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두 차례 방출을 딛고 일어난 구영회(28·애틀랜타 팰컨스). 이젠 세계가 인정하는 ‘개천용’이 됐다.
애틀랜타는 지난 16일(한국시간) 구영회와 5년 2425만 달러(293억 원) 규모의 재계약에 합의했다. 보장금액은 1150만달러(139억 원)다.
15년 이상 포기하지 않고 한 우물만 판 그의 인간승리와 같은 결과물이다. 300억 원에 달하는 대형계약엔 구영회의 좌절과 땀 등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서울 태생인 구영회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모님과 함께 미국 이민을 떠난 그는 뛰어난 운동 신경을 보였고 주변에서 미식축구를 권유해 우연히 입문하게 됐다.
2017년엔 로스앤젤레스(LA) 차저스에서 미국프로풋볼(NFL) 무대를 밟았으나 단 4경기만 뛰고 방출됐다.
초심으로 돌아간 그는 2019년 2월 출범한 미국 신생 풋볼리그인 AAF(Alliance of American Football)에서 애틀랜타 레전드 소속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14차례 필드골을 모두 성공시켰고 그해 10월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에 연습생과 같은 프랙티스 스쿼드 계약으로 입단했다. 그러나 얼마 못 가 방출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포기하지 않았다. 구영회는 다시 트라이아웃에 참가하며 애틀랜타와 인연을 맺게 됐다. 2019시즌 애틀랜타에서 23개의 필드골(성공률 88.5%)을 성공한 구영회는 2020시즌에는 리그 최정상급 키커로 우뚝 섰다.
필드골 성공률 94.9%를 기록하며 생애 첫 프로볼(올스타전)에 선발되는 영광을 누렸다. 전체 키커 중에서도 1위였다.
2021시즌에도 필드골 성공률 93.1%로 리그 정상급 활약을 이어간 구영회는 애틀랜타로부터 달콤한 선물을 받았다.
당초 구영회는 이번 오프시즌 ‘제한적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을 예정이었다. FA 자격은 얻을 수 있지만 이적에 제한이 있는 경우를 일컫는다. 다른 팀으로부터 계약을 제시받을 수 있지만 원소속팀이 다른 팀이 제시한 계약 조건과 같은 조건을 제시하기만 하면 계약 우선권이 원소속팀에 주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애틀랜타는 적극적으로 나섰다. 구영회가 다른 팀으로부터 계약을 제시받기도 전에 다년 계약을 제안했다. NFL 최고의 키커 중 하나로 거듭난 그의 위상을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미식축구에는 공격팀, 수비팀, 스페셜팀이 있는데, 키커는 스페셜팀 소속이다. 킥오프, 3점짜리 필드골 혹은 터치다운 이후 주어지는 1점짜리 보너스킥을 전담하는 역할로 킥 파워가 남달라야 하고 대담함도 중요한 덕목이다.
키커 평균 연봉으로만 따지면 구영회는 볼티모어 레이븐스의 저스틴 터커(500만 달러)에 이어 리그 전체 2위의 대우를 받게 됐다. 불모지 출신으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야 했지만 여러 편견을 깨부수며 일궈낸 자리다. 구영회의 성공신화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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