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글 사진 이두영 편집위원] 단풍이 붉게 물들어 유명관광지마다 사람이 구름처럼 몰리는 시기입니다. 당연히 짜증도 나게 마련입니다. 이럴 땐 억새꽃이나 단풍은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조용히 가을의 낭만을 음미하며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가보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대개 주말에 가볼만한 곳, 가을에 가볼만한 곳, 전국의 단풍명소 등으로 추천되는 장소들은 밀려드는 사람과의 부대낌을 각오해야 하지요. 그에 비해 청주 상당산성은 일상을 반추하며 깊어가는 만추의 향기를 느끼기에 딱 좋은 곳입니다.
청주는 요즘 영화 인기 순위에서 ‘닥터 스트레인지’와 1위,2위를 다투고 있는 ‘럭키’의 주인공 유해진이 태어난 곳이기도 합니다.
삼시세끼 고창편, 정선편 등을 통해 친근한 촌사나이의 이미지를 풍기며 밝은 웃음을 자아냈던 유해진. 상당산성 안팎으로 펼쳐지는 농촌과 도시 풍경들은 투박하고 솔직한 그의 이미지와 많이 겹치는 것 같습니다.
단풍명소, 억새 명소와는 거리가 먼, 자연 그대로의 소소한 멋을 느낄 수 있는 아늑한 소풍 장소가 상당산성입니다. 단풍 빛깔이 옅으면 어떻습니까? 따스한 햇살과 바람, 크고 작은 풀꽃들을 마주하는 소소한 즐거움이 10월에 걷고 싶은 길 상당산성 둘레길에서 만끽할 수 있습니다.
영화 럭키에서처럼 킬러, 인생역전, 출세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총길이 4400m의 성벽 위를 걷다보면 소시민으로서 평범하게 건강한 삶을 누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길은 심한 경사가 있긴 해도 길지 않아서, 밋밋한 마을 뒷동산 오르는 기분으로 걸으면 됩니다.
빤히 보이는 청주 시내의 주택단지를 보며, 이름 모를 꽃들의 신비한 자태를 감상하며, 낮은 태양 빛에 한들거리는 활엽수의 단풍 빛깔을 쳐다보며 걸어도 2시간 정도면 한 바퀴 돌고 나올 수가 있습니다.
삼시세끼의 차승원과 유해진처럼 투명한 바람과 맑은 공기를 접하며 틈틈이 휴식을 취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오늘날 특히 도시사람들은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도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해야 하지요. 건강증진을 위한 운동 차원에서도 상당산성
걷기는 효과가 커 보입니다. 관절 전문의들에 의하면, 경사가 심한 산에서 7~8시간 넘게 산행을 하면 무릎관절이 망가질 위험이 높아집니다. 4시간 이내의 월 2회 정도의 산행이 추천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상당산성은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주말에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하기에 손색없습니다. 단풍시기를 꼼꼼히 살펴보고 단풍명소를 찾아가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큽니다.
하지만 일상의 피로에 젖었을 때에는 청주 도심에 인접한 상당산성 여행이 훌흉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가슴을 활짝 열고 걷다 보면 스트레스를 훌훌 날려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국립청주박물관에서는 자가용 승용차로 10분 이내의 거리에 있고, 청주IC에서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산성이란 애당초 군사적 목적에서 탄생했습니다. 충남 서산의 해미읍성, 전북 고창의 고창읍성(모양성), 전남 순천의 낙안읍성, 서울의 북한산성, 고양시 행주산성 등도 적을 물리치기 위해 만든 방위시설들이지요. 따라서 당연히 전망은 뛰어납니다.
상당산성은 삼국시대에 축조됐답니다. 백제시대에 상당현이 있었던 점으로 미뤄 이름도 그때의 지명을 빌린 것으로 추측됩니다.
처음에는 흙으로 쌓았으나 조선 숙종 때인 1716년에 화강암으로 탄탄하게 개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토성이 높이 4.7m, 너비 4.2m의 석성으로 바뀌니 전쟁을 치를 때도 그전보다 유리했겠지요.
상당산성의 축조법을 설명할 때 흔히 포곡식 내탁공법이란 말을 씁니다. 포곡은 말 그대로 높은 산릉을 따라 조성된 성 안에 골짜기를 품고 있다는 뜻입니다.
성당산성 안에도 넓은 분지 형태의 골짜기가 있고, 적지만 마을도 형성돼 있습니다. 성 안에 꽤 넓은 주거 공간이 있다는 얘기이지요.
걷고 싶은 길을 탈래탈래 거닐다가 마을 안으로 내려가서 채소와 국화꽃 등이 있는 정다운 마을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성문은 동쪽, 서쪽, 남쪽 등 3군데에 마련돼 있습니다. 내탁은 돌로 성을 쌓고 안쪽에서 흙, 모래, 자갈 따위를 쌓아올려 다진 형태를 말합니다.
상당산성 막걸리는 유명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이 주말에 가볼만한 곳으로 소문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군요. 산성마을에 맛집을 자칭하는 여러 식당이 성업 중인데 동동주, 파전, 손두부, 누룽지 백숙, 청국장, 도토리전 등 입맛을 다시게 하는 향토색 짙은 메뉴를 골고루 갖추고 있습니다. 이곳 식당거리만큼은 사람들로 북적댑니다.
그밖에, 청주에서 11월에 가볼만한 곳으로는 세계3대 광천수로 이름난 초정약수, 단풍명소인 청남대, 문의문화재단지, 국립청주박물관, 청주백제유물전시관, 고인쇄박물관(흥덕사지) 등이 있습니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촬영지인 수암동, 경부고속도로 청주IC에서 시작되는 청주가로수길(플라타너스)도 청주를 가볼만한 여행지로 자리매김 하는 장소들입니다.
참고로 요즘 대청호 억새가 만발해 매혹적인 정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호반에서 물안개가 억새꽃 위로 피어오르는 광경은 이맘때 감상할 수 있는 대단한 호사입니다. 요즘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대청호 억새꽃과 물안개가 어우러지는 광경을 촬영하러 아침에 몰린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대청호는 대전과 청원 등에 걸쳐 있는 호반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합니다. 충청권 이남에 사람이 상당산성을 둘러보려면 아침에 대청호를 먼저 둘러보면 여행의 흥미가 더욱 클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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