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는 것에만 집중하자" 마음 비우자 '폭발'
[스포츠Q(큐) 임부근 명예기자] 공격수는 모름지기 골이다. 환상적인 연계 플레이와 헌신으로 팀에 도움을 준다고 해도, 공격수에게 '골 수'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인천대의 장신 공격수 박재용(21)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인천대는 올 시즌 U리그 2권역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초반 3경기에서 1승 2패로 주춤했지만 이후 5연승을 달렸다. 인천대는 리그 우승이 걸린 마지막 경기에서 승점 1차이로 바짝 추격하던 2위 한양대 원정을 떠났다. 팽팽한 접전이 예상됐지만, 전반 17분 터진 박재용의 결승골로 쉽게 풀어갔다. 박재용 활약 덕에 인천대는 한양대를 3-1로 꺾었다.
앞선 두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간절했다. 박재용은 "너무 이기고 싶은 경기였어요. 그래도 득점에 대한 욕심은 내려놨어요. 마음을 비우기로 했어요. 다른 형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데 집중했어요"라면서 "운 좋게 코너킥 상황에서 제게 공이 와서 골을 넣을 수 있었어요. 우승 타이틀이 없었기 때문에 리그라도 꼭 1위를 하고 싶었어요. 간절하게 준비하되 마음을 편하게 가진 게 좋았던 것 같아요"라고 돌아봤다.
올 시즌은 대학 선수들에게 유독 가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월에 시작했어야 할 시즌이 8월까지 밀렸다. 공식 경기를 단 한 차례도 치르지 못했다. 마음이 조급할 법도 했지만, 박재용은 몸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초조함보다는 빨리 경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꾸준히 운동을 했기 때문에 몸 상태에 자신이 있었어요. 팀 내부적으로 자체 경기를 많이 했어요. 운동장을 쓰지 못할 때면 개인운동도 하고, 마음 맞는 선수들과 러닝을 하면서 컨디션 관리를 했어요. 경기는 뛰지 못했지만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인천대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탈했다. 임동현(안산 그리너스), 표건희(인천 유나이티드), 박형민, 이상벽 등 4학년이 팀을 떠났고, 주전 골키퍼였던 안찬기(수원삼성) 역시 프로로 향했다. 많은 대학 팀이 겪는 일이지만, 고학년이 주축이었던 인천대로서는 그 여파가 자못 컸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힘들수록 팀으로 뭉쳤다.
"선수들도 형들이 다 나간 것을 인지하고 있었어요. 솔직한 마음으로 힘들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감독님과 코치님이 '인천대는 선수 개인 능력으로 축구를 하는 팀이 아니다'라고 강조하셨어요. 우리도 그 조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어요. 감독님 말씀대로 후반기에 갈수록 팀이 완벽해졌어요. 왕중왕전에서 지기 전까지 7연승을 했을 정도로. 팀으로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시즌이었어요. 내년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해왔던 대로 하면 될 것 같아요."
박재용에게 큰 변화가 생긴 시즌이기도 했다. 핵심 공격수였던 박형민이 떠났기 때문에 그 자리를 채워야 했다. 지난 시즌도 적지 않은 경기에 나왔지만 한 골도 넣지 못했다. 골보단 연계에 집중한 것을 감안해도 공격수로서 아쉬운 성적임은 분명했다. 흔들릴 법도 했지만, 박재용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에 집중했다.
"저는 형민이형처럼 골을 잘 넣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지 못했어요. 대신 형민이형이 할 수 없는 걸 제가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도 제게 많은 활동량과 희생을 강조하셨어요. 연계가 없으면 게임을 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연계와 키핑은 항상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박재용의 선택과 집중은 대성공이었다. 잘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마음을 비우자 꽉 막혀있던 득점이 터지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 공격포인트가 없다시피했던 박재용은 올 시즌 9골 6도움으로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작년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어요. 또 형민이형의 존재가 너무 컸어요. 그 형은 경기에 나갈 때마다 골을 넣는데, 저는 그러지 못해 자신감이 떨어졌어요. 올 시즌을 앞두고 부담을 다 내려놓기로 했어요. 춘계 대회에서 골을 넣지 못해 조금 답답했는데, 그때도 마음을 내려놓으니 편하더라고요. 또 제가 기술이 훌륭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부분을 더 잘하는 동료를 믿고 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니까요. 그렇다고 제 발 밑 기술이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또 한 가지 변화는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이었다.
"작년에는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어요. 지금은 '경기장은 전쟁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공격이나 수비 상황에서 내가 1대1 경합을 진다면 나뿐만 아니라 팀이 진다는 마인드예요. 그렇게 전투적이고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게 가장 달라진 부분 같아요."
올 시즌을 통해 눈부신 성장을 이뤄낸 박재용은 내년을 바라보고 있다. 스스로 내년 시즌이 프로에 가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자극 주고 있다. 그리고 그에 걸맞은 큰 목표를 세웠다.
"프로 진출에 대한 압박은 지금도 있어요. 제가 더 잘했다면 프로에 갔을 거예요. 내년이 마지막이라는 각오예요. 중요한 시기인 만큼 부상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내년엔 꼭 대회 우승을 해보고 싶어요. 지난 시즌보다 훨씬 많은 골을 넣었지만, 찬스를 많이 놓쳤어요. 한 20골은 넣었어야 했어요(웃음). 내년엔 올해 하지 못한 20골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렇다고 부담을 가지는 건 아니에요. 올 시즌처럼 골에 대한 부담보다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플레이에만 집중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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