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해보니까 먹스타그램에 쓰는 돈이 한 달에 100만원가량 되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싶어 피드를 다 밀어버렸습니다."
직장인 박수연(31)씨는 팔로워가 2000명에 가까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던 맛집 소개 게시물 1000여건을 얼마 전 모두 지웠다.
외식비가 급격하게 상승하는데 월급은 제자리걸음 하면서 '먹스타그램'(음식·맛집 사진을 올리는 인스타그램)을 접기로 마음먹었다.
박씨는 19일 "보통 게시물 1개에 음식 2∼3개를 보여주는데 워낙 물가가 올라서 최소 5만원에서 20만원 정도가 들었다"며 "생활이 점점 쪼들리면서 소셜미디어(SNS)가 값비싼 취미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물가에 실용적 소비가 대세가 되면서 SNS 계정과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사용 빈도를 줄이는, 이른바 '온라인 미니멀리즘'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여행 관련 콘텐츠를 6년 넘게 올린 신동석(28)씨도 같은 이유로 지난해 말 휴대전화에서 인스타그램 앱을 삭제했다.
신씨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항공료부터 숙박비, 외식비 하물며 기름값까지 올라 여행 경비가 이전보다 1.5배는 더 든다"며 "코로나가 풀린 이후 2번 정도 해외여행을 갔다가 통장이 텅 비어가는 것을 보면서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다"고 했다.
그는 "언제부턴가 주객이 전도돼 여행 자체보다는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건지려고 여행을 간다는 걸 깨달았다"며 "가뜩이나 힘든 시기에 얼굴도 잘 모르는 팔로워들 때문에 큰돈을 쓰기가 아까워졌다"고 털어놨다.
SNS에서 매일같이 패션 감각을 자랑하곤 했던 류모(33)씨는 이제 '옷스타그램'(패션 관련 사진을 올리는 인스타그램)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나 근황을 전하는 짤막한 글을 올리는 게 전부다.
류씨는 "'옷을 잘 입는다, 멋지다, 어디서 산 제품이냐' 같은 댓글이 계속 달리면서 나도 모르게 한 번 입고 말 옷이나 고가의 명품 같은 것을 사들이고 있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가 올라 전세 대출금 갚기도 숨이 막히는 상황에서 너무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를 해왔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남들한테 보여주는 것보다 내 생활을 건실하게 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경제난으로 소비 패턴도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이러한 'SNS 탈출' 현상을 꼽는다.
의식주처럼 꼭 필요한 부분의 소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심리적 만족을 위한 소비는 뒷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제가 어려워져 생존이 위협받는다고 생각하는 때가 오면 소통과 교류로 얻는 만족감 등 감정을 위한 소비는 줄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욜로(YOLO·인생은 한번뿐)가 유행이었지만 지금은 각자도생의 시대"라며 "자기 자신이 아니면 누구도 내 가계를 책임져줄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라고 짚었다.
경제난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심해지면서 SNS를 자연스럽게 포기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SNS는 포장되고 재가공된 삶을 보여주는 만큼 자본의 영향을 받는 불평등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그 교수는 "경제적 어려움이 닥치면 '내가 이런 콘텐츠를 올리는 데 한계가 있구나' 깨닫는 순간이 온다"며 "그 와중에 SNS에서 '진짜 부자'를 보게 되면 나의 처지와 비교되고 박탈감을 느끼게 돼 지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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