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전주 KCC가 재계약 제안을 하지 않자 ‘원클럽맨’ 하승진(34)이 은퇴를 선언한 가운데 전태풍(39)마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전태풍은 14일(한국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자신의 메신저를 캡처한 것인데 전태풍은 “KCC 나한테 코치로 얘기 아예 안하고 돈 얘기도 아예 안하고 나 구단 있으면 지금 구단 코칭스태프 불편해서 그냥 여기까지 합시다. 이렇게 얘기했어”라고 누군가에게 호소를 하는 내용이었다.
소속팀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은 전태풍과 달리 KCC는 그를 전력 외로 분류하고 있었다.
2009년 KBL에 귀화혼혈 선수 드래프트가 도입되며 1순위로 국내 무대에 발을 디딘 전태풍은 화려한 드리블과 뛰어난 패스 감각과 외곽슛 능력을 바탕으로 맹활약했다.
처음 KCC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고양 오리온과 부산 KT를 거쳐 2015년 다시 친정팀 KCC로 돌아왔다. KCC에서 우승도 일궜고 다시 찾은 친정팀인 만큼 애착도 컸다.
올 시즌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 규정이 바뀌며 단신 외국인 선수가 영입됐고 전태풍의 출전 기회는 눈에 띄게 줄었다. 기량이 하락세에 있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는 사실이었다. 커리어 평균 27분여를 뛰며 11.2득점을 책임져주던 그지만 올 시즌엔 13분 동안 3.5점을 넣는데 그쳤다.
그러나 올 시즌 중엔 플레잉코치로 보직을 변경해 선수들을 이끌며 팀이 4강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는데 공헌했고 중요한 순간 득점으로 여전히 쓰임새가 있다는 것도 증명했다.
그럼에도 많은 나이로 인해 코칭스태프들이 껄끄러워 한다는 이야기까지 듣자 전태풍은 충격에 빠졌다. 결국 공개적으로 구단을 비판하는 대화 내용까지 올리게 됐다.
뉴시스에 따르면 전태풍은 구단이 FA규정에 대해서도 나중에 알려줘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코치 제안이 있다면 유니폼을 벗을 생각도 있었지만 자신의 의사를 밝힌 이후에도 돌아온 답변은 코칭스태프가 불편해한다는 것뿐이었다.
전태풍은 15일 KCC 구단 사무실에서 FA 협상 결렬 확인서에 사인을 하고 나왔다. FA 시장에 나와 다른 구단의 부름을 기다릴 계획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FA 계약 규정상 원 소속 구단과 조기에 계약이 결렬되면 다른 구단과 협상을 벌일 수 있지만 전태풍은 “15일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KCC의 입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고 더 원활히 협상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전태풍은 KCC에서 7년을 뛰었다는 자부심과 애착을 갖고 있었다. 돈보다는 그에 대한 예우를 갖춰주길 바랐다. 그러나 오히려 연봉 1억2000만 원을 고집한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전태풍의 올 시즌 연봉은 1억5000만 원이었는데 줄어든 기회 속에 예상보다 많은 금액을 원한다는 뉘앙스의 소문이 퍼진 것이다.
이제 전태풍은 그저 자신을 필요로 하는 팀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타 구단과 협상 자리에 나선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