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한국 테니스 간판 권순우(25·당진시청·CJ제일제당 후원)가 4대 메이저 대회 본선 1회전을 모두 정복했다. 숙원으로 여긴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7500만 호주달러·644억 원)에서도 2회전에 진출했다.
2018년부터 꾸준히 호주오픈 본선 무대를 노크한 권순우에게 1회전 통과는 그 성실함의 보상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상대 부상이라는 행운까지 따랐다.
세계랭킹 54위 권순우는 17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대회 첫날 남자단식 1회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홀거 루네(99위·덴마크)를 세트스코어 3-2(3-6 6-4 3-6 6-3 6-2)로 이겼다.
권순우의 호주오픈 본선 첫 승리. 그는 지난 2018년 처음 이 대회 본선 무대를 밟은 이래 2020, 2021년까지 총 3차례나 1회전에서 탈락했다. 2019년에는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으니 4전 5기 끝에 감격의 첫 승리를 따냈다.
이로써 권순우는 4대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2회전 이상 오르게 됐다. 2020년 US오픈 2회전에 진출하며 메이저 본선 첫 승을 따냈고, 지난해 프랑스오픈은 3회전까지 진입했다. 역시 지난해 윔블던에서도 2회전 무대를 밟은 바 있다.
권순우는 경기 초반 루네와 힘 싸움에서 밀렸다. 1세트 자신의 첫 서브 게임에서 한 점도 따내지 못하고 브레이크를 허용했다. 5번째 서브 게임도 브레이크 당해 세트를 내줬다. 2세트에는 역으로 루네의 서브게임을 두 차례 브레이크 하면서 세트스코어 동률을 이뤘다.
하지만 3세트 다시 흐름이 바뀌었다. 루네가 네트 플레이에서도 권순우보다 더 좋은 플레이를 펼치며 세트를 따낸 것. 권순우는 4세트에서도 첫 서브 게임을 내줬고 패색이 짙어졌다.
그때 행운이 찾아왔다. 루네가 다리 통증을 호소했다. 7번째 게임에 들어서자 권순우의 서브를 받아치지도 못했다. 그렇게 승부를 5세트로 끌고 간 권순우는 통증에 계속 흔들린 루네의 세 번째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승기를 잡았다.
2003년생으로 프로 3년차인 루네는 권순우보다 여섯 살 어린데다 세계랭킹도 권순우보다 45계단 아래지만 2019년 프랑스오픈 주니어에서 우승한 기대주로 만만찮은 상대였다. 지난해 US오픈 1회전에서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를 상대로 선전하며 전 세계 테니스 팬에 이름을 알린 특급 유망주로 평가받는다.
권순우는 정현과 한국 남자테니스 쌍두마차로 통한다. 2017년 Next Gen(넥젠) 파이널에서 우승한 뒤 2018년 호주오픈 4강에 오르며 주가를 높인 정현(488위)이 최근 부상 등 여파로 경기력에 기복을 보인 사이 꾸준히 자신의 존재감을 키워왔다.
지난해 6월 프랑스오픈에서 메이저 32강(3회전)에 들었는데, 한국 남자선수로는 이형택(은퇴)과 정현에 이은 세 번째였다. 이후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았고, 11월 개인 최고인 세계랭킹 52위까지 찍었다. 올해 또 다시 더 높은 곳을 향해 뛰고 있다.
권순우는 19일 2회전에서 데니스 샤포발로프(14위·캐나다)를 만난다. 라슬로 제레(51위·세르비아)를 제압한 샤포발로프는 지난해 윔블던 4강에 든 강호로 2020년 US오픈 2회전에서 권순우 역시 샤포발로프에 패한 바 있다. 권순우 입장에선 설욕전이다. 국내에선 티빙에서 독점 중계한다.
권순우는 에이전트사 리코스포츠를 통해 "(4대 메이저 중) 호주오픈에서만 승리가 없어 간절했다. 그만큼 부담감과 긴장감도 느꼈다. 첫 승 목표를 이뤄 기쁘고 (2회전에서도) 부담 없이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겠다"면서 "샤포발로프는 2년 전 경기해 봤고, 함께 훈련도 하는 사이라 서로 잘 안다"며 좋은 경기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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