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류수근 기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름은 중요하다. 생명에 사회적 존재가치를 부여하고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 때문일 것이다.
공자는 ‘正名順行(정명순행)’이라고 하여 ‘이름이 바르면 모든 일이 순조롭다’고 하였다. 독일에는 ‘좋은 이름을 가진 자는 인생에 반은 성공한 것이다’란 말도 있다.
이름은 사람에게만 중요한 게 아니다. 장사나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가게명, 기업명, 상품명, 상호 등 모두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그래서 장사나 사업을 할 때 작명소에 의뢰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TV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이름만 보고도 시청자나 관객의 시선을 끌어당길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완성도가 높거나 특별한 재미가 있다면 시청자들은 그 드라마를 즐겨 볼 것이다. 하지만 제목부터 매료시킨다면 그만큼 흥행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 작명의 기본원칙은 무엇일까? 여러 조건이 있겠지만 ‘첫눈에 보고 싶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8일 밤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케이블채널에서 방송된 드라마 제목을 잠시 살펴보자. '귓속말'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개인주의자 지영씨'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초인가족2017' '애타는 로맨스' 등이었다.
특히 이날 드라마 제목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새로 시작된 ‘개인주의자 지영씨’였다. 8일과 9일에만 KBS 2TV에서 2부작으로 방송되는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차가움과 '능청스러움'이라는 정반대 성격의 민효린과 공명이 엮어가는 코믹 심리물. 둘의 설렘지수나 전개과정을 굳이 따질 필요도 없이 ‘개인주의자 지영씨? 지영씨가 누구지?’라고 주목을 끈다.
특히 9일은 제19대 대통령선거(대선)일인 탓에,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등 대선 후보들과 관련된 인물이 아닌지 궁금해 부지불식간에 해당 제목을 찾은 네티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속칭 '낚시질' 제목으로도 손색이 없다.
현재 국내 TV 드라마 제목은 구어체 스타일 제목, 한자어 등을 핵심어로 사용한 명사형 제목, 외래어나 외국어를 사용한 제목, 우리말과 외래어나 외국어를 섞은 제목, 유행어를 적극 활용한 제목, 사람 이름이나 지명을 활용한 제목, 역사적 사건을 다룬 제목 등 다양하다.
‘아버지가 이상해’ ‘이름없는 여자’ ‘귓속말’ ‘행복을 주는 사람’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당신은 너무합니다’ ‘언니는 살아있다’ ‘사랑은 방울방울’ ‘빛나라 은수’ 등은 자연스런 구어체 문장이고, ‘터널’ ‘맨투맨’ 등은 영어 제목이다.
‘이름없는 로맨스’ ‘아임쏘리 강남구’ 등은 우리말과 외래어(외국어)를 조합했고, ‘추리의 여왕’ ‘태양의 후예’ ‘초인가족’ 등은 명사형 한자어를 핵심어로 사용했다. '귓속말'은 우리말 한 단어로 강한 끌림을 발동한다.
이처럼 드라마의 내용이나 완성도 등을 모르더라도 한결같이 제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드라마 이름은 어떻게 지어야할까? 작가나 감독이 혼자서 지을 수도 있고 스태프들 회의에서 결정될 수도 있고 예상 시청자들의 관심을 반영해 지을 수도 있을 것이다.
광고 카피를 작성할 때 적용하는 다섯가지 기본 원칙(Five I)이 있다.
‘Five I’룰은 Idea, immediate Impact, Incessant Interest, Information, Impulsion이다.
간략히 풀면, 참신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해야 하고,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충격을 줄 수 있어야 하며, 계속해서 흥미를 끌 수 있어야 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충동적인 강한 욕구를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부르기 쉽고 듣기 좋아야 한다’ ‘세련미가 있고 듯이 좋아야 한다’.
역학에서 중요시하는 작명의 기본원칙 중 일부다. 음양의 조화나 사주팔자, 수리오행 등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이름이 취해야 할 가장 중요한 방향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기 전에 제목을 한번 풀어보는 것도 재미 있지 않을까 싶다. 한두 단어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드라마 제작자들의 고민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