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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비치, 우승하고 코비부터 떠올렸다 [US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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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비치, 우승하고 코비부터 떠올렸다 [US오픈]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09.12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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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US오픈 테니스 대회 결승전이 열린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

노박 조코비치(36·세르비아)가 다닐 메드베데프(27·러시아)를 3시간 16분 만에 3-0(6-3 7-6<7-5> 6-3)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후 라켓을 공중으로 던져버리더니 이내 코트에 엎드렸다. 관중들의 뜨거운 함성 속에서 기쁨을 만끽했다.

이어 그는 상의를 벗더니 새 티셔츠로 갈아입었다. 자신과 NBA(미국프로농구) LA 레이커스의 슈퍼스타 故(고) 코비 브라이언트가 함께 나온 사진과 ‘맘바 포에버(Mamba Forever)’라는 글귀가 담긴 셔츠였다. 셔츠 뒤편에는 숫자 24가 커다랗게 쓰여 있었다.

조코비치가 10일 US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맘바 포에버'가 쓰인 티셔츠를 입고 우승 트로피를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UPI/연합뉴스]

아프리카 독사를 의미하는 맘바는 브라이언트의 애칭이다. 브라이언트는 2020년 1월 타고 있던 헬기가 추락해 둘째 딸과 사망했다. 생전 지독한 연습벌레였던 브라이언트는 최고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하는 자세를 ‘맘바 멘탈리티’라고 했다. 2018년 이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다.

24는 코비의 생전 등번호(8번을 함께 쓰기도 했다)이자 조코비치의 개인 통산 메이저대회 단식 우승 횟수다. 2018년 이후 5년 만에 US오픈 정상에 오른 조코비치는 남녀 선수를 통틀어 메이저 대회 단식 최다 우승 최다 타이를 기록했다. 여자선수 마거릿 코트(은퇴·호주)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조코비치는 “24번은 코비가 레이커스의 전설이자 세계적 선수가 됐을 때 입은 유니폼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를 알리는 것이 매우 상징적일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코비치가 10일 US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맘바 포에버'가 쓰인 티셔츠를 입고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조코비치는 생전의 브라이언트에게 많이 의지했다고 한다. 조코비치는 “우린 종종 승자의 멘탈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며 “그는 가장 친근한 방식으로 조언과 충고를 해줬다”고 했다.

조코비치는 2020년 2월 호주오픈을 마치고 오른쪽 가슴에 ‘KB, 8, 24’가 적힌 트레이닝복을 입고 사진 촬영에 나서기도 했다.

US오픈에서 브라이언트를 기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US오픈 우승자였던 나오미 오사카(25)는 경기를 마친 뒤 브라이언트의 등번호 8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트로피를 든 채 기념 촬영을 했다. 당시 그는 인스타그램에 “경기를 마치면 매번 이 유니폼을 입었다. 늘 나에게 힘을 줬다”고 했다.

트로피를 든 조코비치. [사진=UPI/연합뉴스]
트로피를 든 조코비치. [사진=UPI/연합뉴스]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올해 4대 메이저 대회 중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US오픈을 휩쓸었다. 윔블던에서만 준우승했다. 조코비치가 한 해에 메이저 대회 3개에서 정상에 오른 건 이번에 2011년과 2015년, 2021년에 이어 통산 4번째다.

메드베데프는 시상식에서 "조코비치에게 물어보고 싶다"며 "언제 당신의 페이스가 떨어질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저도 나쁘지 않은 커리어를 가지고 있고 우승 타이틀도 20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24개라니. 축하한다"고 말했다.

앤디 머레이(36·영국)는 “조코비치를 밀어내는 건 젊은 선수들에게 달려 있는데 그건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BBC에 말했다. 이어 “조코비치의 지속성은 대단히 훌륭하다. 그는 오랫동안 지금 수준으로 경기를 해왔다”고 했다.

조코비치는 통산 남자 단식 메이저대회 우승 2위인 라파엘 나달(스페인·22승)과의 격차를 2승으로 벌렸다.

조코비치는 통산 메이저 대회에서 72회 출전했다. 3번에 한 번 꼴로 우승한 셈이다. 절반이 36회에서 결승에 올랐다.

36세인 조코비치는 이번 우승으로 1968년 테니스 프로화 이후 US오픈 남자 단식 최고령 우승 기록도 세웠다. 종전 최고령 우승은 1970년 대회 때 켄 로즈월(호주)의 35세였다. 11일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1위에 오르면서 기쁨도 덩달아 늘어났다. US오픈 우승 상금은 300만달러(40억1000만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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