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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생각] '그것이 알고 싶다' 故 염순덕 상사 피살사건의 진실 규명 필요성과 '법의 정의', 그리고 국민의 기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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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생각] '그것이 알고 싶다' 故 염순덕 상사 피살사건의 진실 규명 필요성과 '법의 정의', 그리고 국민의 기본권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8.03.3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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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생각]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프로그램 성격을 사회, 종교, 미제사건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 탐사하는 저널리즘 프로그램으로 정의하고 있다. 지난 1992년 3월 31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15년간 수많은 사건들을 추적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공권력이 풀지 못했던 사건이나, 공권력에 의해 조작된 사건들, 사회로부터 무시당하거나 잊혀졌던 사건들을 해결하는 결정적 실마리를 제공하는 등 상당한 업적을 남겼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오랜 기간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과 신뢰를 받은 배경에는 힘있는 자나 권력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거나 오히려 힘이 없어 왜곡당한 사건들을 약자의 입장에서 추적하려는 노력을 부단히 기울여 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작용을 한 것은 수많은 제보자들의 용기있는 결단이었다.

 

 

 

지난 24일 방송된 ‘17년간 봉인된 죽음-육군상사 염순덕 피살사건 1부’도 ‘그것이 알고 싶다’가 장기간 신뢰를 받아온 이유를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이날 방송은 17년 전 의문의 죽음을 당한 故 염순덕 육군상사 죽음의 진실과, 그것이 17년간 묻히게 된 이유를 파헤친 2부작 중 제1부였다. 염상사의 죽음이 있던 그 날의 피살과 사건 정황, 유력 용의자를 추적했다. 그리고 프로그램 말미에 “2001년 당시에 사건이 조작됐습니다”라고 밝힌 익명의 제보자의 충격적인 한마디로 제2부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건은 지난 2001년 12월 11일 밤 11시39분 경기도 가평군에서 지나가던 행인에 의해 도로에 쓰러져 있던 한 남성이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그 남자는 얼굴과 머리에 피를 흘린 채 도로부터 인도에 걸쳐 누워 있었고 이미 숨진 뒤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남자의 소지품을 확인한 결과 그는 맹호부대로 알려진 수도기계화보병사단 보병여단에서 보급관으로 근무하던 34세의 故 염순덕 상사로 확인됐다. 염 상사는 부대원들과 회식을 마친 후 귀가하던 길이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1부에 따르면, 그 즉각 경찰과 군 헌병대는 범인 검거를 위해 합동 수사를 시작했다. 다음날 사건 현장 부근에서 경찰이 피묻은 대추나무 몽둥이를 찾아냈다. 성인 남성이 한 손으로 쥐기 힘든 크기로 그 직경이 9cm에 길이가 50cm가 넘었다. 이 대추나무 몽둥이의 나뭇결과 숨진 염상사의 얼굴 상처가 정확하게 일치했다. 몽둥에 묻은 혈흔 역시 숨진 염상사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염상사의 사건 사진을 확인한 전북대학교 법의학교실 이호 교수는 이날 방송에서 염상사의 손상은 함몰 분쇄 골절이 의심된다고 분석했다. 대추나무 몽둥이로 얼굴 왼편을 수차례 가격 당했다는 것이다. 머리뼈가 그냥 골절이 온 게 아니고 안쪽으로 폭삭 주저앉은 형태면서 여러 조각으로 나눠지고 그 힘이 반대쪽으로 전달이 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건 후 현장 인근에서 범행 도구가 발견되었고 피해자와 마지막까지 술자리를 가진 두 명의 남자가 용의자로 좁혀지면서 사건 해결은 탄력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지고, 2002년 4월 3일 ‘합동본부 종합보고’를 마지막으로 사건 수사는 사실상 미제로 종결되었다.

