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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최여진, '천상의 컬렉션'서 '백제금동대향로'와 백제 성왕 위덕왕 '한(恨)풀이 춤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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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최여진, '천상의 컬렉션'서 '백제금동대향로'와 백제 성왕 위덕왕 '한(恨)풀이 춤사위'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7.04.1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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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류수근 기자] 모델 겸 배우 최여진이 한국무용의 전문 춤꾼은 아니지만 고전 춤사위의 아름다움과 우리 민족만의 ‘한’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최여진의 춤사위는 백제금동대항로에 담긴 수 천년 깊은 한과 시대를 초월하는 예술성을 동시에 표현했다.

최여진이 '천상의 컬렉션'에서 사력을 다해 전통 춤사위에 백제의 혼을 뿜어냈다. 낭창낭창 꺾일 듯하면서도 순간순간 강약과 장단이 어우러져 외유내강의 형세를 만들었고, 그 속에 우리의 전통적인 ‘한’이 느껴졌다.

최여진 [사진= KBS 1TV '천상의 컬렉션' 방송화면 캡처]

한국무용에 관해 전문가들의 식견을 잠시 빌려보자. 전통적인 한국무용의 춤사위는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가장 이상적인 조화를 표현한다. 우주의 주장이 되는 하늘과 땅과 사람을 통틀어 이르는 ‘천지인’, 우주 만물의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 기운인 ‘음과 양’, 우주 만물을 이루는 다섯 가지 원소를 일컫는 ‘오행’을 몸의 관점으로 그린다.

한국무용의 춤사위는 상체 중심의 윗몸사위와 하체 중심의 아랫몸사위로 이루어지고 윗몸사위와 아랫몸사위가 같은 듯 다르게 움직이며 협응해 온몸사위를 이룬다. 춤사위를 유연하게 소화하려면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들숨과 날숨의 순환이 춤사위의 생명을 유지한다.

걷고, 뛰고, 맴돌고, 앉는 동작으로 이뤄지는 아랫몸사위는 하체의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엎음’과 ‘젖힘’으로 구성되는 윗몸사위는 아랫몸사위와 물흐르듯 하나가 돼 소우주를 표현한다. 한국무용의 오묘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16일 KBS 1TV ‘천상의 컬렉션’에서 모델 겸 배우 최여진이 펼친 전통 춤사위를 보고 있으려니 조지훈의 시 ‘승무’의 시구가 떠올랐다. 어린 시절 발레로 닦은 천부적인 춤사위 매너는 프로페셔널 못지않은 장단과 강약을 표현하는데 충분했다. 배우답게 눈빛과 표정연기는 화룡점정이었다.

최여진은 백제금동대향로에 서린 백제 성왕과 위덕왕의 한을 전통 춤사위로 표현했다. [사진= KBS 1TV '천상의 컬렉션' 방송화면 캡처]

짧은 쪽머리를 한 최여진은 여성스런 느낌의 튜브 톱과 시스루 저고리, 그리고 진노랑 긴 풀치마로 단장해 한국무용의 전통적인 자태와 현대적인 감각을 곁들였다. 손놀림과 발동작, 눈빛의 섬세함까지 온몸사위를 구현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백제금동대향로’는 백제 역사에서는 후반부에 속하지만 문화면에서는 전성기를 구가했던 ‘사비(부여) 시대’의 걸작품이다. 이날 ‘천상의 컬렉션’에서 최여진은 백제금동대향로를 표현하는 춤사위에, 비운에 간 아버지 성왕을 향한 아들 위덕왕의 절절한 마음이 담긴 ‘한’과 ‘효심’, 그리고 백제가 못다 핀 ‘꿈’을 그렸다.

백제의 26대 왕인 성왕(재위 523~554)은 지혜와 식견이 풍부했으며 백제 불교문화를 꽃피웠고 일본에 불교를 전하는 등 대일 관계에서도 큰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554년, 신라와 벌인 관산성(충북 옥천군) 전투에서 맏아들 왕자 ‘창(昌)’이 고립되자 직접 구하러 갔다가 신라의 복병에 기습을 당해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 왕자 ‘창’이 바로 성왕을 이어 백제의 왕위를 물려받은 27대왕 위덕왕(재위 554~598)이었다.

국보 제287호 백제금동대향로. 규모, 조형미, 예술성, 역사성 등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의 걸작품이랄 만하다. [사진= 문화재청 홈페이지] 

백제금동대향로는 불전에 향을 피울 때 쓰는 향로로써 국보 제287호다. 1993년 겨울, 부여 능산리 백제시대 절터에서 출토되었다.

용 한 마리가 연꽃 봉오리를 물고 있는 형상의 이 대향로에는 악기를 연주하거나, 참선하거나, 말을 타고 수렵하거나, 낚시하는 듯한 사람 등 모두 16명의 인물상과 봉황, 용을 비롯한 상상의 날짐승, 호랑이, 사슴 등 39마리의 동물들이 표현되어 있다. 뚜껑에는 23개의 산들이 첩첩산중을 이루는 풍경을 이루고 있다.

위덕왕 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백제금동대향로는 높이 61.8cm, 무게 11.8kg이나 되는 대형 향로로, 백제의 완숙한 주조 기술과 섬세한 도금술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최여진은 성왕과 위덕왕의 한이 서린 백제금동대향로를 표현하는 주된 방법으로 전통 춤사위를 택했다. 이를 위해 ‘천상의 컬렉션’을 녹화하기 한 달 전부터 피나는 훈련을 했다고 한다. 온몸사위에 1400년 전 백제의 못 다 이룬 꿈을 담으려다 보니 체력의 한계에 부딪혀 링거와 침을 맞기도 했다.

 

최여진 [사진= KBS 1TV '천상의 컬렉션' 방송화면 캡처]

혼신의 노력을 다 토해낸 때문일까? 춤사위를 마친 최여진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해 보였고 아름다웠다. 고전적인 미인으로서도 손색이 없었다. 긴 풀치마는 최여진의 늘씬한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최여진의 춤사위는 ‘천상의 컬렉션’ 패널들과 현장 평가단으로부터도 큰 감탄을 자아냈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출신인 최여진은 2001년 슈퍼모델 선발대회를 통해 연예계에 발을 내디뎠고, 2012년 MBC 댄싱 위드 더 스타 시즌2에서 우승하는 등 프로페셔널 못지 않은 ‘춤꾼’의 면모도 보여줘 왔다.

최여진은 미국에 살던 어린 시절, 엄마가 사기를 당해 발레리나의 꿈을 접어야 했던 안타까운 사연을 밝힌 바 있다. 172cm의 큰 키는 하늘하늘한 진노랑 풀치마를 입은 최여진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모델 겸 최여진이 백제금동대향로에 담긴 한의 정서를 표현한 전통 한국무용의 온몸사위는 인스턴트 문화가 주류를 이루는 현세대에 의미 있는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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