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스포츠Q(큐) 글 안호근·손힘찬 기자] 전국제패. 카바디 ‘코리안 킹’ 이장군(29)의 새로운 목표. 한국 카바디 간판은 이제 축구선수로 변신해 새 도전에 나선다.
스포츠 전설들의 좌충우돌 조기축구 도전기로 화제를 모았던 JTBC 예능프로그램 뭉쳐야 찬다. 지난 8월 전국제패라는 보다 높아진 목표로 새 시즌을 열었는데, 이장군은 힘들었던 스토리와 압도적인 피지컬, 뛰어난 축구실력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고알레 카페&펍에서 이장군을 만났다. 카바디 대표선수이자 홍보대사 등 일당백 활약을 하고 있는 그의 최근 모습은 축구선수에 더 가까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만큼 축구에 모든 걸 걸고 있는 이장군과 축구, 뭉쳐야 찬다, 카바디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보다 심도 깊은 이장군의 카바디 스토리는 인터뷰 ②편에서 이어집니다.
◆ 코리안 킹 → 헬스트레이너 → 반(半) 연예인, 뭉찬2가 바꿔놓은 변화
눈에 띌 만큼 뛰어난 운동신경을 갖춰 우연한 계기로 카바디에 발을 들인 이장군. 여전히 한국엔 낯설기 만한 이 종목의 불모지에서 이장군은 카바디와 동의어나 다름없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거쳐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종주국 인도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외국인 선수 최초로 억대 연봉을 받았고 ‘코리안 킹’이라는 칭호까지 얻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폭풍을 카바디도 피해갈 수 없었다. 특히 인도엔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해 지난해 초부터 프로리그가 중단돼 있는 상황. 이장군은 국내로 돌아왔고 생업을 위해 헬스 PT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평소에도 풋살 등으로 축구를 즐기던 이장군에게 반가운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뭉쳐야 찬다 시즌2를 준비 중이니 오디션에 응시해보라는 제작진의 연락. 감동적이면서도 안타까운 스토리가 화제가 됐고 뛰어난 체격과 축구 기본기까지 갖춰 안정환 감독, 이동국 코치 등의 마음을 빼앗았다. 2차 테스트에선 멀티골을 작렬하며 당당히 정식멤버로 합류했다.
합격 통보를 받은 이장군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만큼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대표팀 동료들과 뭉쳐야 찬다를 보면서 ‘카바디도 유명했더라면 우리도 저기에 나갈 수 있었을텐데’라고 말하곤 했다”며 “그런데 시즌 2를 준비한다고 갑자기 연락이 왔다. 늘 주변에 그런 바람을 말했었기에 처음엔 누군가 장난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도 현지에선 과거 ‘BTS보다 이장군’이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는데 한국에서 그를 알아보는 이는 없었다. “택시를 타면 운동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럴 때마다 카바디 선수라고 말한 뒤엔 종목에 대해 설명을 해야 했다. 문제는 설명을 해도 잘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중엔 설명하는 걸 포기하고 그냥 레슬링 선수 혹은 유도 선수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이젠 달라졌다. 17일 방송에서 이장군은 방송인 홍석천으로부터 연락을 받아 식사를 했다고도 공개했다.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장군은 “1차 오디션 방송 후 힘내라고 응원한다고 SNS로 연락이 왔고 부산에 오실 일이 있어 저녁을 같이 하게 됐다”며 “‘대단하다’, ‘멋있다’면서 ‘자기가 찍은 사람은 무조건 성공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기분이 좋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장군의 고향인 부산 중구엔 어쩌다벤저스 합류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렸고 보일러를 고치러 온 기사님도 그를 알아보고 사진과 사인 요청을 했다. 여전히 트레이너로서 그의 인기도 치솟았다. “서울로 이사를 하며 지금은 잠시 쉬고 있지만 일하던 PT센터로 연락이 많이 왔다. 축구를 좋아하시는 남자분들은 물론이고 여성 분들께도 운동을 배우고 싶다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심지어는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땄을 때보다도 더 뜨거운 반응을 실감한다고. 금전적으로 혹은 제품 스폰서 등 카바디 대표팀을 향한 도움의 손길도 많아졌다. 무엇보다 카바디라는 종목을 알릴 수 있어 더욱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축구에 진심 ‘축진남’, 발재간 갖춰 전국제패로!
어쩌면 운명이었을까. 이장군의 뭉쳐야 찬다 시즌2 합류는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유년 시절부터 뛰어난 운동능력을 보였던 그가 처음 희망했던 길은 바로 축구였다.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인해 꿈을 접어야 했지만 뒤늦게나마 축구선수와 유사한 삶을 경험하게 됐다.
“축구를 워낙 좋아해 풋살도 즐기고 있다. 카바디를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특히 ‘카바디는 선수가 적어 쉽게 국가대표를 할 수 있다’고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목숨을 걸고 오디션에 나섰다”는 그는 당당히 첫 번째로 정식 멤버에 합류했다.
