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고발로 시작된 한국판 '미투'(Me too) 운동이 문화예술계로 번졌다. 시인 고은의 성추행 폭로에 이어 영화계에서는 '연애담' 이현주 감독의 동성 성폭행이, 이어서 연극계에서는 '대부' 이윤택 감독에 대한 피해자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가 연극계의 '대부' 이윤택 연출가의 성추행, 성폭행 사실을 폭로했다. 김수희 대표의 폭로에 이어 배우 이승비, 김지현이 이윤택 연출가로부터 성추행,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며 사건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실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익명으로 피해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들도 다수다.
이윤택 감독의 이번 성추행·성폭행 의혹은 할리우드 내 '미 투' 운동의 시발점을 알린 하비 와인스타인의 경우와 유사하다. 두 사람 모두 업계에서 저명한 인사였다는 점,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협박했다는 점이 일치한다. 피해자가 여러명이었다는 점 또한 두 사건의 공통점이다.
그러나 폭로 이후의 양상은 사뭇 다른 모양새다.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성폭행이 폭로된 이후 할리우드 곳곳에서는 피해자들에 대한 연대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윤택 연출가의 악행이 폭로된 이후에도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은 쉽게 연대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성폭행이 폭로된 이후 할리우드에서는 유명 인사들이 연대의 메시지를 발표했다. 평소 페미니즘 운동에 앞장서왔던 메릴 스트립을 비롯해 제시카 차스테인, 케이트 윈슬렛, 제니퍼 로렌스가 하비 와인스타인을 비판하고 피해 여성들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남성 배우들의 지지도 이어졌다. 마크 러팔로는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하비 와인스타인을 비판했다. 조지 클루니, 콜린 퍼스는 성명을 발표하고 피해 여성들에게 연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윤택 감독의 성추문이 폭로된 이후에도 한국의 연극계 인사들은 '묵묵부답'이다. 이윤택 감독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연극계 인물은 19일 SNS를 통해 이윤택을 비판한 배우 진서연이 전부다.
특히 이윤택이 총 감독으로 있었던 연희단거리패는 유명한 스타들을 발굴해냈던 이름있는 극단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하다. 배우 곽도원, 이희준, 오달수가 연희단거리패 출신 배우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연극계에서 쌓아올린 탄탄한 연기력으로 최근 TV 드라마, 영화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연희단거리패 출신 배우들이 이번 이윤택 감독 성추문 폭로에 어떤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몇몇 누리꾼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19일 이윤택 감독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폭로한 익명의 제보자는 JTBC '뉴스룸' 인터뷰를 통해 연극계 내 만연한 성추행·성폭행 문화에 대해 이야기 했다. 제보자는 "당시 극단에 있던 많은 남자·여자 선배들이 성추행을 방조하고 종용했다. 그들이 더 원망스럽다"고 자신의 마음을 토로했다. 이미 피해자들에 대한 성추행·성폭력이 공공연했다는 발언이다.
할리우드의 '미 투' 운동은 피해 여성들의 용감한 폭로 이후 연대의 뜻을 밝힌 사람들이 많았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윤택 감독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는 가운데 연극·영화계에 몸 담고 있는 유명인들의 연대의 메시지가 없다는 점은 안타깝기만하다.
이윤택 감독을 시작으로 한국판 '미 투' 운동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용감한 폭로 뒤에는 사회적 연대가 잇따라야한다. 아픈 기억을 되짚어 '미 투' 운동에 동참한 폭로자들에게 이제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응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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