2015년 ‘태완이 법’ 시행으로 살인 사건 공소 시효가 폐지되면서 2016년 2월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미제사건팀은 ‘염순덕 상사 피살 사건’ 재수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경찰과 군은 이 사건의 사인을 서로 다르게 보고 있었다. 경찰에는 ‘살인‘, 군에는 ‘변사‘로 기록되어 있었다.

하나의 죽음에 두 수사기관이 서로 다른 결론을 맺었던 것이다. 유족과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군에서 염상사의 죽음에 대해 빠르게 수사를 종결하려 했다고 증언했다. 혹시 군이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한 건 아니었을까? 이날 방송에서 제작진은 그 의심의 고리들을 하나둘씩 풀어나갔다.

이미 당시 용의자로 떠올랐던 두 군인의 알리바이가 조작됐다는 사실이 전해졌고,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에서 두 용의자의 DNA가 나왔지만 군에서 이를 이상하게 해석하며 묵살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담배꽁초 DNA 사실은 당시 경찰이 군에 넘겼지만 군은 가족에게도 전혀 알리지 않았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또한 당시 수사를 지휘 선상에 있었던 7군단장, 수기사단장, 여단장 등이 사건의 진실보다는 덮을 것을 지시하는 듯한 ‘지휘관 의견’도 당시 사망사건 수사 종합보고의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

 

 

 

이날 ‘그것이 알고 싶다’는 용의자 중 한 명이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중사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회국방위원회 간사인 이철희 의원은 사건 당시 국내 정세를 읽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이던 당시 국방개혁 분위기에 진급비리, 병역비리가 터져나왔던 국군기무사령부가 최우선 개혁대상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와 연관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철희 의원은 “기무부대와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다. 통상의 사건이라면 이렇게 묻힐 일이 아닌데. 헌병은 지휘관 눈치를 봤을 텐데 지휘관이 그런 지시를 한 거잖아요? '적당히 해라' 이런 사인을 준 것이고 이 지휘관은 기무부대 눈치를 본 거죠. 먹이사슬인 거죠. 사실은. 그러다 보니까 결국은 기무대 의사가 관철이 된 거죠. 헌병까지. 그러다 보니까 덮어진 겁니다”라고 짐작했다.

영원히 미제로 남을 뻔했던 故 염순덕 육군상사 피살사건이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방송된 배경은 한 형사의 집념과 가족의 마를 수 없는 절규와 눈물, 방송 제작진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였다. 여기에 “유족을 위해 더 이상 침묵살 수 없었다는 제보자”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날 방송 말미에 ‘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자인 배우 김상중은 17년 전 사건 현장에 서서 이 과정을 설명했다.

“처음 이 길에 섰을 때는 조금 막막했습니다. 무려 17년이라는 사건의 진실을 우리가 어디까지 찾아낼 수 있을지 사실 우리역시 장담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유족의 깊은 슬픔에 공감하고 또 2016년부터 사실상 혼자 힘으로 사건을 재수해온 한 형사의 집념에 감동해 그들이 서있는 이 길에 동행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던 중 길잡이가 되어줄 나침반처럼 매우 중요한 제보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염순덕 상사의 죽응을 2부작으로 방송하게 된 이유 역시 바로 이 제보 때문이었습니다. 제보자분의 용기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김상중은 내레이션을 이어나갔다. “우리는 여전히 범인의 얼굴이 궁금합니다. 둘 중 누가 더 큰 죄인인지 알고 싶습니다. 아울러 알고 싶은 것들, 아니 알아내야할 것들이 더욱 많아졌습니다. 군 수사진들이 염상사의 피살 현장에서 발견된 이 중요한 증거를 애써 외면하고 용의자들이 내세운 허술한 알리바이를 의심없이 믿은 그 배경말입니다.