그러나 뭉쳐야 찬다 합류를 단순히 사명감만으로는 설명할 순 없다. “어렸을 적 하고 싶은 운동을 시키지 못했던 것 때문인지 부모님도 너무 좋아하신다”며 “말로는 조기 축구 팀이라고 하지만 진짜 선수가 된 느낌이다. 웬만큼 유명한 선수들도 안정환 감독님과 이동국 코치님에겐 배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엄청 집중해서 훈련하고 개인적으로 연습도 많이 한다. 지금은 거의 축구 선수”라고 미소지었다.
큰 기대를 받았으나 초반엔 아쉬운 소리를 듣기도 했다. 안정환 감독은 이장군에게 포지션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장군은 “취미로만 했을 땐 내가 하고 싶은대로 뛰었는데 선수 관점으로 접근하다보니 모르는 부분도 많고 팀을 위해서 뛰며 희생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며 “전술적 부분에서 배워야 할 점이 많은 건 당연하고 과거 힘들면 걸어 다니기도 했는데 이젠 팀에 피해가 되지 않기 위해 뛰다보니 체력도 더욱 중요하게 느껴진다”고.
다만 억울한 부분도 있었다고. “취미로 할 때는 스트라이커나 센터백 같이 피지컬 우위를 활용할 수 있는 포지션으로 뛰었는데 여기 와서는 왼발잡이고 달리기도 빠르니 윙을 맡기셨는데 한 번도 안 해봐서 어떻게 뛰어야 할지 모르겠더라. 말을 해주시는데도 헷갈렸다”며 “처음엔 윙에 서면서 욕을 먹으니까 억울하더라. 잘하는 자리에서 못하면 괜찮은데 모르는 자리에서 하면서 욕을 먹어서”라고 답답했던 심경을 고백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팀에서 나를 윙으로 필요로 한다면 그렇게 뛰는 게 맞다. 부족한 점을 메우기 위해 유튜브 등을 통해 공부하면서 윙 포지션에선 어떻게 뛰어야 할지 연구했다”고 덧붙였다.
헤더나 몸싸움 등에선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다만 세밀함에 있어선 아쉽다고. “트라이애슬론의 (허)민호 형, 펜싱의 (김)준호가 발재간이 좋다. 나는 연습은 하는데 실전에 가면 잘 안되더라. 발재간만 좋아지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공만 잡으면 긴장된다. 처음엔 진짜 심했다. 평소엔 슛도 골 넣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 세게 하는 편이 아닌데 방송을 보니 너무 세게 차더라.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 것 같다. 감독님께 혼도 나기도 했다. 그래서 이젠 친구들이랑 조기축구 한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뛰려고 한다”고 말했다.
어쩌다벤저스에서 이루고픈 목표는 당연히 전국 대회 우승. “선수들 전부 각자 종목에서 최고여서 이해력도 좋고 잘 맞춰지고 있다. 워낙 큰 목표를 내세우다보니 감독님도 처음엔 부담이 많았던 것 같은데 선수들 실력이 빠르게 올라오고 호흡도 맞춰지다보니 자신감이 생기시는 것 같다”며 “시청자분들이 빠른 실력 향상에 가장 놀라시는 것 같다. 나는 열심히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하루 빨리 발재간 등을 보완해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 ‘더 콥’ 이상은 토레스, 실전은 홀란드-루카쿠처럼!
해외축구 팀 중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2000년대 말 토레스와 제라드가 호흡을 맞출 때부터 리버풀을 좋아했다. 명확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뭔가 끌리는 게 있다”며 “최전방 공격수들은 물론이고 양 풀백 아놀드, 로버트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펼치는 시원시원하고 현대 축구 트렌드에 잘 맞는 축구가 매력적이다. 철벽과 같은 센터백 반다이크도 좋고 전체적인 느낌이 공격수지만 직접 해결하기보다는 동료들과 연계플레이를 통해 도움을 주는 피르미누도 마음에 든다”고 설명했다.
가장 닮고 싶은 선수 또한 리버풀 출신 페르난도 토레스(은퇴). 그러나 이젠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토레스 같은 스타일로 하고 싶어서 노력해봤는데 나랑 잘 안 맞더라”며 “스프린트는 자신 있지만 감각적인 플레이는 따라하기 어려웠다. 요즘은 좋다기보다는 커다란 덩치를 활용하면서도 스피드도 뛰어난 홀란드, 루카쿠를 참고하면서 그 선수들처럼 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초반이기에 섣부른 판단은 어렵겠으나 압도적인 체격조건과 발군의 스피드로 왼쪽 측면을 휘젓고 있는 이장군의 플레이에선 홀란드와 루카쿠의 향기가 난다. 이장군이 어쩌다벤저스의 진정한 홀란드, 루카쿠로 자리매김한다면 전국 대회 우승 꿈은 현실과 가까워 한 발 더 가까워 질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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