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지난 수원삼성블루윙즈(이하 수원)전 패배로 이미 강등이 확정됐던 제주유나이티드FC(이하 제주). 한동안 밟을 수 없을지도 모를 1부 리그 무대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의지는 강했지만, 그 끝이 무기력해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제주는 지난달 30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19 38라운드 성남FC(이하 성남)전에서 3-1로 패했다. 전반 30분과 44분, 이창용과 이재원에게 연속 실점을 허용하며 어려운 경기 운영을 펼친 제주는 후반 23분 안현범의 추격골로 맹공을 펼쳤으나 후반 36분 이재원에게 쐐기골을 허용해 패배의 눈물을 삼켜야 했다.
# 강등 확정 제주, 유종의 미가 필요했으나!
제주의 K리그2 행은 현실이 됐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윤일록, 아길라르 등 수준 높은 선수들을 영입하며 강한 전력을 구축했지만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시즌 막바지로 가면서 잔류 경쟁자인 경남FC와 인천유나이티드FC를 상대로 1승 1무를 거두며 기사회생하는 듯했으나 지난 라운드 수원을 넘지 못하며 끝내 창단 후 처음이자 기업 구단으로서는 3번째 (부산아이파크, 전남드래곤즈) 강등을 맞았다.
시즌 초반부터 삐걱거렸던 경기력이 마지막까지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특히 37경기에서 69실점이나 하며 수비와 조직력 측면에서 큰 문제점을 노출했다. 여기에 선수단 내부 소통 문제와 조성환 감독 사임, 여름 이적 시장 실패 등이 겹쳐지며 경기 내·외적으로 문제가 누적됐다. 윤빛가람과 안현범이 군 전역 후 뛰어난 개인 기량으로 팀을 세워보려 노력했지만, 그들은 이미 힘을 잃은 이후여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확정된 최악의 결과를 바꿀 수 없다면 제주에 최고 시나리오는 다음 시즌 K리그2 우승으로 다이렉트 승격을 노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다. 승강제 실시 후 곧장 다음 시즌 1부 리그로 승격에 성공한 팀은 2015년 대전시티즌과 2016년 상주상무프로축구단이 전부였다. 2016년부터 2부 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한 부산은 아직까지 1부 리그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고, 당장 작년 강등을 당한 전남도 6위에 그치며 승격에 실패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재승격은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제주 판 ‘엑소더스(대탈출)’를 피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다수의 타 구단들이 윤빛가람부터 안현범, 아길라르, 권순형, 이창민 등 제주의 스타플레이어들을 탐내고 있어 전력 약화는 당연한 수순이 될 전망이다.
침체된 분위기를 끊고 내년을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해서는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했다. 이미 강등이 확정됐으나 시즌 내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기에 어떻게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팬들에게 내년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는 것이 최선이었다.
경기 전 최윤겸 감독도 “이번 경기에서는 최선을 다해 결과를 얻어야 한다. 의욕은 다소 떨어졌지만 경기에 집중하다 보면 동기 부여가 되살아 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강등이 확정됐으나 응원해준 여러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유종의 미를 강조한 만큼 이날 경기의 중요도는 컸다.
# 냉정함 부족했던 제주, 마지막까지 웃지 못했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불행하게도 제주 상황은 좋지 못했다. 지난 경기에서 경고를 받은 윤일록이 경고 누적으로, 이창민은 불필요한 거친 태클로 퇴장을 당하며 경기 출장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2선에서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아길라르 역시 부상으로 결장해 베스트 라인업을 꾸리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러나 제주는 악조건 속에서도 유종의 미를 위해 부지런히 뛰었다. 전반 초반 수비벽이 단단한 성남을 상대로 세트피스에서 변칙적인 플레이를 만들어내며 찬스를 잡아갔다. 그리고 서진수와 김성주, 임상협 등 다수 공격수들이 빠른 침투로 공격 지역을 장악했고, 2선의 윤빛가람과 이동수 등이 위협적인 전진 패스를 뿌려주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문제는 90분 내내 부지런히 뛰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특히 냉정함이 결여된 경기 운영이 오히려 제주를 무기력하게 만든 꼴이 됐다.
대표적인 예가 단순한 공격 패턴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제주는 공격 과정에서 완벽한 기회를 잡는데 안간힘을 썼다. 슈팅 숫자를 최대한 아끼고 공을 연달아 중앙으로 투입하면서 최전방 공격수에게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어주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이는 성남 수비가 쉽게 자리를 잡도록 도와주는 꼴이었다. 제주의 공격 패턴이 단조로우니 상대 수비수들은 중원 수비에만 집중하면 됐다. 시야를 넓혀 측면을 공략하거나 상대 수비 라인이 형성되기 전 한 박자 빠른 슈팅으로 공격을 연결했다면 한층 효과적인 공격력을 낼 수 있었으나, 제주 공격진의 조급함이 역으로 답답한 공격을 만든 셈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격 과정에서 애를 먹자 수비 실수도 동반됐다. 제주 수비수들은 공을 잡은 상대 공격수를 막기 위해서 강한 압박을 펼쳤는데 수비수들이 일제히 한쪽으로 쏠리면서 뒷공간 커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성남은 그 부분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성남 미드필더들이 빠른 방향 전환으로 제주 수비수들을 흔들자 조직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수비수들 사이의 유기적인 전담 마킹도 잡음을 냈다.
전반전 제주가 허용한 2실점도 비슷한 패턴이었다. 전반 30분 코너킥 상황에서 안영규와 헤딩 경합을 펼친 센터백들이 일찍이 공을 걷어내지 못하면서 이창용에게 쉽게 선제골을 허용했고, 전반 44분에는 성남 미드필더들의 빠른 원터치 패스에 수비수들이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이재원에게 실점을 내줬다.
일격을 당한 제주는 서두르기 시작했다. 후반전 교체 카드 활용으로 라인을 올려 더욱 공격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선수들의 집중력 부족으로 패스와 크로스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후반 35분 이동희가 불필요한 반칙으로 퇴장을 당하며 순식간에 수적 열세에 빠진 제주는 추격 의지를 잃었다. 선수들은 전혀 유기적인 팀 플레이를 만들지 못했고, 성남의 맹공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후반 36분 조용형의 클리어링 실수로부터 시작된 이재원의 쐐기골이 터지자 제주는 완벽히 무너졌다.
2부 리그에서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제주로선 이번 경기 승리로 반전의 발판을 만들고자 했으나 냉정함을 잃은 그들에게 승리의 여신은 미소 짓지 않아 아쉬움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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