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글 사진 이두영 편집위원] 수도권에서 유명 여행지 맛보기 장소로 빠지지 않은 곳이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하늘공원입니다. 각종 기사와 방송은 물론 카페, 블로그 등에서 ‘가을에 가볼만한 곳’으로 약방의 감초처럼 빈번하게 등장하는 곳이죠. 하늘공원의 인기가 그토록 높은 것은 단순히 서울 도심에 가깝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억새군락지로서 친환경적 아름다움이 여느 다른 명소에 비해 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늘공원을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이라고 우길 수는 없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서울에 사는 사람들에게 안 가면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 드는 곳이 바로 하늘공원입니다.
일단 교통부터 좋습니다. 서울 강변북로에 인접해 있어서 자가용 승용차로 접근이 편리합니다. 대중교통도 편리합니다. 서울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내려서 15분 정도 걸으면 억새 촬영 명소 ‘하늘공원’의 입구에 다다릅니다.
접근성이 뛰어나기에, 억새명소 하늘공원은 요즘 흐드러지게 피어 출렁이는 억새꽃을 감상하는 인파로 주말 주중 가릴 것 없이 웅성웅성 왁자지껄 하하호호 시끄럽고, 웃음꽃이 만발합니다.
(중년 여인들이 소녀가 되어 어른 키보다 더 큰 억새 군락지의 오솔길에서 추억쌓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너무나 신나는 광경입니다.)
촬영자는 멋진 사진구도를 만드느라 상체를 꼿꼿이 세우고 셔터에 집중하고, 찍히는 대상은 카메라를 쳐다보며 조금이라도 예쁘게 보이려고 근사한 자세를 취하고. 억새밭, 코스모스 밭 골목마다 키득거리는 소리, 감탄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풍광으로만 보면 임권택 영화감독이 연출한 불후의 명작 ‘서편제’의 여러 배경 못지않습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 무렵, 역광에 꿈틀대는 억새군락을 바라보노라면 시야에 들어오는 부드러운 질감과 순수의 몸짓에 입이 떡 벌어집니다. 필설로 표현할 수 있는 감탄사와 형용사가 너무 적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미술, 음악, 영화 등 예술을 애호하는 사람이라면 이 가을에 꼭 가볼만한 명소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탁 트인 공간에서 억새꽃이 몸 비비며 서걱대는 소리는 인간이 흉내 내기 힘든 자연의 소리입니다.
하늘공원의 전망은 가히 환상적입니다. 주차장에 차를 두고 목조 계단을 하나하나 오르기 시작하면 뒤로 한강과 서울도심, 월드컵경기장, 북한산 등이 시원스럽게 보입니다. 억새밭 가운데에 설치된 전망대에 오르면 전망은 더 트입니다.
하늘공원은 이름에서 지명 유래를 유추할 수 있듯이, 2002년 한일월드컵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다섯 개의 주제공원 중 가장 높은 공원입니다. 하늘공원 일대의 옛 이름은 난지도였지요. 서울시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매립하는 곳이었습니다.
지난 78년부터 93년까지 15년 동안 서울 쓰레기가 이곳에 차곡차곡 버려졌고, 이내 산을 이뤘습니다. 쓰레기산을 건강한 생태명소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기획적으로 나무와 억새 등이 식재됐습니다.
지금은, 정말 하늘공원이 악취를 풍기는 쓰레기더미였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맑고 곱습니다. 일본인· 중국인 개인 여행자들까지 하늘공원 비경을 보겠다고 달려드는 판국이니 국제적 명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습니다.
어른 키보다 더 큰 억새군락지 사이의 오솔길을 걷다 보면 1시간은 훌쩍 지나갑니다. 따라서 하늘공원을 차분히 둘러보려면 배낭에 물병을 갖고 다니는 것이 좋습니다. 피로의 중요한 원인인 수분부족을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한강을 편히 조망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으므로 바람을 쐬면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해질 무렵 서쪽의 붉은 노을을 보며 포근한 저녁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하늘공원에서 보는 야경 또한 남산타워에서 보는 야경 못지않게 아름답습니다. 성산대교, 가양대교, 방화대교, 행주대교 등 휘황한 다리들과 여의도 빌딩숲 불빛이 강물에 비치는 모습은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장면입니다.
정상까지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것이 힘에 부친다면 수시로 오가는 전기차를 탈 수도 있습니다. 어른 기준 편도 2천원, 왕복 3천원입니다. 그러나 젊은 건각들은 가녀린 아녀자와 어르신들로 북적이는 전기차를 탈 필요 없이 걸어 올라가는 것이 이득입니다. 올라가는 도중 틈틈이 숨을 고르면서 뒤로 돌아봤을 때의 풍경이 꿀맛입니다.
(억새 군락지를 거닐다가 한강물이 석양빛에 물드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그럼, 하늘공원 외의 또 다른 억새명소를 살펴볼까요? 서울을 벗어난다면 수도권에서는 포천 명성산이 으뜸입니다. 억새의 자연생태가 가장 잘 보존된 장소로는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과 영남알프스의 일부인 경남 밀양시의 재약산, 울산시 울주군 신불산·간월산 등이 손꼽힙니다.
제주에서는 한라산 자락에 우뚝 솟은 산굼부리 분화구가 으뜸입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칭송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한라산 단풍 보러 갔다가 산굼부리에 함께 들르면 시기적으로 딱 들어맞습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