군 수사진들은 모두 입을 맞춘 듯 기억에 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들의 침묵은 자신들의 과오를 덮기 위해서일까요. 아니면 그 시절 빠른 종결을 원했던 그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함일까요. 그들이 한 군인의 죽음을 은폐하면서까지 지키고 싶었던 건 대체 무엇인지, 정말 기무사라는 조직의 생존을 위해 한 조직원의 추악한 악행을 덮었는지, 그 내막을 하나하나 파헤쳐 볼 생각입니다.“

 

 

 

진행자 김상중의 또박또박하고 힘있는 특유의 음성과 정제된 몸짓으로 설명된 이같은 의문의 상황은 故 염순덕 육군상사 피살사건의 원인을 끝까지 찾아서 범인을 단죄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호소력있게 전달했다.

이날 김상중은 맹호부대 상징 앞에서 “호랑이가 포효를 하는 모습이 사단의 상징인 군 맹호부대. 이 하얀색 테두리는 정의와 영원한 단결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구현하는데 단결했으면 좋았을 그들이 대체 어떤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고 무엇을 위해 타협을 했는지, 그 결탁의 대가로 그들이 누린 것과 부당한 대가는 대체 얼마나 큰지. 다음 주 이 시간 여러분들께서 육군상사 염순덕 피살사건의 진정한 목격자가 돼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방송 첫 화면에서는 미제사건이었던 故염순덕 육군상사 피살사건을 외롭게 수사해온 김보현 형사(경기북부경찰청 미제팀 경위)가 직접 운전해 제작진과 함께 경기도 가평군 102번 군도의 사건 현장으로 동행하는 모습으로 시작했다.

김 경위는 “수없이 오고간 길이지만 그럼에도 아직 이 길 위에서 그는 길을 찾지 못했습니다. 네 진짜 눈감고도 운전할 수 있는 그런 길이죠. 엄청나게 왔다갔다 했죠. 여기 주민들하고 엄청 친해질 정도로”라고 그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 단면을 느끼게 했다.

김 경위는 이어 “오면 울컥울컥하죠. 저도 가장의 한 사람이니까. 젊은 나이에 (아이들은) 아빠를 잃고 그 어린아이들이 이 길을 지나갔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조금 분노스럽죠”라며 이 사건을 왜 이처럼 더욱 더 열심히 수사할 수 있었는지 그 속내를 내비쳤다.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의 심정이 짙게 묻어나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17년 전 염상사의 죽음에 대해 군은 소극적인 수사를 했고 빠르게 종결했다. 그런데 그들이 서두른 건 더 있었다.

염상사 부인인 박선주 씨는 “군에서 계속 나가라고 그랬어요. 관사에서 이제. 아이들 아빠가 2001년 12월에 돌아가시고 2002년 1월 말경 즈음에 조사가 거의 종결.... ‘미제로 남는다고, 못잡겠다’고 해서 다른 사건도 해야 하는 상황이고 하니까 군에서는 ‘언제 나갈 거냐? 빨리 나갔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가 왔죠”라고 납득할 수 없었던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다.

김상중은 이 상황을 “32살의 박선주씨는 여섯 살 세 살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내쫓기듯 군인 아파트를 떠나야했다. 한겨울 엄동설한보다 냉혹한 군의 행동. 참으로 서럽고 막막한 심정으로 두 아이와 걸었을 그 길은 남편 염순덕 상사가 참혹한 모습으로 숨을 거둔 그 길이었습니다. 14년간 그들의 일원이던 맹호부대 염순덕 상사의 죽음을 군은 왜 그토록 서둘러 종결지은 걸까?”라고 내레이션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1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4조에도 ‘국가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제1항에는 ‘국가는 군인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제도를 마련하여야 하며 이를 위한 시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로, 제2항에는 ‘국가는 군인이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군 복무에 대한 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복무여건을 개선하고 군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故 염순덕 육군상사 피살사건이 왜 돌연 미제사건이 됐는지, 왜 그 가족들은 17년간 힘겨운 삶을 살며 눈물을 쏟아야 했는지, 그 진실을 밝혀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민간인이건 군인이건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녔고,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기 때문이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7년간 봉인된 죽음- 육군상사 염순덕 피살사건 1부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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