 내로라하는 정재계 인사들을 상대로 연예인 성상납이 이루어진 현장에 대한 생생한 경험을 들려줬다. 정재계 인사는 인물을 선택하기만 하고 돈은 다른 사람이 대납하는 식으로 연예인이 ‘향응’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제작진은 스폰을 제안받았던 18세 연기지망생과, 이와 유사한 스폰을 받은 경험이 있는 연예인을 잇따라 인터뷰하며 ‘은밀한 민낯’에 조금씩 더 접근해 나갔다.

연예인의 꿈을 꾸고 오디션에 응하는 10대 연기 지망생에게 보자마자 몸매를 적나라하게 평가하고, 차와 식사는 물론 원하면 언제나 성매매까지도 응할 수 있는 ‘오픈된 사고’가 필요하다며 강조하는 스폰 브로커의 거리낌없는 자세는 과연 이들이 우리와 같은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일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또 다른 제보자는 “돈을 주고 사려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며 여러 차례 스폰을 제안받은 적이 있다는 경험담을 털어놨고, 한 제보자는 무명시절 어려운 형편에 브로커의 소개로 스폰을 받았던 아픈 경험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쏟아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대부분 구두로 진행되지만 일부는 다른 내용처럼 위장된 스폰계약서를 작성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스폰계약서에는 계약기간과 만남의 횟수, 그리고 성매매 등의 관계로 추정되는 ‘특약사항’이 있었다. 스폰 계약료로 수백, 수천만 원씩의 돈이 오간다는 사실도 밝혀졌으며, 유명 포털 인명란에 올라가 있느냐와 단역 등 배역의 비중은 몸값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들의 제보를 종합하면, 스폰 브로커는 ‘돈이 필요한 여성 연예인’과 정재계의 ‘돈많고 권력있는 분들’을 연결해 주고, 급기야는 해외 원정 여행 성매매까지 주선하고 있다. 고객이 타국의 기업 회장인 경우도 있었다. 이를 위해 미리 사진을 찍어 보내고, 스폰서는 소개받은 연예인과 차와 식사를 하며 성관계로 발전하기 전에 맞선까지 본다. 사전에 성병 검사를 진행하는 경우까지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스폰 브로커가 주로 노리는 대상은 연기 지망생이나 걸그룹 연습생 등이며, 이때 연예인은 단순히 성을 파는 ‘상품’에 불구하며, 향응의 수단이 된다. 스폰 브로커의 유혹에 넘어가는 연예인들은 무명 시절에 어려운 형편 때문이거나,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잘못된 권위에 눌려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 캡처]

이날 ‘그날이 알고 싶다’의 ‘시크릿 리스트와 스폰서’ 편은 ‘내부자’인 제보자들의 신변이 노출되는 것을 우려해, 제보자는 물론 제보 내용에 모자이크 무늬로 등장하는 유명 인물들에 대한 직접 인터뷰나 실명은 공개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연예인 스폰’이 이처럼 연예계 내외에 뿌리박고 있으면서도 해결되지 않는 근본 문제는 무엇일까? 은밀한 세계에는 범죄 의식을 상실할 정도로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풍토가 퍼져 있으며, 권력이나 돈이 있는 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여성 연예인들이 스폰을 제안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오히려 매도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활동중인 연예인 111명 중 60.2%가 “성접대 제의를 받았다”는 조사가 있을 정도지만, 타히티의 지수처럼 세상에 당당히 사실을 알리고 수사를 요청해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 이유다.

이날 방송 말미에 나온 전문가의 말처럼 이같은 연예인 스폰서 문제는 ‘인권의 문제’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외모나 성별, 국적 등으로 인해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 인간답게 살 권리가 침해돼서는 안된다.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기도 하다.

범죄는 절대로 묵과해서는 안된다. 우월적인 지위를 가진 자들이 돈과 권력을 앞세워 성을 요구한다면 성폭력 범죄로 강력히 처벌하려는 사법당국의 의지도 요구된다. 이를 위해 오히려 피해자가 가해자처럼 매도당하는 사회적인 그릇된 풍토도 바로잡아야 한다.

이날 방송에서는 취재원 보호를 위해 스폰 브로커나 성을 샀던 고위 정재계 인물이나 기업인들의 실명이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의 범죄 사실은 사법당국이 낱낱이 따져야 한다. 그래야 순수한 꿈을 쫓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열심히 자신만의 길을 가며 묵묵히 활동하고 있는 대다수의 여성 연예인들을 악마의 손길로부터 진정으로 보호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높은 사람과 잠자리를 해야 TV에 나올 수 있는 건지. 하고 싶은 거는 할 수 있게 나쁜 거는 나쁘다고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오디션 장에서 스폰 브로커로부터 어이없는 스폰 제안을 받고 “연예인은 사람이 아니고 상품이구나” 생각했다는 10대 연기 지망생의 소박한 소망은 괴물같은 어른들이 만든 비뚤어진 세상에 대한 강력한 일침이자 경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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