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구영회(26·애틀랜타 팰컨스)가 한국인으로서 사상 첫 미국프로풋볼(NFL) 별 중 하나로 등극했다.
구영회는 22일(한국시간) NFL 사무국이 발표한 프로볼 팬 투표에서 20만1903표를 획득, 내셔널풋볼콘퍼런스(NFC) 키커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구영회는 생애 처음으로 프로볼(올스타전)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자랑스럽고 영예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두 차례 방출 아픔을 극복하고 써낸 스토리라 더욱 감동적이다.
미식축구에는 공격팀, 수비팀, 스페셜팀이 있는데, 키커는 스페셜팀 소속이다. 킥오프, 3점짜리 필드골 혹은 터치다운 이후 주어지는 1점짜리 보너스킥을 전담하는 역할이다. 킥 파워가 남달라야 하고 대담함도 중요한 덕목이다.
구영회는 올 시즌 만개하고 있다. 13경기에서 필드골 성공률이 97.2%(35/36)에 달할 만큼 킥은 정교했다. 3주 차 이후로는 필드골 실패가 없다.
필드골 35개 성공은 양대 리그를 통틀어 최다이자 아직 시즌이 진행 중임에도 이전 키커였던 맷 브라이언트가 2016년과 2017년에 기록한 34개를 넘는 구단 신기록이다.
지금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2011년 데이비드 에이커스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소속으로 작성한 필드골 44개를 넘어 NFL 단일 시즌 역대 최다 필드골 기록도 갈아치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50야드 이상 필드골에서도 성공률 100%로 톱 키커의 자격을 명확히 증명했다. 8차례 모두 성공시켰다. 지난달엔 NFC 스페셜 팀 ‘이달의 선수’로도 뽑혔다.
이로 인해 팬, 선수, 코치 투표를 3분의 1씩 합산해 뽑는 프로볼 출전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됐다. 아메리칸풋볼콘퍼런스(AFC) 1위인 로드리고 블랭켑십(15만8131표·인디애나폴리스 콜츠)을 넘어 양대 리그 키커 부문 최다 득표자 영예까지 차지했다.
놀라운 반전이다. 2017년 로스앤젤레스(LA) 차저스에서 뛰었으나 4경기 출전, 필드골 성공률 50%(3/6)를 기록하고 방출됐다.
이후 초심으로 돌아간 구영회는 지난해 2월 출범한 미국 신생 풋볼리그인 AAF에서 애틀랜타 레전드 소속으로 14차례 필드골을 모두 성공시키며 맹활약했다. 결국 지난해 10월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연습생에 해당하는 프랙티스 스쿼드 계약을 했으나 오래 버티지 못하고 또다시 방출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다시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끝에 애틀랜타와 계약했고 놀라운 기량 향상을 보이며 올스타에까지 등극했다.
미식축구 불모지나 다름 없는 한국에서 난 ‘개천용’이기에 더욱 자랑스럽다. 구영회는 대학 교수인 아버지와 간호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서울 태생. 12세 때 미국 뉴저지로 건너간 뒤 뛰어난 축구 실력을 본 친구들의 권유로 미식축구에 입문했고 험난한 길을 헤쳐나가 본토에서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 수준까지 도달해 전하는 메시지가 더욱 크다.
아쉬운 건 정작 자신의 진가를 뽐낼 기회가 없다는 것. 프로볼은 내년 1월 31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취소됐다. 이를 대신해 NFL 사무국은 게임 업체 EA스포츠와 함께 온라인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구영회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든게 동료들과 팬들 덕분이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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