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채은 객원기자] 부천FC1995. K리그에서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부천SK가 2006년 제주로 떠나버리자 팬들이 주축이 되어 2007년 닻을 올린 팀이다. 프로스포츠에서 금기시 되는 연고지 이전으로 인해 한이 맺힌 대명사 격인 구단이다.
그들의 서포터 헤르메스는 유럽 문화를 국내에 최초로 들여온 선구자다. 공식 팀명에 붙는 숫자 1995는 부천SK의 전신 유공 코끼리의 팬들이 처음 모였던 해를 의미한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서포터 붉은악마의 가장 유명한 응원가 '오 필승 코리아'는 헤르메스의 응원가를 개사한 노래다.
스포츠산업 채용서비스 스포츠잡알리오(스잡알) 미디어스터디팀 스미스가 사연 많은 부천FC 사회적협동조합의 사무국을 찾았다. 구단 입사 6년차 유하람 대리가 인터뷰이다. K리그 구단 중 유일하게 협동조합 체제를 가진 만큼 독특한 업무가 있다. 현직자가 바라보는 축구산업, 현실적인 취업 조언도 담았다.
-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부천FC1995 유하람 대리입니다. 구단에서 협동조합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 구체적인 업무가 궁금합니다.
“부천FC는 다른 구단과 다르게 두 개의 법인 즉, 주식회사와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에서는 조합원을 모집해서 이들이 구단 경영에 더 참여하고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합니다. 또 조합원들의 후원금을 통해 구단이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같이 모색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어떤 계기로 구단에 입사하게 되셨나요?
“구단에서 알바하다가 채용이 된 특별한 경우예요. 제가 신문방송학 전공이다 보니까 구단의 보도자료를 쓰는 알바를 했어요. 그때 부천FC에 잠깐 왔는데 계속 구단과 일하게 됐고 좋은 기회로 채용되어 지금까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 시민구단은 K리그와의 관계에 다른 점이 있나요?
“K리그에는 다양한 형태의 구단들이 있죠. 저희처럼 협동조합까지 있는 시민구단도 있고, 도민구단, 일반 시민구단, 그리고 기업구단까지 있습니다. 리그와의 관계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그러나 각각의 운영 방식이 조금씩 다르고 지향점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제가 부천FC에서 일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부천시에서 태어나 오래 살고 있는데 ‘시민이 사랑하는 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부천FC가 시의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구단에서 일하고 있어요. 기업구단은 아마도 다른 생각으로 사업할 것이라 봅니다. 이런 게 시민구단이 생각하는 영역인 것 같아요."
- 2017년부터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최근에 마스코트 반장선거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구단 직원 전체가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려서 일하고 있고 제가 비서실장으로 후보 '헤르'의 일정을 관리하거나 SNS에 올라가는 사진을 같이 찍고 있는데요. 생각보다 재미있는 것 같아요. 부천FC 팬들이 대부분인 조합원들과 자주 만나고 팬들과 가까이 지낼 수밖에 없는 업무를 하게 된 거죠. 그간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는데 마스코트 반장선거가 팬들과 격 없이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된 것 같아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 부천FC에서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팬들이 마스코트에 애정이 생길 수 있도록 선거 결과와 관계 없이 헤르를 활용해 하반기에도 팬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일단은 협동조합 담당자이니까 조합원을 많이 모집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업무인 것 같습니다. 조합원들을 통해 축구도 알리는 것, 구단을 후원하며 함께 부천FC의 성장을 지켜보는 과정을 만드는 것이 2022년 목표입니다."
- 스포츠산업 취업을 준비할 때 포트폴리오에서 주의했으면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포트폴리오에서 포장하려고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이런 것을 할 수 있습니다’라는 나열보다는 ‘제가 이것을 했는데 이랬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요. 물론 사람을 뽑을 때 스펙도 보고 여러 가지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가 조금 더 드러날 때 뽑힐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아지는 것 같아요.”
- 축구산업에 뛰어들기 위해 필요한 마인드가 있을까요?
“축구를 너무 사랑하면 보이는 않는 것들이 많아요. 그래서 축구단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장사꾼’이 돼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어쨌든 이것도 기술을 발휘하거나 기계를 만드는 제조업이 아니거든요. 기본적으로 고객에게 판매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장사꾼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이 점이 구단 프런트로 일하면서 어떤 특정 순간에 도움이 될 거예요.
어감을 듣고 나쁘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저 사람이 저 소비를 왜 하지? 저걸 왜 사지?’와 같이 돈을 어떻게 버는지 항상 주목해 봤으면 좋겠어요. 사실 우리가 이해 못 하는 어떤 소비행위들도 어딘가에선 일어나고 산업이 형성되고 있죠.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야 합니다. 축구단에 와서 ‘팬들이 좋아하고 살 만한 것들을 만들어보자’는 마인드로 구단에 왔으면 좋겠어요.”
-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조언을 더한다면.
“축구단 입사만을 위한 스펙과 과정은 없다고 생각해요. 축구단도 기본적으로 하나의 회사이기 때문에 일 잘하는 사람을 뽑고 그 해에 해당 팀에 필요한 인재를 뽑는 거예요. 그래서 자신이 뽑히지 않았다고 준비가 부족했고,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크게 의미 있는 고민은 아닌 것 같아요. 축구가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능력을 쌓으면 축구단에서도 먹힙니다. ‘축구단만을 위한 스펙은 없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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