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형’의 가족애를 떠올리는 민속마을, 순천드라마세트장 등 영화 드라마 촬영지 '관심'
국내여행 12월에 가볼만한 곳은 별미천국 동해안 고성과, 안동하회마을, 외암리민속마을 등
[스포츠Q 글 사진 이두영 편집위원] 벌써 3주가량만 있으면 크리스마스네요. 크리스마스 영화 추천을 하라면 도널드 트럼프가 출연한 영화 ‘나 홀로 집에’ 시리즈가 떠오릅니다. 말썽꾸러기 꼬마가 가족들 따돌림을 받아 집에 홀로 남아 2인조 도둑에게 된통 당하는 영화지요. 요즘, 영화 ‘형’이 ‘신비한 동물사전’을 제치며 크게 주목받고 있네요. ‘형’ 역시 집과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영화 형에서 ‘큰집’을 뻔질나게 드나든 사기전과 10범 고두식(조정석)은 친동생 고두영(도경수)과 15년 동안 남처럼 지냈지만 시각장애인이 된 동생을 돌봐주겠다는 핑계로 가석방됩니다.
할 수 없이 한집에서 지내기 시작한 이후 둘은 형제애, 가족애를 느끼며 눈물콧물 다 짜냅니다. ‘한 집에서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것’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침을 새삼 절감하게 하는 영화군요.
일반적으로 여행의 목적은 스트레스 해소와 활력 충전으로 요약되지만 그때그때 의도는 매우 다양합니다. 온천여행, 겨울바다 감상, 해돋이 감상, 탐조여행 등이 그것입니다.
때로는 ‘집’을 보러 가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 될 때도 있습니다. 집, 가옥, 주택 등으로 표현되는 주거공간은 가족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기본 터전입니다.
여행 목적지로 생가, 고택 등을 선택하는 이유는 그 집에 살았던 사람의 생각이나 지혜를 간접적으로 전수받고 건축미를 엿보고 싶어서일 겁니다.
(사진설명: 영화 '럭키'를 촬영한 경기도 부천의 한 아파트)
그럼 지금부터 전국의 집, 마을 얘기를 좀 해볼까요? 또 집 구경은 기본적으로 남의 사생활을 엿본다는 측면도 있어서, 호기심을 자극할 때가 많습니다. 얼마 전에 영화 ‘럭키’ 촬영 장소인 경기도 부천의 한 허름한 아파트를 방문했을 때도 남의 일상을 엿보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많았습니다. 영화 ‘형’의 배경과는 거리가 먼, 낡고 오래된 건물에서 서민들의 소중한 일상이 느껴졌습니다.
전국의 유명한 마을은 대개 집성촌이어서, 주민들 간의 연대가 대체로 끈끈합니다.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경북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민속마을도 각각 풍산 류씨, 여강이씨 집성촌입니다. 충남 아산 외암리민속마을도 예안이씨가 일군 아름다운 동네입니다.
(사진설명: 안동 하회마을에 있는 서애 류성룡의 종택 충효당)
함경도 피란민들의 보금자리인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 아바이마을은 그와는 좀 다르군요. 또 오로지 목구멍에 풀칠을 하기 위해 각지 사람이 몰려들어 생긴 마을도 있습니다. 강원도 영월 망경대산 중턱에 자리한 모운동은 석탄 광부들의 마을이었습니다.
한때는 서울의 유명 개봉관과 동시에 영화를 개봉하는 극장이 있을 정도로 탄광업이 발달했던 마을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약간의 주민이 쇠락한 마을을 지키고 있을 뿐이지요.
(사진설명: 지나가던 개도 지폐를 물고 다닌다던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주문리의 모운동. 화려했던 탄광촌의 일상은 사라졌지만 최근 벽화마을로 알려져 호젓하고 아름다운 마을로 매스컴에도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바로 위 사진은 모운동 마을 이장님 댁에 걸린 옛 탄광촌을 찍은 빛 바랜 사진입니다.)
겨울에 가볼만한 곳으로 강원도 고성의 왕곡마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림 같은 석호 송지호를 앞에 두고 있는 고성 왕곡마을은 이성계의 조선 건국에 반대한 양근 함씨 함부열이 낙향해 이룬 향촌입니다.
함경도 특유의 겹집구조, 겨울 화재예방을 위한 항아리굴뚝, 대문 없는 마당, 부엌을 통해야 들어갈 수 있는 외양간 등 특이한 가옥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왕곡마을도 영화 드라마 촬영지 목록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반공영화 ‘배달의 기수’ 등의 작품이 이 마을에서 촬영됐습니다.
또 왕곡마을을 12월에 가볼만한 곳으로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강원도 동해안 북부에서 겨울 동안 털게, 양미리, 도루묵 등 겨울별미들을 음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인 화진포도 왕곡마을에서 가깝습니다.
고택은 대개 벼슬살이를 하던 사람들이 살던 기와집이 대부분입니다. 흔히 경주고택 하면 생각나는 양동마을의 부잣집들과 안동하회마을 한옥들이 대표적인 고택입니다.
특히 안동에는 서애 류성용의 종택인 충효당을 비롯해 하회마을 인근의 농암고택, 경당고택 등 고풍스러운 한옥집이 많습니다.
권세가들이 많은 경북 지역의 고택들에 비해, 전남 구례 운조루는 매우 특별한 부잣집이었습니다.
낙안군수를 지낸 유이주가 지은 운조루는 가난한 이웃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곳간의 쌀을 무료로 퍼가도록 허용했다지요. 그래서 인심을 많이 베푼 부잣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소박한 초가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모습은 전남 순천 낙안읍성 민속마을이 대표적입니다. 충남 서산 해미읍성이나 전북 고창읍성과 달리 낙안읍성에는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빽빽이 들어찬 초가지붕 사이로 저녁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광경은 여행자의 가슴을 따스하게 합니다. 민박집도 많습니다. 낙안읍성은 겨울에 가볼만한 곳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사진설명: 순천 드라마세트장에는 지난 70년대 서울 달동네를 재현해 놓은 곳이 있습니다.)
드라마 등을 촬영할 목적으로 만들어놓은 곳 중 충북 제천시 금성면 성내리에 위치한 KBS 제천촬영장에도 조선시대 여염집을 연상케 하는 초가집 마을이 조성돼 있습니다. 흔히 ‘청풍호반’이라고도 불리는 충주호에 접해 있어 주변 경치가 뛰어납니다.
또 전남 순천시 조례동에 조선된 순천드라마세트장에는 1970년대 서울 봉천동 달동네를 본뜬 마을이 지어져 있어 주목을 끕니다. 물론 영화 드라마 촬영장소 목적으로 만들어졌기에 사람이 살지는 않습니다.
참고로, 해외 여행지 중 옛 고택 밀집지역이 아름다운 곳으로는 중국 운남성의 리장(여강)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만년설이 덮여 있는 위룽쉐산(옥룡설산) 아래 해발 2400m의 고지에 자리한 리장 고성마을에는 중국 소수민족 중의 하나인 나시족이 발달시킨 문화가 숨 쉬고 있습니다.
수세기에 걸친 문화가 응축돼 독특한 건축양식을 꽃피웠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의 하나인 리장 고성을 완성시켰습니다. 마을마다 흐르는 물줄기와 정겨운 다리, 나무 등이 너무나도 착한 경관을 빚어내어 ‘동방의 베니스’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12월은 올해를 마무리하는 달입니다. 영화 '형'에서처럼 평소 서운해하던 사이라도 서로 좋게들 마무리하고 기쁜 마음으로 새해를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요? 특히 사는 것이 심란할수록 가족의 힘은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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