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카를로스 알카라스(20·스페인)와 노박 조코비치(36·세르비아)의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전을 앞두고 언론들은 ‘세기의 대결’이라고 앞 다퉈 보도했다.
둘이 띠동갑이 넘게 차이 나기도 했지만 알카라스가 세계랭킹 1위, 조코비치가 2위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신성과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알카라스는 지난해 미국 뉴욕 US오픈에서 우승해 당시 10대 선수로는 처음 세계 1위에 올랐다. ATP(남자프로테니스) 세계 랭킹이 창설된 1973년 이후 역대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조코비치는 메이저대회 통산 23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가지고 있다. 지난달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에서도 정상에 오르면 변치 않는 기량을 과시했다. 만약 조코비치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역대 8번 정상이자 5연패(連霸)를 달성할 수 있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벌어진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 4시간 42분이라는 긴 시간이 보여주듯 혈투가 벌어졌다. 웃은 건 신성이었다.
알카라스는 조코비치를 3-2(1-6 7-6<8-6> 6-1 3-6 6-4)로 꺾고 개인 통산 첫 윔블던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235만 파운드(약 39억1000만원).
1~2세트를 나눠 가진 둘은 3세트 명승부를 펼쳤다. 알카라스가 게임 스코어 3-1로 앞선 상황에서 13번이나 듀스를 기록했다. 25분이 넘는 접전 끝에 브레이크 포인트를 따낸 건 알카라스.
알카라스는 3세트를 이기면서 세트 스코어 2-1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4세트를 따내면서 승부를 5세트로 이끌었다. 알카라스는 조코비치의 3번째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해 분위기를 자신 쪽으로 만들었다.
조코비치의 마지막 샷이 네트를 넘지 못하면서 알카라스의 우승이 확정됐다. 우승을 확정되는 순간 알카라스는 코트에 드러누워 얼굴을 감쌌다.
뉴욕 타임스는 “알카라스는 자신의 가장 섹시한 무기인 부드러은 드롭샷과 뛰어난 톱스핀로브, 폭발적인 서브, 마지막 포핸드로 조코비치를 끝냈다”고 했다.
알카라스는 조코비치와 포옹한 뒤 심판과 악수한 후 공을 관중석으로 던졌다.
알카라스는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조코비치를 이기고 윔블던에서 우승하는 것은 테니스를 시작했을 때부터 꿈꿔온 일"이라면서 "지금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스무 살이고 이런 상황을 많이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에 아마 한 5년 뒤에는 인생 최고의 순간이 바뀔 수 있을 것도 같다"며 "지금은 이 순간을 즐기겠다"고 말했다. 알카라스는 역대 3번째로 어린 윔블던 남자 단식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자신의 메이저대회 우승은 2번째.
알카라스의 우승으로 남자 테니스 ‘빅3’ 시대에 균열이 생겼다. 조코비치와 라파엘 나달(스페인), 로저 페더러(은퇴·스위스) 그리고 이들과 ‘빅4’로 불리기도 한 앤디 머리(40위·영국)가 아닌 선수가 남자 단식에서 우승한 건 2002년 레이턴 휴잇(은퇴·호주) 이후 21년 만이다.
알카라스는 조코비치와의 상대 전적에서 2승1패로 우위를 점했다. 지난달 프랑스오픈 준결승에서 1-3으로 진 아쉬움을 윔블던에서 설욕했다.
조코비치는 경기 뒤 ”알카라스는 오랜 기간 나달을 통해 봤던 놀라운 수비와 투쟁심, '스페인의 황소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알카라스는 나와 비슷한 슬라이딩 백핸드를 구사하는 것 같다. 수비, 적응력 등 내 강점으로 꼽히던 것들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알카라스는 다음 달 28일 US오픈에서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조코비치와의 재대결이 이뤄질지도 기대를 모은다.
한편, 이날 윔블던 결승전이 열린 올잉글랜드클럽에는 배우 브래드 피트와 다니엘 크레이그, 엠마 왓슨, 휴 잭맨,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가 찾아 명승부를 지켜봤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