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가슴에 맺혀있던 한을 분출하는 뜻으로 소리를 질렀다. 목이 잠겼다.”
4차례 준우승 끝 오른 첫 정상. 강민구(40·블루원리조트 엔젤스)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강민구는 24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2022~2023시즌 PBA 투어 7차전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응고 딘 나이(42·SK렌터카 다이렉스·베트남)를 세트스코어 4-2(14-15 15-6 2-15 15-7 15-9 15-5)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PBA 투어 출범 후 16번째 대회만의 드디어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올라섰다. 늘 명품조연이었던 강민구에겐 더욱 뜻깊은 성과일 수밖에 없다.
강민구는 PBA 출범 후 첫 대회에서 결승에 올랐다.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40·하나카드 하나원큐·그리스)와 대결에서 7세트 승부를 벌였으나 끝내 고개를 숙였다. 7세트에서 9-4로 우승을 목전에 뒀으나 필리포스에게 역전을 당했고 이후 불운이 이어졌다.
누구보다 꾸준히 활약했다. 그러나 2번째 시즌까지 준우승만 4차례, 우승은 없었다. 정신적 충격이 컸을까. 지난 시즌엔 2차례, 올 시즌 3차례나 128강에서 탈락하는 등 부침을 겪었다.
다시 올라서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경기 후 강민구는 “큐도 교체했고 체중도 많이 감량하면서 샷에 대한 믿음이 많이 사라졌다.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서 멘탈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며 “그럼에도 계속해서 꾸준히 연습하고 적응하다 보니 저만의 패턴을 찾았고 감각이 돌아왔고 기존의 제 것을 많이 찾았다. 사실 지난 대회부터 조금씩 돌아왔는데 이번 대회 때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대회에 나선 마음가짐을 전했다.
128강에서 최동선과 승부치기 끝에 첫 문턱을 넘은 강민구는 이후 서현민, 비롤 위마즈(이상 웰컴저축은행 웰뱅피닉스·튀르키예), 고상운(휴온스 레전드) 등에 이어 4강에서 조재호(NH농협카드 그린포스)까지 제압하며 기세를 높였다. 결승에선 장점인 뱅크샷을 16개나 성공시켰다. 전체 득점 중 42.1%를 뱅크샷으로 장식했다.
챔피언샷을 성공시킨 강민구는 포효했다. “우승하자 등 아래부터 짜릿함이 올라왔다. 평소 생각했던 세레머니는 아니고 즉흥적인 세레머니다. 가슴에 맺혀있던 한을 분출하는 뜻으로 소리를 질렀다”며 “준우승이 많기도 하고 2년간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팬들에게 죄송하기도 했다. 특히 성적이 나오지 않았을 땐 ‘내가 이것밖에 안됐나’하는 생각이 쌓여왔다. 무엇보다 2년간 성적을 내지 못한 부분에 대해 스스로 용납이 잘 안됐다. 그렇게 삭히고 있던 부분이 이번 우승 세레머니로 분출됐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준우승 4차례와 이후 찾아온 부진. 그럼에도 강민구는 꺾이지 않았다. “사실 좌절은 하지 않았다. 결승전에서 운이 덜 따라줬다고 생각했다. 더 열심히해서 결승을 계속 밟아왔으니 언젠간 우승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준비를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상대방이 모두 실력 좋은 선수였고 완벽한 퍼포먼스를 보여줬었기 때문에 ‘아직 내가 부족하구나’라고만 느꼈지 결코 좌절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강민구는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체중 감량이 눈에 띄었다. 10㎏ 이상을 감량했다. 그는 “(동기는) 단지 살이 너무 많이 쪘었기 때문이다. 사실 체력도 조금 부족해지는 것 같아서 체중 감량을 했다”며 “시즌을 마무리하면 다시 체중관리를 하겠다. 체중을 많이 감량하면 처음에는 단순히 가벼워 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다. 기존 체중에서 체득한 저의 당구가 잘 안됐다. 당구를 치는데도 구질이 조금씩 달라지더라. 감량한 체중으로 소화하는 당구에 적응 하는 것에도 꽤나 애를 먹었다. 가벼운 생각으로 체중 감량을 했다가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지만 적응한 지금으로선 훨씬 좋다”고 말했다.
PBA 투어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뱅크샷 득점이 2점이라는 것이다. 강민구는 이를 누구보다 잘 활용하는 선수였고 이날도 그랬다. 비결에 대해 “특별한 연습은 없고 같은 팀 주장 엄상필 선수가 뱅크샷을 잘 친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세상에서 원뱅크샷을 가장 잘 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팁을 전수받았다”며 “뱅크샷에 대해 자신있었는데 엄 주장은 나보다 원리에 대해 더 잘 알고 치는 것 같았다. 내가 쳤을 땐 득점 되지 않는 공인데 엄 주장이 치면 빠지는 공간 없이 완벽한 득점을 만들어낸다. 원리 등에 대한 팁을 얻어 연습을 했고 그러다보니 성공률이 높아졌다”고 공을 돌렸다.
PBA 투어는 어느새 외국인들의 잔치가 돼가고 있었다. 최다우승자 프레드릭 쿠드롱(웰컴저축은행·벨기에)을 비롯해 다비드 사파타(블루원리조트),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 라온·이상 스페인)까지. 강민구는 단 한 차례 우승으로 누적 포인트랭킹 4위(38만8000점), 상금랭킹 5위(2억8500만원)까지 올라섰다.
강민구는 국내 선수들을 향해 “나는 우승을 한다는 목표로 연습하지 않는다. 그냥 당구를 좋아한다. 단지 당구를 제일 잘 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며 “최근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좋아졌지만 성적과 상금에 목표를 두기보단 즐기다 보면 성적이 나지 않을까 한다”고 용기를 북돋워줬다.
한계를 한번 뛰어넘은 만큼 자신감은 더욱 충만하다. 강민구는 “우선 8차 투어를 잘 치러야하겠다. 정규투어 마지막 대회이기도 하고 우승 직후 대회에서 바로 탈락하는 걸 보여드리기 싫다. 다음 대회도 최대한 열심히 해서 높은 곳까지 가도록 하겠다”며 “사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건 팀리그다. 아무 걱정 없이 당구만 칠 수 있게 된 이유는 팀에 소속되어 연봉을 받기 때문이다. 정말 팀에 큰 보탬이 되고 싶다. 포스트시즌도 잘 준비하고 월드챔피언십도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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